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러시아가 미국의 금융 제재망을 우회해 무기 거래를 지속할 우려가 있다고 미국 전문가들이 지적했습니다. 북러 무기 거래상을 직접 겨냥한 제재보다 ‘중국 경유 돈줄’을 차단하라는 건데, 중국 은행 등 ‘제재 회피 조력망’을 정조준하라는 구체적인 제안이 나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과 러시아가 미국의 추적을 피해 무기 거래 대금을 결제할 다양한 방법이 있다고 미국 제재 전문가들이 지적했습니다.
미국 정부에서 테러금융과 제재를 담당했던 데이비드 애셔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VOA에 “러시아 은행들은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지만 러시아 연방 중앙은행과 외국계 무역은행 간 거래는 아주 쉽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애셔 연구원] “Russia's banks are under sanctions. It could be done, Central bank to foreign trade bank very easily. So the Russian Central Bank could settle. The Russians have access to dollars still through third countries like Kazakhstan, Uzbekistan, or Belarus. They've got alternative means of getting money to a country like North Korea to pay for things.”
특히 “러시아인들은 여전히 제3국을 통해 달러에 접근할 수 있다”며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벨라루스 등을 통해 북한 같은 나라에 돈을 보낼 수 있는 수단이 여전히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북러 간 직접 금융 거래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수십 년 동안 모스크바에 금융 계좌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북한이 러시아와 직접 거래할 수 있는 능력이 얼마나 있느냐가 문제”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대외 무역 은행이 직접 결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애셔 연구원은 이 외에도 북한과 러시아가 물물교환에 나설 수도 있다며 북한은 포탄을 제공하고 러시아는 연료와 전투기의 형태로 대금을 지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랜드연구소의 찰스 킹 말로리 국제 위험∙안보 국장도 북러 간 직접 금융 결제가 가능할 것으로 봤습니다.
[녹취: 말로리 국장] “Russia has got to pay for this money in some way. And so there are North Korean banks operating openly in Moscow. And I suppose that's probably not something we can interdict.”
말로리 국장은 “러시아는 (무기 거래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돈을 지불해야 한다”며 “모스크바에서는 북한 은행들이 공개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아마도 미국이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러 추가 제재, 효과 기대 못 해”
이처럼 북러가 미국의 제재망을 피해서 거래하는 가운데 두 나라의 무기 거래 관련자들에게 추가 제재를 가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개인과 단체 일부를 직접 제재해 봐야 허점을 근본적으로 메울 수 없다고 보는 분석입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 법률 자문으로 활동했던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상들에 대한 제재는 정말 낮은 수준의 제재”라며 이를 “나무의 줄기 대신 높은 가지를 건드리는 것”에 비유했습니다.
[녹취: 스탠튼 변호사] “With regard to the North Korean and Russian arms dealers, these are really low-level sanctions that were imposed on, I would say the high branches of the tree, but not the trunk. So, you know, we trim the branches, but the branches grow back. So that is not adequate. In order to get adequate, you have to trace how the money flowed.”
스탠튼 변호사는 “가지치기를 해도 가지는 다시 자란다”며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돈의 흐름을 추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이미 많은 제재를 받고 있고, 제재 회피에 능숙하기 때문에 추가 제재가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녹취: 말로리 국장] “It's difficult to interdict North Korean activities because they have spent, you know, over 70 years operating in this very austere sanctioned environment, and they're some of the most accomplished sanctions invaders in the earth. I think it's just a very difficult task to interdict North Korean and Russian trade directly. It may be the China angle and increasing the costs on China of facilitating this activity has the potential to have a greater impact.”
말로리 국장은 “북한은 70년 넘게 매우 엄격한 제재 환경에서 활동해 왔고,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적인’ 제재 위반국 중 하나이기 때문에 북한의 활동을 차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과 러시아의 무역을 직접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며 “대신 중국을 겨냥하고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돕는 중국에 대한 비용을 높이는 것이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말로리 국장은 파급효과가 큰 중국의 대형 은행을 겨냥하는 것보다는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의 도시, 농촌의 상업 은행과 지방정부 금융기관을 제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돈줄 조여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북한담당 국장을 지낸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국장은 러시아와 무기 거래를 추진하는 김정은의 셈법을 바꾸려면 그의 자금줄을 조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루지에로 국장] “You go after not only the overseas laborers, and their sale of coal and their import of petroleum, but you start to dismantle the sanctions evasion networks, primarily in Russia and China, that are aiding. You get the collateral benefit of impacting Russia's war in Ukraine. And he certainly is not going to choose, you know, Putin as a high priority when you know, when the reduction in revenue puts at risk as other strategic priorities.”
루지에로 국장은 “북한의 해외 노동자 송출, 석탄 판매, 석유 수입을 겨냥할 뿐 아니라 주로 중국과 러시아에 있는 제재 회피 네트워크를 해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럴 경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영향을 미치는 부수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루지에로 국장은 “수입 감소로 김정은의 다른 전략적 우선순위가 위험해진다면, 그는 확실히 푸틴을 최우선 순위로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러 무기 거래를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방안도 거론됩니다.
[녹취: 말로리 국장] “The only way of potentially interdicting this arms trade is what the Ukrainians have done which is attacking the rail links between Russia and North Korea.”
말로리 국장은 미국이 북러 무기 거래의 금융 결제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무기 거래를 잠재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크라이나가 했던 것처럼 북러 간 철도 연결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양측은 보급선 파괴 활동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폭발 장치를 이용해 러시아 열차를 폭파한 사례들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한편, 바이든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는 움직임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추가 제재를 가할 것이라는 의지를 재확인하고 있습니다.
유리 김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지난달 VOA의 관련 질의에 “우리는 러시아가 북한뿐 아니라 이란과 중국과 어떤 일을 하는지 매우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연합이 러시아의 ‘자발적’이고 ‘불법적’인 전쟁을 지원하는 세력을 제재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습니다.
매튜 밀러 국무부 대변인도 미국이 북러 무기 거래에 반대하고 관련해 제재를 부과하고 있으며 “두 나라 모두에 책임을 묻기 위한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고 거듭 밝히고 있습니다.
앞서 미국 백악관은 지난 10월 북한이 러시아에 컨테이너 1천 개 이상 분량의 군사 장비와 탄약을 제공했다며, 라진항에 약 6m 표준 규격의 해상 운송 컨테이너 300여 개가 적재된 장면을 찍은 위성사진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미국 언론은 지난달 초까지도 북러가 무기 거래를 지속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