북한 정찰위성에 막대한 비용 쏟아…탈북민들 “노동력 착취해 자금 조달”

북한은 21일 오후 10시 42분에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 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발사했다며 관영매체를 통해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하면서 위성 개발과 발사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이 새삼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우주발사체’를 궤도에 올리는 데 최소한 수억 달러가 소요되는 만큼, 북한이 희소한 자원을 무기 개발에 탕진하고 있다는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정권이 군사정찰위성이라고 주장하는 ‘만리경 1호’에 얼마나 큰 비용을 투입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주로 위성을 쏘아 올리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북한이 아무리 노동비 등을 절감했어도 수억 달러를 투입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AP’와 ‘로이터’ 통신 등은 올해 초 북미 상공에서 잇달아 발견된 중국의 정찰풍선의 저렴한 운영 비용을 분석하며 우주 전문가들을 인용해 군사정찰위성은 운영에만 적어도 10억 달러 상당의 비용이 든다고 추산했습니다.

조태용 한국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5월 31일 북한의 ‘만리경 1호’ 1차 발사가 실패하자 다음 달 열린 회의(4개 국책연구기관 공동학술회의: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 외교·안보·통일 분야 평가와 과제)에서 김정은 정권이 전체 주민들의 식량 10개월 치를 허비했다고 비판했었습니다.

[녹취: 조태용 실장] “북한 정권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몰두하는 사이 북한 주민들은 최악의 경제난과 인권 유린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북한이 소위 위성 명목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한 번에 쏟아부은 비용이 북한 전체 주민들의 10개월 치 식량에 해당됩니다. 이는 빈곤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들을 살리는 데 쓸 수 있었던 비용입니다. 무고한 사람들의 삶을 담보로 하는 현재의 취약한 평화가 진짜 평화라고 믿으며 스스로를 속이고 진실을 회피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철학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입니다.”

조 실장의 지적은 한국 정부가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와 정찰위성 개발에 투입한 3조 1천 600억, 미화 24억 5천만 달러를 국제 쌀 가격으로 나눈 수치에 기반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앞서 한국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북한이 40여 차례에 걸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70여 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이는“서방보다 생산 비용에 적게 드는 북한 생산 단가를 적용해도 약 2천600억 원(2억 달러)을 탕진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쌀 50만t을 살 수 있는 금액으로 북한 모든 주민이 46일간 먹을 수 있는 규모”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올해에도 지난 9월 말까지 적어도 23회에 걸쳐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세 차례에 걸쳐 수중드론(어뢰) 발사, 이번까지 세 차례에 걸친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지속했습니다.

국제사회에서는 만성적인 식량난과 열악한 경제 상황을 무시하고 귀중한 국가 재원을 이렇게 무기 개발에 투입하는 상황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유엔총회 제3위원회는 지난주 19년 연속 채택한 북한인권결의안에서 북한 정부가 강제 노동과 같은 인권 침해와 학대를 통해 불법 핵무기와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자국민의 복지보다 불법적인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추구하는 데 재원을 계속 전용하는 것을 규탄하고, 북한이 자국민의 복지와 고유한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장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인권결의안] “Condemning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for continuing to divert its resources into pursuing its illicit nuclear weapons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mes over the welfare of its people, and emphasizing the necessity for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to respect and ensure the welfare and inherent dignity of the people in the country,”

유엔 주재 미국대표부의 카라 아이리치 경제·사회 문제 담당 자문관이 15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제3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엔 주재 미국대표부의 카라 아이리치 경제·사회 문제 담당 자문관은 이날 회의에서 북한 정부의 노동 착취 문제를 지적하며 해외 파견 노동자의 경우 “이동의 자유가 없는 비인도적인 환경에서 하루 18시간씩 일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이들 노동자는 정권의 권력 유지와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 및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 추구가 가능하도록 임금을 정권에 반환하도록 강요받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카라 아이리치 자문관] “In addition to its efforts to control and monitor North Koreans overseas, the government also exploit its Overseas Citizens, forcing them to work in inhumane conditions without freedom of movement, often for 18 hours a day. These workers are often forced to send their wages back to the regime, sustaining it in power and enabling it to pursue its unlawful WMD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s.”

해외에서 장기간 북한 IT 파견 일꾼으로 근무한 A 씨는 21일 VOA에 아이리치 자문관의 지적은 “확실히 맞다”고 말했습니다.

[A 씨] “사회주의노동법에도 8시간 근로가 돼 있는데 거기서 8시간 일한다면 욕먹고 매 맞고 어떤 곳은 때리기도 합니다. 8시간 일했다간 사람 취급 못 받습니다. 아예. 18시간이 뭡니까? 일이 급하면 아예 잠을 안 자고 2~3일씩 버티고 그러죠. 문제는 (위에서) 채찍이 강하니까 할 수 없이 그렇게 하는 거죠”

A 씨는 “북한 IT 인력이 해외 3천 명, 국내 1천 명으로 4천여 명, 1인당 연평균 3만 3천 달러를 번다”면서 “합하면 대략 1억 달러를 벌지만 이 가운데 85%는 위에서 가져간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IT 인력은 그나마 많이 챙기는 것”이라며 “이런 강제 노역을 통한 IT 일군들의 외화벌이가 북한 무기 개발 비용의 30% 정도를 담당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 대사가 15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제3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도 15일 유엔총회 회의에서 “북한 정부가 나라 안팎의 강제노동과 같은 인권 침해를 통해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재원을 전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었습니다. 그러면서 “자국민의 생계를 노골적으로 외면한 채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집착하지 말고 인권 상황을 개선할 것을 북한 정부에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과거 해외에서 근무했던 미국 내 탈북민들도 21일 북한 정권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강하게 규탄하며 북한이 김정은 정권 유지를 위한 무기 개발과 주민들의 생존권을 맞바꾸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현승 글로벌피스재단 연구원. 사진=CPAC 영상 캡쳐.

중국에서 3년 동안 북한 선박과 석탄 수출 사업에 관여했던 이현승 글로벌피스재단 연구원입니다.

[녹취: 이현승 연구원] “제가 볼 때 목적이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가 국방력을 강화하고 기술을 개발할 때는 이것이 국민의 안전과 복지에 써야 하는 게 우선인데 지금 군사정찰위성은 오롯이 북한 지도자 한 사람의 어젠다에 의해서 국가의 모든 국력이 소비되고 있습니다. 그 모든 비용을 전 국민에게 씌우고 특히 해외에 나온 노동자들이 하루 14~18시간씩 일하면서 그 모은 돈을 국민을 위해 쓰는 게 아니라 자신의 개인적 취향을 위해 쓰니까. 국제사회가 이런 데 대해 좀 강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미 컬럼비아대학원에서 ‘글로벌 리더십’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이 연구원은 “교수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으로부터 국제 리더의 자질과 품격 등에 대해 배우면서 김정은은 리더로서 부적격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현승 연구원] “리더의 자격은 국가와 국민에 대한 책임, 나라를 이끌어 갈 때 국제 위상도 있지만 보편적 가치에 기반해 국민을 다스려야 합니다. 그런데 북한은 그런 게 없죠. 보편적 가치는 보장되지 않습니다. 또 국민의 위상이나 안전, 복지보다 지도자 한 사람의 안위, 그 사람의 위상이 우선시되다 보니 모든 국가적 프로젝트가 거기에 포커스가 맞춰져서 전반적으로 비효율적, 비인도적, 비인간적으로 운영되는 국가 시스템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중국의 북한 식당 지배인을 지낸 허강일 씨는 과거 연간 수입 12만 달러 가운데 90퍼센트 이상을 소속 업체인 대외문화연락위원회에 상납해야 했다고 회고했습니다.

그러면서 군사첩보위성 발사는 “일제 강점기보다 더 악랄한 수탈과 강탈, 강제노동의 대명사가 김정은이란 것을 다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허강일 씨] “배가 불러야 뭐 다른 것 해도 불만이 없잖아요. 진짜 국민은 먹고살기도 힘들고 자유 없이 억압당하는데, 가뜩이나 잘 사는 나라도 아닌데 쓸데 없는 데 돈을 쓰잖아요. 이제 얼마 있으면 신년사가 나와 인민들 세뇌시키려고 학습시키는데 그 신년사의 첫째 구호가 몇십 년 동안 항상 경제를 추켜세우겠다는 것인데, 이젠 북한 사람들 자체가 그런 거 믿지 않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2012년 4월 집권 후 첫 공개 연설에서 주민들에게 이렇게 약속했었습니다.

[녹취: 김정은 위원장]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며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자는 것이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입니다.”

하지만 유엔은 올해 7월 발표한 연례 ‘2023 세계 식량 안보와 영양 실태 보고서(SOFI)’에서 북한의 2020~2022년 사이 영양부족 인구는 1천180만 명으로 2004년~2006년 기간 기록된 830만 명보다 350만 명이 증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