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서명한 대러시아 세컨더리 제재를 통해 중국 금융기관들을 겨냥한다면 대북 제재 이행에도 연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북한의 제재 회피를 방조하는 중국 은행들이 다음 순서가 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랜드연구소의 찰스 킹 말로리 국제 위험∙안보 국장은 27일 VOA에 바이든 정부가 최근 발표한 대러시아 세컨더리 제재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중국 금융기관을 실제로 제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말로리 국장은 미국 정부가 지금까지 중국 은행에 대한 제재를 주저해 왔다면서 “중국과 러시아 간 무역 급증세를 고려할 때, 정말로 무언가를 하려면 중국 금융기관에 제재를 가해야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말로리 국장] “Given the surge in trade between China and Russia since the beginning of the Ukraine war, it seems that if you really want to do something about it, you do have to grasp the nettle and sanction Chinese financial entities. I've just suggested one way of doing so which is starting with a smaller entities, the city and rural commercial banks and the local government financial vehicles.”
그러면서 “그 방법은 도시, 농촌의 상업 은행과 지방정부 금융기관부터 (제재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말로리 국장은 중국의 4대 대형 은행인 중국공상은행, 중국농업은행, 중국은행, 중국건설은행은 규모가 너무 커 제재할 경우 러시아와 북한 문제를 넘어 미중 경제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미국이 이들 은행에 대한 제재를 주저해 온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영향이 덜한 소규모 은행에 대한 제재는 가능할 것이라며 이 경우 대북 제재 이행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말로리 국장] “I do think that once you've taken the step to sanction Chinese financial vehicles, it makes it easier to consider other steps, particularly if you limit yourself to the city and rural banks, to local government’s financial vehicles, you can kind of contain the impact.”
말로리 국장은 “중국 금융기관을 제재하는 조치를 일단 취하면 다른 조치를(대북 제재 이행) 고려하기는 더욱 쉬워지며, 특히 도시와 농촌의 상업은행과 지방정부의 금융기관을 겨냥하면서 영향을 제한할 때 더욱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22일 개정 행정명령 제 14024호를 발표하고 러시아 군산복합체와 거래하는 제3국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세컨더리 제재, 제 3자 제재를 처음으로 시행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 내려진 세컨더리 제재입니다.
월리 아데예모 재무부 부장관은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새 행정명령은 중국, 터키, 아랍에미리트 등 러시아의 제재 회피를 도운 국가의 은행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고 말하며 중국을 거론했습니다.
미국 정부에서 테러금융과 제재를 담당했던 데이비드 애셔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7일 VOA에 바이든 정부가 과연 중국 은행을 제재할지 지켜보자며 “월리 아데예모 재무부 부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에게 ‘큰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2005년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대한 조치를 주도했던 애셔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미국 정부의 중국 은행 제재에 회의적이라면서, 미국 정부는 대중 제재 체제(sanctions regime)조차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정부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제재 할 수 있는 중국 은행은 많고, 재무부도 이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애셔 연구원] “I am confident from my time with the government. There's plenty of Chinese banks that could be sanctioned. I know quite well, which ones I think deserve it. The US Treasury Department knows that just as well. We looked at this in the Trump administration. We just didn't do it other than bank of Dandong. So we have a lot of other targets, including some of the Chinese largest banks for their relationship with North Korea, but also their relationship with the Chinese military itself. So you know, and Iran. Well, we had a lot of information.”
그러면서 “트럼프 정부에서도 이 문제를 검토했지만 단둥은행 이외에는 그냥 제재를 가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반은 2017년 6월 단둥은행이 북한의 불법 금융 활동에 중간자 역할을 했다며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목한 바 있습니다.
애셔 연구원은 “미국 정부는 북한, 이란과 거래하고 중국 군대와 관련된 중국의 대형 은행 등 많은 표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을 제재한 2005년에도 미국은 북한과 관련한 중국은행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지만, 중국은행이 너무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애셔 연구원은 “중국의 모든 대형 은행들은 어떤 식으로든 북한과 연루돼 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녹취: 애셔 연구원] “All the big Chinese banks at some level or another are involved with the North Koreans.”
애셔 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중국 은행 제재에 대한) 전략적 의지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작은 목표를 선택할 수도 있다”며 제재 지정 가능성을 열어 뒀습니다.
미국 국무부 출신의 토머스 신킨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중국 금융기관 제재를 꺼리는 이유는 ‘파급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신킨 연구원] “I think of the reluctance of American officials to sanction Chinese financial institutions because of the ramifications. You know, the Chinese financial institutions, like any are multifaceted, and they have many activities that they're involved in. So if you sanction a bank, or North Korea-related or Russia-related activities, you're not just sanctioning it. But those activities are not the only effect. It will freeze, basically, the ability of that institution to operate in the international financial community, which will have a devastating effect on all of the things that are involved in. And so it can be viewed as escalatory.”
신킨 연구원은 “중국 금융기관은 다방면에 걸쳐있고 다양한 활동에 관여하고 있다”며 “북한 혹은 러시아 관련 활동을 제재하면 그 이외의 활동에도 영향을 주며, 해당 기관이 국제 금융계에서 활동할 수 있는 능력을 동결시켜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으로서는 미국의 긴장 고조 행위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신킨 연구원은 미국이 행정명령을 실제로 이행할 수도 있지만, 중국을 비롯한 대상국 정부 혹은 금융기관 수장에게 연락해 재제 이행을 경고하며 협상 지렛대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북한담당 국장을 지낸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국장은 바이든 정부의 새 대러 세컨더리 제재에 대해 “실제로 이행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많은 제재 권한을 발표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루지에로 연구원] “It doesn't really matter how many sanctions authorities the administration provides or has, it means nothing if the administration is unwilling to actually implement the sanctions. So the fact that we have mandatory sanctions on the North Korea side, there are now new discretionary sanctions on the Russia side. It doesn't mean a lot if they're unwilling to actually go after North Korea's revenue, North Korea-Russia activities and North Korea-China activities.”
루지에로 국장은 “북한 불법활동 조력자에 대해서는 의무적인 제재 권한이 있고, 러시아 조력자에 대해서는 재량적 권한이 있지만 미국 정부가 실제로 북한의 수익을 겨냥하고 북러 활동과 북중 활동을 단속하지 않는다면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2019년 미 의회가 통과시킨 ‘오토 웜비어 북핵 제재 강화법’은 재무부가 불법 대북 금융 거래를 돕는 해외 은행과 기관에 제재를 부과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개인과 기업에 대해 ‘고의로, 상당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 기관에 ‘세컨더리 보이콧’ 즉 제3자 금융 제재를 확대 적용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루지에로 국장은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는 동안 북한을 무시하고 3년을 낭비한 이 정부가 세컨더리 제재 단계로 넘어간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며 중국 은행 제재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의 셈법을 바꾸려면 북한의 자금줄을 겨냥하고 제재 회피를 방조하는 러시아와 중국 은행을 겨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 법률 자문으로 활동했던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지금까지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제재 정책은 매우 약했다며, 큰 위험부담 없이도 충분히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다양한 제재 중에는 미묘한 조치들도 있고, 매우 강력한 일부 제재는 김정은의 자금을 세탁하는 은행에 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탠튼 변호사] “So they do not understand, for example, that there is a wide range of sanctions. Some of them are fairly nuanced, and some of them pretty heavy hammers that we could apply to the banks that are laundering money for Kim Jong Un. This isn't just black or white, there are many shades of grey. And for each different kind of bank, depending on its size, and its connection to the global economy, there is an appropriate sanction that would be just enough to deter the bank, but not so much to danger the financial system as a whole.”
그러면서 “이 문제는 흑백이 아닌 다양한 색조의 중간 지대가 존재하는데 은행의 규모와 세계 경제와의 연계에 따라 적절한 제재가 있다”며 “은행을 제한하지만 금융 시스템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탠튼 변호사는 이번 행정명령이 경고가 될 수 있지만 그 자체로는 아직 중요하지 않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바이든 정부가 정말 제재 정책에 진지하다면 러시아와 북한, 그리고 그들의 자금을 세탁하는 중국 은행들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는 움직임과 북한의 불법 활동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추가적인 제재를 가할 것이라는 점을 거듭 밝히고 있습니다.
유리 김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이달 초 VOA의 관련 질의에 “우리는 러시아가 북한뿐 아니라 이란과 중국과 어떤 일을 하는지 매우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연합이 러시아의 ‘자발적’이고 ‘불법적’인 전쟁을 지원하는 세력을 제재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습니다.
또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지난 4월 한국에서 열린 국제포럼에서 16개월 동안 미 국무부와 재무부는 북한의 불법 행위와 관련된 50여 법인과 개인에 대해 제재를 부과했다며 이 같은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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