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년 만에 만나 정상회담을 했지만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는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샌프란시스코 미중 정상회담은 ‘소문난 잔치’로 끝났습니다.
두 정상은 지난 15일 단독 정상회담, 확대 정상회담, 업무오찬, 회담장 산책 등을 하면서 4시간 가량 만났습니다.
회담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미중 군사채널 복원, 남중국해와 타이완 문제, 무역, 반도체, 인공지능(AI), 마약 등 거의 모든 양자와 국제 현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두 정상이 합의한 것은 미중 군사채널 복원과 마약인 펜타닐 단속 등 2개 사안에 그쳤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 언론들은 이번 정상회담을 ‘회담을 위한 회담’ 이라며 평가절하했습니다.
`뉴욕타임스’ (NYT)신문은 “바이든과 시진핑의 회담은 성과는 별로 없었고, 계속 얘기하자는 약속만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두드러진 것은 두 정상의 주요 의제에서 북한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가 사라진 점이었습니다.
백악관은 정상회담 보도자료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인도태평양 동맹국 방어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의지를 강조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가 배포한 정상회담 자료에서는 ‘한반도’나 ‘북한’에 대한 언급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중국 측 자료에는 시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이 하마스-이스라엘 전쟁 등 “공동 관심사인 국제·지역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는 내용만 담겼습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가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앤드류 여 한국석좌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정상회담의 목표는 “양국 간 경쟁이 더이상 격화하지 않도록 관계의 바닥을 다지는 것”이었다며 한반도 문제는 핵심 의제가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앤드류 여 석좌] “I think the main idea between the Xi and Biden meeting was making sure that they put some kind of floor underneath the relationship so that US China competition doesn't escalate further.”
미 국가이익센터(CNI)의 해리 카지아니스 국장은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국내 정치적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대통령은 1년 뒤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합니다. 따라서 선거를 앞두고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외교에 능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현안을 논의하고 해결하기 위한 회담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시 주석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은 그동안 연간 7-9%의 경제성장률을 자랑해왔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은 3%에 그쳤습니다.
또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은 향후 2년 간 중국의 성장률이 4.5%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시 주석으로서는 미중 관계를 안정시켜 경제 악화를 막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이번에 두 정상이 만난 것은 ‘미중 관계가 안정됐다’는 일종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미중 모두에게 별 이익이 안 되는 일이라고 카지아니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카지아니스 국장] ”Both side don’t get North Korea, simply there is no interests either side get any more.”
미북 관계를 오래 관찰해온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워싱턴에서 북한 문제의 우선순위가 낮은 것은 2가지 요인이 있다고 말합니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2017-2021) 시절 북한은 미국 외교의 1순위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2020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라이벌인 민주당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하면서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2021년 1월 집권한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 문제를 ‘트럼프 이슈’로 간주했고, 그 결과 바이든 행정부에서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도 북한을 ‘악당’으로 간주하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돌아갔다고 고스 국장은 지적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When Biden came in, Republican back to normal thing, North Korea is bad, North Korea is second tier adversary.”
북한 문제의 우선순위가 낮은 또다른 이유는 북한의 핵 역량이 고도화됐기 때문이라고 카지아니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이미 6번이나 핵실험을 실시했습니다.
핵탄두 숫자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스웨덴의 싱크탱크인 스톡홀롬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북한이 현재 보유한 핵탄두는 30기에 달하며, 조립 가능한 핵탄두 수는 최대 70기로 추정됩니다.
핵탄두 투발 수단도 다양해졌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8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해 65발의 미사일을 쐈습니다.
또 지난 9월 27일에는 헌법에 핵 무력 강화 정책을 명기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과 어떤 합의를 하더라도 그 결과는 비핵화가 아니라 핵실험 중단이나 ICBM 발사 동결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카지아니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카지아니스 국장] ”Even if there is some sort of ground breaking deal, North Korea never give up nuclear weapons, some sort of moratorium testing, ICBM.”
1년 만에 이뤄진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 아무런 돌파구나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한반도 정세는 기존 흐름이 계속될 전망입니다.
실제로 북한이 지난 21일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고 이튿날 9.19 남북 군사합의가 파기됐지만 한반도 정세는 기존 구도대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에 이어 일본과 영국, 프랑스, 스위스, 알바니아, 에콰도르, 몰타, 아랍에미리트 등은 북한의 우주발사체 발사를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반면 중국 외교부는 “각 당사국은 냉정과 자제를 유지해야 한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습니다.
특히 러시아 외교부는 한국의 9·19남북 군사합의 일부 효력 정지 결정을 일종의 “보복 조치”로 규정하며, “대규모 갈등으로 확대될 위험이 있는 한국의 행보는 유감스럽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한반도 정세는 느슨한 형태로 북중러 대 한미일 대결 구도를 유지하며 갈등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중러 대 한미일의 대립구도는 냉전 기간과는 다른 느슨한 형태로 대립구도, 협력구도가 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한반도 정세가 당분간 계속되다가 내년 하반기 들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우선 내년 하반기가 되면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본격적으로 전개됩니다.
이 과정에서 북한과 트럼프 진영은 신호를 주고 받다가 접촉을 재개할 것이라고 앤드류 여 한국석좌는 말했습니다.
[녹취:앤드류 여 석좌] ”Certainly there is more contacts and exchanges between two countries, real question is whether Trump open this time…"
한반도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메릴랜드대 교수는 북한이 미 대선을 앞두고 도발을 하거나 협상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브라운 교수]”North Korea want an issue, something to provocative, either negative or positive side…”
1년 만에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가 두 나라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이 확인되면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비관론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국제정세 변화가 북한 핵 문제를 어느 쪽으로 끌고 갈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