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송 피해자 가족 “정부, 유엔서 중국에 ‘강제북송’ 문제 제기해 달라”

중국 당국에 의해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기 전인 지난 2022년 중국에서의 김철옥씨 모습. 사진 = 김혁 박사 제공.

중국 당국에 의해 강제 북송된 탈북민 가족과 북한 인권 단체들이 한국 정부에 유엔에서 중국의 강제 북송 문제를 제기해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또 한국 정부가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인권 결의안 공동 초안 작성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10월 9일 중국에서 강제 북송된 탈북민 김철옥 씨의 언니 김규리 씨를 포함한 피해자 가족과 북한 인권 단체 등이 한국 정부에 공개 서한을 보내, 한국 정부가 중국 정부에 ‘탈북민 강제 북송을 중단하고 충분한 보호를 제공할 것’을 권고하라고 촉구했습니다.

3일 김규리 씨와 한국의 북한 인권 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북한인권시민연합, 북한인권위원회 등은 윤석열 대통령 앞으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서한을 보냈습니다.

이들은 서한에서 한국 정부가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오는 23일로 예정된 중국 정부를 상대로 한 유엔의 보편적 인권 정례검토(UPR) 절차에 마련된 사전 서면 질의와 권고 등을 통해 국군포로와 그 가족을 포함한 중국의 탈북 난민 강제 송환 문제를 제기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아시안게임 폐막 하루 후인 2023년 10월 9일 밤 중국은 최소 500명의 북한 구금자를 송환한 것으로 보도됐다”며 “강제 송환 피해자 중에는 국군포로 가족, 25년간 중국인 남성과 결혼해 살면서 슬하에 둔 딸이 얼마 전 손녀를 낳은 탈북 여성도 포함됐다”고 했습니다.

이들이 언급한 탈북 여성은 김철옥 씨로, 김 씨는 일명 ‘고난의 행군’ 시절이던 지난 1998년 굶주림에 지쳐 탈북했다가 중국에서 자신보다 서른 살가량 나이가 많은 남성에게 팔려가 딸을 낳고 살다가 지난 4월 중국 공안에 붙잡혀 구금돼 있던 중 지난 10월 탈북한 지 25년 만에 강제 북송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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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서한에서 한국 정부가 중국 정부에 난민협약과 의정서, 고문방지협약에 의거, 강제 송환 금지 원칙 등의 국제 의무에 따라 난민, 망명 신청자에게 충분한 보호를 제공할 것을 권고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또 중국 정부가 제3국으로 가길 원하는 탈북민의 안전한 통행 보장,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와 인신매매로 인한 강제 임신이나 그런 상황에서 태어난 아동의 육아 등 인도적 사유로 인한 중국 영내 체류 허용, 난민 신청 및 인정에 관한 통계 공표, 중국에서 구금·추방되는 국군포로 및 그 가족을 포함한 탈북민 수를 공표할 것 등을 권고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앞서 지난해 말 이들과 2013년부터 10년째 북한에 억류 중인 김정욱 선교사의 형 김정삼 씨 등은 한국 정부가 오는 4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채택될 북한인권 결의안의 공동 초안 작성에 참여하고, 결의안에 국군포로와 납북자, 억류자 문제와 중국의 탈북민 강제 북송 책임 규명과 관련 표현을 강화할 것을 촉구하는 공개 서한을 윤 대통령 앞으로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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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서한에서 지난 2003년 이후 유엔에서 20년간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됐지만, 한국은 단 한 번도 유엔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의 초안 작성국이었던 적이 없으며, 2019년부터 2022년 초까지 북한인권결의안 공동 제안국이 되기조차 거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제 한국이 2024~2025년 다시 유엔 안보리에 (비상임이사국으로)복귀하는 시점에 한국은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유엔 인권이사회 북한인권결의안의 공동 초안 작성국이 될 때가 됐다”고 했습니다.

이들은 특히 “1953년 정전협정 체결에도 불구하고 약 5만명으로 추정되는 국군포로가 송환되지 않은 지 70년이 흘렀고, 북한에 억류 중인 최소 6명의 한국 시민 중 첫 번째 피해자가 억류된 지 10년이 지났다”며 “한국 정부가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유엔 인권이사회 북한인권 결의안에 국군포로 및 한국인 억류자 관련 표현을 강화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또 결의에 한국인 억류자 6명(김국기, 최춘길, 김정욱, 김원호, 고현철 및 신원 미상 1명)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언급할 방법을 검토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아울러 결의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수 있는 안보리의 권한을 상기하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의 당사국이 되거나 로마규정 제12조 제3항에 따라 국제형사재판소의 관할권 행사를 수락할 것을 요청하며”라는 문구를 추가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소수 국가들이 이런 인권이사회의 북한 결의안 수정을 막는다면 한국은 합의 채택 대신 표결 채택을 택하는 것을 심각히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앞서 10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설치를 결정한 2013년 3월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도 표결을 각오하고 추진하자 정작 그 어느 이사국도 표결을 요구하지 않아 결국 컨센서스로 채택된 바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지난 10년간 유엔에서 북한의 우호국이 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인권의 관점에서도 내실 있는 결의가 표결 없이 채택되는 물타기 결의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