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북한 위성 발사 대응’ 공개회의...미-북 대사 설전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27일 안보리에서 열린 북한 위성 발사 관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에 대응한 공개회의를 개최했지만 구체적 성과없이 회의를 마쳤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이번에도 문제의 책임을 북한이 아닌 미국에 돌린 가운데 미국과 북한 대사는 설전을 벌이는 흔치 않은 광경을 연출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최근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를 강하게 규탄하며 안보리 차원의 강력한 대응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27일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지난 21일 정찰위성 발사 대응을 위해 개최한 공개회의에서 “북한은 염치없이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는 탄도미사일 기술 실험을 통해 핵무기 운반 체계를 진전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The DPRK is unabashedly trying to advance its nuclear weapons delivery systems by testing ballistic missile technology in clear violation of this Council’s resolutions. This reckless, unlawful behavior threatens all of the DPRK’s neighbors and all Member States.”

그러면서 “이러한 무모하고 불법적인 행동은 북한의 모든 이웃 국가들과 모든 유엔 회원국을 위협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안보리는 북한에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할 것을 여러 차례 촉구했으며, 우리는 북한에 도발을 배척할 것과 협상에 임할 것을 여러 차례 요청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Many times, this Council has urged the DPRK to halt its weapons of mass destruction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s. Many times, we have asked Pyongyang to reject provocation, and embrace negotiation. Many times, we have opened the door to meaningful diplomacy. But time and again, the DPRK has flatly ignored these calls, and indeed, brazenly violated multiple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또한 “우리는 의미 있는 외교의 문을 여러 번 열었다”면서 “그러나 매번 북한은 이러한 요구를 단호히 무시하고, 여러 차례 안보리 결의를 뻔뻔스럽게 위반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날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위험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이번 발사는 물론 그 외 다른 유사한 행동을 비난하지 않으려는 2개 상임이사국이 있다”며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를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And yet, there are two permanent members that have been unwilling to condemn this dangerous, escalatory launch, and others like it. On the contrary, this past July, senior officials from the Russian Federation and China attended a DPRK military parade. They celebrated alongside Kim Jong Un as he showcased his ballistic missiles program – a program explicitly prohibited by the Council on which they sit as permanent members. To add insult to injury, Russia is expanding its military relationship with the DPRK which – by Putin’s own admission – could include helping the DPRK build more satellites like the one launched last week. And our information indicates that the DPRK has provided Russia with more than 1,000 containers of military equipment and munitions that will be used to support Russia’s brutal war in Ukraine.”

특히 “중국과 러시아의 고위 관리가 (북한을) 비난하는 대신 지난 7월 북한의 열병식에 참석했다”며 “그들은 자신들이 상임이사국으로 있는 안보리가 명시적으로 금지한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김정은과 함께 축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설상가상으로 러시아는 북한과의 군사적 관계를 확대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인정했듯이 지난주 발사한 것과 같은 더 많은 인공위성을 북한이 만드는 데 대한 도움이 포함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우리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북한은 러시아의 잔혹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는 데 사용될 군사 장비와 군수품 약 1천 개 분량의 컨테이너를 러시아에 제공했다”며 최근 불거진 북러 간 무기 거래와 군사 협력 문제도 제기했습니다.

이날 상당수 안보리 이사국들은 북한의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며 단합된 안보리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바바라 우드워드 유엔주재 영국대사는 북한의 정찰위성을 비롯한 일련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안보리의 핵심 책무인 세계 평화와 안보에 대한 명백한 위협이자 여러 안보리 결의에 대한 위반”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녹취: 우드워드 대사] “These are clear threats to global peace and security, which is the core responsibility of this Council, and they violate multiple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Moreover, these launches follow increased engagement between Russia and the DPRK including Kim Jong UN's visit to Vostochny Cosmodrome in September, where he met President Putin. When asked by a reporter whether Russia would help North Korea launch its own satellites and rockets, President Putin responded ‘that's exactly why we came here. The leader of North Korea shows great interest in space.’”

이어 “이번 발사는 지난 9월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만나는 등 러시아와 북한 간 관여가 증가한 이후 이뤄진 것”이라며 “당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북한의 인공위성과 로켓 발사를 도울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것이 바로 우리가 이곳에 온 이유이고, 북한 지도자는 우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답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관련국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한 황준국 한국 대사는 “북한은 여러 차례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안보리의 결정을 거의 조롱하는 수준까지 나아가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황준국 대사] “Mr. President, the DPRK is moving beyond violating the multiple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to now almost mock the decisions made by the Security Council. The DPRK designated November 18th as the so-called Missile Industry Day to commemorate the test launch of Hwasong-17 ICBM on the same day last year. I cannot find any other country in the world which celebrates in the calendar its illegal activity explicitly banned by the UN Security Council.”

이어 “북한은 화성-17형 시험 발사를 감행한 지난해 11월 18일을 이른바 ‘미사일공업절’로 지정했다”며 “유엔 안보리가 명시적으로 금지한 불법 활동을 달력에 적어놓고 기념하는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북러 간 무기 거래 문제에 대해선 “우리는 러시아가 2006년부터 2017년까지 무기 금수 조치가 포함된 대북 제재 10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며 “러시아가 결의를 준수하고 불법 활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황 대사는 말했습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에 대한 규탄 없이 이번 사태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는 논리로 대응했습니다.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러시아 차석대사는 “미국 대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안보리 회의를 소집해 북한이 홀로 만든 상황에 의한 희생자로 자신을 나타낸다”며 “그러나 오늘 주제의 범위를 약간 넓혀 역내 전체의 현재 상황을 살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녹취: 에브스티그니바 차석대사(영어 통역)] “At every opportunity the US delegation convenes the Security Council to present itself almost as the victim of a situation that was allegedly created by Pyongyang alone. However, let's slightly broaden the scope of today's subject and take a look at the current state of affairs in the region as a whole. In March, we already drew the Council's attention to the bellicose maneuvers by the USA, Japan and the Republic of Korea that were conducted in direct proximity, direct proximity to the borders of the DPRK. Even back then, the allies Freedom Shield and Ssangyong Mlitary Exercises under the leadership of Washington were of a stunning scale.”

이어 “올해 3월 우리는 이미 미국, 일본, 한국이 북한 국경과 직접적으로 맞닿은 곳에서 벌인 무력 실기동훈련에 대한 주의를 이사회에 환기시킨 적이 있다”며 “당시만 하더라도 미국 주도하에 실시된 프리덤실드와 쌍용훈련은 엄청난 규모였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의 도발이 역내 미국의 군사훈련에 대한 대응 차원이었다는 설명입니다.

겅솽 유엔주재 중국 차석대사도 “미국은 한반도 긴장을 우려한다면서도 이 기회를 틈타 동맹을 강화하고 국가연합 간 대결을 촉발하며, 동맹국을 군사 훈련에 동원해 한반도 긴장과 경쟁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겅솽 차석대사 (영어 통역)] “While claiming to be concerned about the tension on the peninsula, the US has taken the opportunity to strengthen the military alliances, provoke bloc confrontation and mobilize their allies for military exercises, thus further aggravating the tension and competition on the peninsula. Such practices around counter to the goal of denuclearization and the maintenance of peace and stability on the peninsula.”

그러면서 “이런 행위는 한반도 비핵화와 더불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라는 목표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27일 안보리에서 열린 북한 위성 발사 관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도 참석해 북한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 대사는 “나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강도적 요구에 따라 북한의 주권적 권리행사 문제를 부당하게 취급하는 유엔 안보리 회의가 소집된 데 대해 전체 인민의 분노를 담아 이를 자주권에 대한 난폭한 침해로, 엄중한 내정간섭으로 강력히 규탄하고, 전면 배격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성 대사] “I strongly denounce and categorically reject, in reflection of the indignation of the entire Korean people, this UN Security Council meeting convened at the outrageous demand of the U.S. and its follower states to unjustly treat the exercise of the sovereign right of the DPRK, as a flagrant violation of the sovereignty of our State and serious interference in its internal affairs. The DPRK's launch of reconnaissance satellite is to get a clear picture of the dire military moves of the U.S. and its followers so that we could be fully prepared for them, with their aggressive nature becoming all the clearer as days go by.”

이어 “북한이 단행한 정찰위성 발사는 날로 침략적 성격이 명백해지고 있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의 엄중한 군사적 준동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철저히 대비하는 것에 목적을 둔 합법적이고 정당한 자위권 행사이고, 이는 철저히 정당방위권에 속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대사는 이날 발언의 상당 부분을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군사적 위협을 비판하는 데 할애했습니다.

이 같은 김 대사의 발언에 토머스-그린필드 미국 대사가 추가 발언권을 요청해 북한의 주장을 반박했고, 이에 대응해 북한이 발언권을 요청하고 미국도 이를 재반박을 하는 등 양측의 설전이 이어져 눈길을 끌었습니다.

먼저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북한이 자신들의 행동을 자위적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알다시피 미국과 한국의 군사 훈련은 정례적이고 방어적인 성격”이라며 “우리는 북한과 달리 훈련 날짜와 내용을 사전에 발표함으로써 의도적으로 위험을 줄이고 투명성을 추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2022년 8월 미국과 한국이 대규모 군사 훈련을 재개했을 당시 북한은 이미 그 해에만 6번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실시했고 핵실험장을 재건하려는 노력도 진행 중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 대사는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를 정면으로 응시한 상태에서 “북한과 미국은 단순히 외교관계가 없는 비우호적인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70년 동안 공식적으로, 법적으로, 실질적으로 전쟁상태에 있는 교전국 사이의 관계”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성 대사] “The DPRK and United States relations is not merely relation between unfriendly country without diplomatic relation. But relation between belligerent country which are in war status technically, legally, practically, for seven decades. Under the situation, one belligerent part, the United States is just treating us with a nuclear weapon. It is a legitimate right for the DPRK, as another belligerent party, to develop, test, manufacture and possess weapon system equivalent to those that the United States have already possess and all developing right now.”

이어 “교전 당사국인 미국은 우리를 핵무기로 대하고 있고, 또 다른 교전 당사국인 북한이 미국이 이미 보유하고 있고 개발 중인 것과 동등한 무기체계를 개발, 시험, 제조, 보유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라고 주장했습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이 같은 김 대사의 발언에 “한 가지만 분명히 하겠다”며 “미국이 북한을 향해 발사한 무기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One thing. No weapons have ever been fired by the United States for the DPRK. We are working with our allies to help them in the protection of their sovereignty against your actions, which are based on paranoia about a possible attack by the United States. If there's anything the United States wants to provide to the DPRK that is humanitarian assistance for your people and not weapons to destroy your people.”

이어 “우리는 ‘미국의 잠재적인 공격’이라는 편집증에 근거한 당신의 행동에 맞서 동맹과 협력하며 그들의 주권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미국이 북한에 주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이는 북한 주민을 위한 인도적 지원이지 북한 주민을 파괴하기 위한 무기는 아닐 것”이라고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말했습니다.

한편 이날 안보리는 결의안 채택이나 의장성명 혹은 언론성명 등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또한 일반적으로 회의장 앞 기자회견장에서 발표되는 미국 등 일부 나라의 대북 규탄 성명도 이날은 별도로 낭독되지 않았습니다.

앞서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다음 날인 22일 미국, 영국, 프랑스, 한국, 일본 등 10개 나라는 북한의 우주발사체(SLV) 발사를 강력히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