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신형 고체연료 극초음속 IRBM 시험발사 성공”… 전문가 “미한 요격망 무력화 노려”

북한은 14일 극초음속 기동형 조종 전투부를 장착한 중장거리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관영매체들을 통해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은 어제(14일) 발사한 미사일이 신형 고체연료 추진체를 사용한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과 한국이 보유한 첨단 요격망을 무력화하기 위한 미사일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미사일총국은 “지난 14일 오후 극초음속 기동형 조종 전투부를 장착한 중장거리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며 “시험발사는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고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5일 보도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용 대출력 고체연료 엔진을 개발해 1단과 2단 엔진의 지상 분출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지 약 두 달 만에 극초음속 미사일에 적용해 발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사일총국은 이번 시험발사의 목적이 “중장거리급 극초음속 기동형 조종 전투부의 활공과 기동비행 특성 그리고 새로 개발된 다계단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들의 믿음성 확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시험발사는 주변국의 안전에 그 어떤 영향도 주지 않았으며 지역의 정세와는 전혀 무관하게 진행됐다”며 “강력한 무기체계들을 개발하기 위한 정기적인 활동의 일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이번에 시험발사한 미사일의 고도와 사거리를 비롯해 미사일의 제원 식별이 가능한 이동식발사대(TEL)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앞서 14일 북한이 오후 2시 55분께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중거리급 탄도미사일을 1발 발사했으며, 이 미사일은 약 1천㎞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했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방위성은 최고 고도 약 50㎞ 이상으로 최소 500㎞를 비행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15일 입장문을 내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고, 한국을 향한 직접적 도발에 대해선 압도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입니다.

[녹취: 이성준 공보실장] “우리 군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에 즉각 포착하여 추적 감시하였으며, 미일 측과 관련 정보를 긴밀하게 공유하였습니다. 이번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명백한 도발행위로 강력히 규탄합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 2021년과 2022년 3차례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기존 극초음속 미사일은 액체연료 1단 추진체를 쓰는 중거리 미사일이었고, 이번엔 2단 고체연료 추진 IRBM급 미사일로 추정됩니다.

IRBM의 사거리는 3천~5천500㎞로, B-52 등 미군 전략자산이 배치된 괌은 물론 오키나와에 집중된 주일미군기지도 타격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극초음속 미사일은 음속의 5배 이상 속도 즉 시속 6천120㎞ 이상으로 날아갈 수 있고 추적과 요격이 어렵다는 점에서 무기 판도를 바꿀 이른바 ‘게임체인저’로 꼽힙니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이 이번에 쏜 미사일 속도는 음속의 10배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이 마하 10 이상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했다면 한국 군이 보유한 팩3형 패트리엇 미사일로 요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입니다.

괌 미군기지와 주일미군기지 등에 배치된 최신형 팩3 MSE 요격탄의 속도는 마하 4∼5가량입니다. 따라서 마하 10 이상으로 변칙 기동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막기는 어렵습니다.

한국과 괌 등에 배치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즉 사드(THAAD) 요격미사일의 속도도 마하 8 정도로 알려졌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북한이 고체연료 엔진과 극초음속 미사일을 결합함으로써 미한의 첨단 미사일 탐지와 선제타격 자산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괌이나 주일미군 기지의 경우 사드나 패트리엇 등 각종 요격망이 촘촘하게 구성돼 있다 보니까 이 방어망을 돌파하기 위해서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고 게다가 한국 군의 킬체인을 무력화하기 위해서 단거리뿐만 아니라 중장거리까지 고체화시키고 있는 거죠.”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까지 고체연료 엔진을 사용함으로써 미사일 고체연료화가 다양한 사거리의 미사일에서 전면적으로 이뤄지는 양상입니다.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로는 ‘KN-23’(이스칸데르)과 ‘KN-24’, ‘KN-25’ 등에,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로는 ‘북극성-2형’에 그리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는 ‘화성-18형’에 고체연료 엔진을 쓰고 있습니다.

액체연료 탄도미사일은 발사 전에 연료 주입이 필요하지만, 고체연료는 연료 주입 단계가 필요 없어 기습공격이 가능하다는 전술적 강점이 있습니다.

권용수 한국 국방대 명예교수입니다.

[녹취: 권용수 명예교수] “김정은 시대 와선 신형 전술유도무기가 모두 고체화됐고 ICBM급 장거리 미사일, 화성계열이 액체였는데 고체화하는데 성공했고 이번에 IRBM급, 비록 극초음속 미사일에 적용했지만 사실 그게 그대로 화성-12형급에도 대체할 수 있는 그런 능력을 갖게 된 거죠.”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장영근 미사일센터장은 “이번 시험에서 북한 매체는 ‘극초음속 기동형 조종 전투부’의 성능을 크게 부각하지 않았다”며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을 위한 시험발사라기보다는 IRBM급 고체연료 고추력 로켓 개발에 주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박사는 극초음속 미사일은 단순히 빠른 속력만이 전부가 아니라 조종이 가능한 탄두부의 비행경로까지 변경할 수 있는 기동성을 보여야 하는데 북한이 이번에 그 부분까지 검증하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양 박사는 북한이 이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추가 발사에 나설 것이라면서 이번 미사일의 탄두부가 ICBM 재진입체와 유사한 원뿔형이라는 점에서 해당 기술은 ICBM 재진입 기술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양욱 박사] “원뿔형의 탄두 자체가 ICBM 다탄두 형태와 유사하다는 겁니다. 결국 그게 극초음속에서 어떻게 조절이 될 수 있는지 그 능력을 갖는 게 기동형 재돌입체의 능력이 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이런 추가적인 실험을 통해서 예를 들어 마하10에서 조절이 되는데 마하20에서도 조절이 된다 그러면 이건 곧바로 ICBM 조종기술과도 연결이 되는 거에요.”

전문가들은 북한이 연초부터 서해 포 사격과 담화 공세로 한국을 위협하면서 또 다른 트랙으로, 전략무기 개발을 과시하는 방식으로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번 미사일 발사를 통해 자신들이 설정한 국방력 발전 5대 중점목표 가운데 미진한 부분들에 대한 개발과 완성에 한층 더 집중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거라는 설명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입니다.

[녹취: 홍민 박사] “최근 한국을 향해서 포 사격을 했던 것과는 트랙이 다른 거거든요. 전략무기 개발을 위한 예정된 트랙에 맞춰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고 올해 이것으로 포문을 열었기 때문에 이후 전략전술 무기와 관련해서 전원회의 예고대로 여러 부문 내용들이 순차적으로 촘촘하게 구사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편 북한 매체들은 이번 미사일 발사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여부를 언급하지 않아 불참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