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중국과의 국경을 개방할 조짐을 보이면서 한국에선 중국 내 탈북민들의 대규모 강제북송을 반대하는 북한인권단체들의 촉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중국 당국의 탈북민 강제북송이 난민협약과 고문방지협약 위반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내 민간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과 통일준비국민포럼 등은 1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재중 탈북민 강제북송 저지를 위한 긴급세미나’를 열고 중국 정부의 재중 탈북민 강제송환 계획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들 단체는 선언문에서 재중 탈북민들은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가 이미 밝힌 바와 같이 최소한 현장 난민이거나 북송되면 고문당할 위험에 처해 있는 사람들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유엔 난민협약과 유엔 고문방지협약에 가입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지만 이들 협약에 규정된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교진 SPN서울평양뉴스 북한분석실장의 선언문 낭독 내용입니다.
[녹취: 정교진 실장] “중국은 고문방지협약 가입국으로 고문받을 위험이 있는 나라에 개인을 송환, 추방해서는 안된다는 고문방지협약 제3조를 철저히 준수하여 재중 탈북민 강제북송 계획을 철회하라.”
선언문은 “중국 정부는 탈북민 난민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유엔난민기구의 탈북민 접근을 허용하고 난민심사 절차를 실시하라”며 “강제북송을 강행한다면 중국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의 자격이 없음을 국제사회에 탄원하고 중국의 유엔 퇴출을 강력히 촉구하는 범국민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강승규 통일준비국민포럼 중앙회장은 이 자리에서 중국 당국에 체포・억류 중인 탈북민 숫자가 2천600명에 이르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완화 상황으로 인해 곧 강제북송될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습니다.
강 회장은 “중국 당국은 이들을 한국행을 원하는 탈북민이 아니라 단순한 월경으로 간주해 9월 23일 항저우아시안게임 개최 이전에 북한에 보낸다는 방침”이라며 “강제북송되면 최소 5년의 수형생활을 해야 하는데 북한의 인권 상황 등을 고려할 경우 감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세 번의 탈북과 두 번의 강제북송을 경험한 여성 탈북민 김명희 씨는 증언자로 나와 청진교도소와 노동교화대 등에서 겪었던 참혹한 수감생활을 전하면서 탈북민들의 인권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선 중국 당국이 탈북민들을 난민으로 인정하고 강제북송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김명희] “중국 정부에서 공식적인 방법으로 북한이탈주민들의 신분을 인정해주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된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서 중국에 있는 유엔난민기구가 탈북자들을 면담하여 난민 심사를 하고 또 그에 대한 절차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격려사에서 “탈북민을 수감하고 있는 북중 국경 근방의 6개 구금시설의 시설이 확장되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태 의원은 “9월 중국 항저우아시안게임이 끝나면 구금된 2천600여 명의 재중 탈북민을 전격적으로 또 은밀하게 북송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견된다”며 “앞으로 약 한 달여가 이들을 구출할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지난해 9월 한국을 방문해 중국에 구금 중인 탈북민이 2천명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인 이한별 북한인권증진센터 소장은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올해 초 중국 남방 지역에서 대대적인 탈북민 단속 조치가 이뤄지면서 구금자 수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이한별 소장] “올해도 청도쪽 남방쪽 아래쪽으로 내려오면서 탈북민들이 많이 잡혔어요. 언론엔 2천명이라고 나왔지만 비공식적으로 구금돼 있는 사람들, 500명 남방에서 잡힌 사람들까지 합하면 2천500명이라는 말이 있고요.”
한편 북한인권시민연합(NKHR) 등 한국 내 12개 시민단체들은 이와는 별도로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OHCHR에 중국에 체류 중인 탈북민의 강제송환 재개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이들 단체는 제임스 히난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 등 OHCHR 관계자들에게 “최근 유엔 OHCHR, 서울 OHCHR 사무소가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재중 탈북민 강제송환을 주제로 하는 여러 NGO 회의들에 불참하고 최근 보고서들에서도 중국의 탈북 난민 강제송환 책임을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면서 이 같이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고 11일 밝혔습니다.
단체들은 서한에서 “항저우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북한이 국경 제한 조치를 해제할 수 있고 중국 내 이른바 ‘불법 체류자’로 억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2천여 명이 강제송환될 수 있다”라고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한국 감사원장을 지낸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은 이에 앞서 지난 7일 서울 중국대사관 앞에서 북한인권단체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신종 코로나 종식으로 인해 북중 국경 봉쇄 해제가 임박해 탈북민들이 북한으로 강제송환될 위기에 처해 있다”며 “중국 정부의 강제 북송을 막고, 탈북민들이 한국이나 제3국으로의 안전한 이동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구명 활동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최 의원실은 오는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북한인권정보센터와 함께 ‘재중 억류 탈북민 강제송환 반대 기자회견과 세미나’도 열 계획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