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북중러 협력은 거래, 미한일은 가치 공유…공고한 3국 협력으로 북중러 위협 막아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한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8월 워싱턴 인근 캠프 데이비드 대통령 별장에서 회담했다.

미국에 맞서 북중러가 더 결속하고 있지만 워싱턴에서는 한층 공고해진 미한일 연대와 대등한 대결 구도를 형성하긴 어렵다는 진단이 우세해지고 있습니다. 편의적 거래 관계인 권위주의 국가 간 밀착이 상호 방어를 공동 이익으로 하는 가치 동맹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지적입니다. 다만 미한일 관계의 약한 고리가 북중러 위협에 취약해질 수 있는 만큼 군사적 억지와 제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러시아와 북한이 밀착하고 있는 가운데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21일 “러시아는 북한과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협력을 구축했다”고 말했습니다.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이날 올해 러시아 국방부 활동에 관한 해외 무관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고, 인도·중국과는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습니다.

최근 북한과 러시아, 중국 등 권위주의 3국이 관계 강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중러 3국의 밀착에도 불구하고 ‘미한일 대 북중러’ 간 대립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

한미연합사 작전참모를 역임한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는 2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러시아, 중국, 북한의 관계는 순전히 거래 관계, 즉 다른 국가와의 관계에서 어떻게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에 관한 관계”라고 평가했습니다. “상호 신뢰와 공통의 가치, 상호 방어에 대한 공동의 이익을 기반으로 하는 관계인 미국과 한국, 미국과 일본, 미국과 다른 동맹과의 관계와는 다르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맥스웰 부대표] “What is different though, is that the relationship between Russia, China, and North Korea is purely transactional, meaning it is about how they can benefit from the relationship with others. And they are different than the relationship of the United States and South Korea, United States and Japan and the United States and its other allies, which are all based on mutual trust, shared values and shared interests in the mutual defense of each other.”

맥스웰 부대표는 과거 김일성 북한 주석이 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과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서기장의 대결을 부추기는 등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펼치면서 실리를 챙겼던 것을 예로 들었습니다.

이어 “그들의 관계는 신뢰와 공통의 가치를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니고, 그들이 가진 유일한 공통의 가치는 미국과 미한동맹, 미일동맹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맥스웰 부대표는 또 중국과 북한 사이의 뿌리 깊은 앙금에 대해서도 설명했습니다.

그는 “중국이 한반도 통일을 이루지 못한 것은 북한이 남한을 공격했기 때문이란 것을 기억하라”며 “1950년 북한이 남한을 공격했을 때 미국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마오쩌둥이 타이완과 중국을 통일하기 위해 타이완 해협을 건너는 것을 막기 위해 제7함대를 타이완 해협으로 보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부대표] “Remember that it was North Korea attacking South Korea that prevented China from achieving unification. The first thing the United States did in 1950 when North Korea attacked South Korea was to send a seventh fleet into the Taiwan Strait to prevent Mao from crossing the Strait to unify, Taiwan and China.”

그러면서 북중러 모두 서로를 의심한다고 했습니다.

로버트 수퍼 전 미국 국방부 핵·미사일방어 담당 부차관보

로버트 수퍼 전 미국 국방부 핵·미사일방어 담당 부차관보는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들 관계는 거래 관계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미국이 주도하는 민주주의와 개방된 무역 등 현재의 국제 체제와 미국과 일본, 한국 사이의 긴밀한 동맹 등에 화가 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북중러 3국은 그들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이 국제 체제를 전복하고 싶어한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수퍼 전 부차관보] “It is a transactional relationship but one thing that all have in common is that they are upset with the current international system, which is dominated principally by the United States, democracy, open trade, and the close alliance relationship between the US, Japan and South Korea. So they want to overturn this current international system because they feel that it is not in their interests.”

수퍼 전 부차관보는 북중러 3국이 각자 다른 지역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면서 그들은 서로 공모해 여러 지역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에 딜레마를 안겨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럽에서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러시아와 타이완 해협을 비롯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 등이 어느 한 지역에서 갈등이 발생하면 다른 지역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취할 기회로 활용하려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수퍼 전 부차관보는 일례로 “한반도에서 북한과의 갈등이 발생할 경우 중국은 이를 타이완을 위협할 기회로 여길 수 있다”며 “모든 것이 연결돼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러시아, 북한 간 공식적인 동맹 관계가 형성되지 않았다고 해서 우리가 어느 한 나라와 교전 중일 때 그들이 어느 한 쪽을 공격할 기회를 잡으려 한다는 것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수퍼 전 부차관보] “And the conflict with North Korea, China may see this as an opportunity to threaten Taiwan. So they're all connected. And just because there are no formal Chinese, Russian and North Korean alliances doesn't mean that we can't be concerned about the three of them taking the opportunity to attack one when we're engaged with another.”

수퍼 전 부차관보는 이들 권위주의 국가들의 위협에 맞서려면 “미국과 한국, 미국과 일본 간의 양자 관계, 그리고 이러한 동맹을 확장해야 한다”며 “다자 동맹으로 만들 수도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또 “우리는 중국과 북한에 대해 단합된 전선을 제시해야 하고, 그들의 침략은 미국, 일본, 한국, 호주 중 어느 한 국가만이 아니라 모든 국가에 의해 대응될 것이라는 점을 이해시켜야 하며,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동맹을 확실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런 동맹은 재래식이든 핵이든, 미사일 방어 능력이든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군사적 역량을 배치하고, 새로운 훈련을 진행하고, 통합 계획을 수립함으로써 동맹의 연대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중러 3국의 위협이 고도화할수록 미한일 3국의 공조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북중러 3국 연합 훈련 가능성과 관련해 “3국이 연합 군사 훈련 방법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이런 훈련의 가장 유력한 형태는 해상 훈련, 또는 공동 국경을 따라 공중 또는 지상 훈련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 “It is only natural that the 3 countries figure out a way to exercise together, militarily. The most likely form of such an exercise would be naval/at sea. Alternatively, they could do some form of air or land exercise along their common borders.”

해리스 전 대사는 그러나 “이는 미한 연합군이 한국을 위협하는 북한이나 또는 이들 국가들의 어떠한 도발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런 북중러 3국 구도는 서울과 도쿄 양자 간 관계 개선과 미한일 3국의 지속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고 말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 “That said, the combined ROK-US armed forces must be ready for any provocation by the DPRK, or any combination of these countries, which threatens the ROK. I'm confident the Combined Forces Command is ready for any threat. Similarly, this tripartite grouping (DPRK, PRC, Russia) underscores the need for continued trilateral cooperation between the U.S., ROK, and Japan, as well as improved bilateral ties between Seoul and Tokyo.”

유엔 안보리 결의를 수시로 위반하는 북중러를 압박하기 위해서는 실제적인 제재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기존 제재를 더 강력하게 이행할 수 있다”며 “북한뿐 아니라 러시아를 불법적으로 지원하는 중국은행과 기업에 대해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We can again take measures against Chinese banks and businesses that are engaged in illicit support of not only North Korea but also of Russia. (중략) Well, not necessarily prevent, but we can make it more, you know, raise the cost of Chinese support for both North Korea and Russia.”

이를 통해 북중러 밀착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하더라도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지원 비용을 더 높이도록 만들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