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순항미사일, 동맹 방공망에 위협 가중…안보리 제재에 포함돼야”

24일 한국 서울역 이용객들이 북한 순항미사일 발사 관련 TV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순항미사일이 미국과 한국 등 동맹의 미사일 방어체계에 위협을 더한다며 지속적인 방공망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안보리가 탄도미사일뿐 아니라 순항미사일도 제재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24일 “북한의 순항미사일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하이노넨 특별연구원] “I think we need to take it seriously for a number of reasons. First of all, you know we we have to see this in two ways. One is how they are building their missile forces. Those missiles which are going to deliver what they call tactical, miniaturized nuclear warheads, that's one part of it. (중략) Any American Air Force Base somewhere in South Korea or somewhere you don't need to a huge nuclear weapons for that. 10 kilotons will make a lot of damage.”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

하이노넨 특별연구원은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은 전술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미사일 전력을 구축하고 있다”며 “소형화된 전술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순항미사일도 그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에 있는 미군 공군기지 등을 공격하는 데는 거대한 핵무기가 필요하지 않다”면서 “10킬로톤(kt ·1kt은 TNT 1000t 위력)의 전술핵무기만으로도 막대한 피해를 끼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10년 미국 랜드연구소는 10㏏급 핵폭탄이 서울에 떨어지면 최대 23만5천 명이 사망할 것이며, 부상자까지 합한 사상자 수는 28만8천∼41만3천 명에 이를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24일 한국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쯤 북한은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지난 14일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한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열흘 만입니다.

한국 군 당국이 북한군이 발사한 순항미사일을 포착해 발표한 것은 지난해 9월 2일 이후 약 4개월 만입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5일 미사일총국이 개발 중인 신형 전략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을 24일 첫 시험발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발사 장소와 비행 시간, 고도, 경로 등 세부 사항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순항미사일은 보통 타원형 또는 8자형 궤도로 시험 발사를 하는데 낮은 궤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탄도미사일과 달리 발사 및 낙하 지점을 포착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북한이 2021년부터 수차례 시험발사한 ‘화살-1 · 2형’은 사거리가 1천500km가 넘는 장거리 순항미사일로 핵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부차관보

미사일 전문가인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24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 순항미사일이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동맹의 방공망에 대한 도전을 더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 “You know, given the large and long standing North Korean ballistic missile capability, you know the addition of land attack cruise missiles, which actually happened a couple of years ago, is really just a sort of incremental addition to the North Korea's overall

capabilities. They will, you know, add to the challenges of air defense of the alliance. But they're not a, you know, highly significant addition.”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는 “크고 오랫동안 지속돼온 북한의 탄도미사일 역량을 감안하면 지상 공격 순항미사일의 추가는 북한의 전반적인 (미사일) 역량에 일종의 점진적인 추가를 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아주 심각한 새로운 위협은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이 보유한 수백 발의 단거리와 중거리 탄도미사일도 전술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며 “실제로 작년 북한은 여러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포함해 8개의 다른 전달 체계(투발 수단)에 장착할 수 있다고 주장한 전술핵탄두를 공개한 바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탄도·순항미사일, 초대형 방사포, 핵어뢰 등 주로 한국을 겨냥한 8종의 전술핵무기에 탑재할 전술핵탄두 ‘화산-31’을 공개했습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600㎜ 초대형방사포와 순항미사일 화살-1형·화살-2형, 단거리탄도미사일 화성-11형 등에 탑재 가능한 전술 핵탄두 ‘화산-31’(오른쪽 아래)을 살펴봤다며 영상을 공개했다.

북한이 공개한 전술핵무기 8종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및 KN-23 개량형 미사일, KN-24 미사일, 600㎜ 초대형 방사포, 핵장착 무인수중공격정(핵어뢰) 해일, 화살-1·2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 신형 단거리 전술 지대지미사일 등입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북한의 고도화하는 위협에 대응해 미국과 한국, 일본 등이 방공망 개선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로버트 피터스 헤리티지재단 핵억제 및 미사일 방어 연구원

로버트 피터스 헤리티지재단 핵 억제 및 미사일 방어 연구원은 이날 VOA에 “북한의 순항미사일이 전력의 상관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하지만 확실히 미국과 한국, 일본이 전장에서 더 많은 미사일 방어가 필요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는 “우크라이나에서 봤듯 현대의 전장은 우리가 역사적으로 익숙했던 것보다 훨씬 까다로운 방공 환경을 가지고 있다”면서 “(미한일 3국은) 각자의 역량을 향상시키고, 서로 협력해 공동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향상시키며 방공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순항미사일 발사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금지하고 있는 제재 대상은 아닙니다. 따라서 안보리가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 문제를 논의한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탄도미사일뿐 아니라 순항미사일도 대북 제재에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비록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쉽지는 않겠지만 북한이 지속적으로 역내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을 계속하는 만큼 이를 제재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이노넨 특별연구원은 “과거 유엔 안보리 결의 제정 당시에는 북한의 순항미사일 개발에 큰 진전이 있다는 증거가 없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엔 안보리는 (대북 제재) 결의에 순항미사일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하이노넨 특별연구원] “I think they should include the cruise missiles to the resolutions. (중략) The resolution needs to be made and those missiles need to be included. Anything less than that will undermine the credibility of the UN system.”

하이노넨 특별연구원은 “만약 그렇지 않으면 유엔 시스템의 신뢰성이 훼손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피터스 헤리티지재단 연구원도 “순항미사일은 분명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는 북한의 행동과 우리가 북한의 행동에 보상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 관계 때문이지 순항미사일 자체가 (전쟁 등) 불안정을 초래하거나 판도를 바꾸는 기술이기 때문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피터스 연구원] “I do believe cruise missiles should be included in UNSC sanctions against North Korea, but that is a function of the behavior of North Korea and the fact that we should not reward their behavior, not because cruise missiles themselves are a destabilizing or game changing technology.”

피터스 연구원은 “순항미사일이 핵탄두를 탑재한다고 해도 힘의 균형을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며 “문제는 핵탄두 운반 수단이 아니라 북한의 핵무기 확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