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유엔인권사무소가 지난해 탈북민 등 북한인권침해 피해자와 가족 117명을 면담 조사했다고 밝혔습니다. 가해 행위를 기록으로 남겨 인권유린 책임을 규명하는 작업이라며 강제실종 문제도 중요하게 다뤘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서울 유엔인권사무소는 16일 공개한 활동 보고서에서 지난해 탈북민 등 북한인권 피해자와 가족 117명을 만나 의견을 청취했다고 밝혔습니다.
여성 63명, 남성 54명을 44회에 걸쳐 한국과 일본에서 면담했다는 설명입니다.
유엔 인권기구는 홈페이지를 통해 심각한 인권 침해의 책임을 규명할 때 피해자 중심의 접근이 핵심이며 이를 위해선 의견청취 활동(Consultations)이 필수라고 강조합니다.
사무소는 보고서에서 이점을 거듭 강조하며 “피해자와 그들의 가족, 기타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의는 유엔 서울인권사무소의 주요 우선순위 중 하나”라고 밝혔습니다.
[서울 유엔인권사무소] “Consultations with victims and their families and other stakeholders is one of the key priorities of the UN Human Rights Office in Seoul. Through consultations, the Office aims to increase awareness among victims and their families, explore discussions on victims' rights and solicit their views on various accountability options for human rights violations in and by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DPRK).
그러면서 “서울인권사무소는 의견청취 활동을 통해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인식을 제고하고, 피해자의 권리에 대한 논의를 모색하며, 북한 내부의, 그리고 북한에 의한 인권 침해의 다양한 책임규명 방안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탈북민, 피해자 및 가족과의 면담을 통해 북한 내 인권침해 상황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기록했다”며 면담은 주로 통일부 산하 재정착센터(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 안팎에서 진행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강제실종 범죄와 관련해 일본에서 재일 한인 북송사업 피해자와 일본인 납치 피해 가족 24명을 만나 의견을 청취하고 여러 행사를 열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북송 피해자와 가족들이 일본 니가타현에서 개최한 북송선 출항 64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며 “약 9만 3천 340명이 ‘지상낙원’ 캠페인에 따라 북한으로 이주했으며, 이들은 일본으로 돌아가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도쿄에서 시민사회를 대상으로 납치 사건을 강제실종 반인도범죄로 규정하고 문서화하기 위한 워크숍을 개최했으며 별도로 도쿄대학과 함께 일본 내 10개 시민사회단체를 대상으로 인도주의적 대응에 있어 인권를 중심에 두는 교육을 실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사무소는 교육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지만 일본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 외에 전반적인 북한인권 문제가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됩니다.
사무소는 또 지난해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설립 10주년과 세계인권선언 75주년을 맞아 대학생과 청년들을 대상으로 북한인권과 COI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프로젝트를 실시했다며 지난해 4분기에 한국 10개 대학 525명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 유엔인권사무소] “On the tenth anniversary of the establishment of the UN Commission of Inquiry on human rights in the DPRK (COI) and the 75th year of the 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the UN Human Rights Office in Seoul implemented a project to raise awareness of the DPRK human rights and COI amongst university students and youths.”
유엔 인권기구와 한국 내 탈북민들의 지속적인 교류도 강조하며 지난해 서울을 방문한 나다 알-나시프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부대표가 탈북 청년 7명을 면담하고 이들의 탈북 이야기와 인권 증진 활동을 청취했다고 전했습니다.
사무소는 또 북한인권에 대한 환기 차원에서 전시회, 음악회를 공동 개최하거나 지원했으며 지난달에는 서울 주재 11개국 여성 대사들에게 탈북 여성과 함께 북한 내 여성 인권 상황에 관해 브리핑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지난 10월에는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유엔 인권 전문가들과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 문제를 제기하는 등 다양한 캠페인도 펼쳤다며 이런 활동은 VOA 등 다양한 언론을 통해 소개됐다고 전했습니다.
제임스 히난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은 지난해 VOA와의 인터뷰에서 “사무소의 역할은 피해자들을 위해 책임규명 방안을 찾는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접근 중 하나는 “피해자를 만나 견해를 청취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책임규명은 단지 재판관 앞에서 인권 범죄를 기소하는 게 아니라 진실을 추구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며 배상 등 비사법적 책임규명도 있기 때문에 피해자가 무엇을 원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VOA에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의 예산이 미얀마 등 다른 아시아 지역 사무소와 비교해 매우 적고 활동도 소극적”이라며 “적극적이고 공개적인 활동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의 예산은 전체 유엔 인권기구 예산2억 2천 700만 달러 가운데 91만 달러가 배정됐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