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오늘(24일) 서해상으로 여러 발의 순항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한국과의 관계를 교전 중인 적대국 관계로 규정한 데 따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위협하며 한반도 긴장을 의도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24일 오전 7시쯤 북한 측 서해상으로 발사한 순항미사일 수 발을 포착했으며, 세부제원 등은 미한 정보 당국이 정밀분석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합참은 이어 “군은 감시와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미측과 긴밀하게 공조하고 있으며, 북한의 추가 징후와 활동을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지난 14일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한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열흘 만입니다.
또 한국 군 당국이 북한 군이 발사한 순항미사일을 포착해 발표한 것은 지난해 9월2일 이후 약 넉 달 만입니다.
북한은 이보다 앞서 지난해 3월과 7월에도 순항미사일을 쏘아 올렸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북한의 순항미사일은 실전배치 단계로 추정된다며 이번 발사는 기술 보완 차원의 시험발사 보다는 실사격 훈련 성격이 커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오늘 같은 경우는 합참 발표로는 여러 발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결국 여러 발을 발사했다는 것은 아마 시험발사 성격보다는 실제 훈련 차원의 실발사가 이뤄진 것으로 보여집니다.”
순항미사일은 통상 원형 혹은 8자형 궤도로 시험발사를 합니다. 저궤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탄도미사일과 달리 발사와 낙하 지점을 포착하기 어렵습니다.
북한 군이 이번에 발사한 순항미사일은 북한이 전술핵탄두 ‘화산-31’을 탑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전략순항미사일 ‘화살-1형’ 또는 ‘2형’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번 미사일이 화살-1형 또는 2형이 맞다면 전술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면서 한반도 전역과 주일미군 전력을 겨냥한 실제 핵 공격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과시하려 한 것이라는 추정이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서해상으로 미사일을 쏜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한국과의 관계를 교전중인 적대국 관계로, 그리고 북방한계선(NLL)을 불법이라고 규정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서해라는 얘기는 분명히 의도가 있거든요. 서해에서 쏜다는 것은 중국이 불편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해로 쏜 것은 결국 NLL이다, 자신들이 불법으로 규정한 NLL에 대한 자신들의 핵 무력 과시. 핵 강압전략 그 일환일 가능성이 제일 높은 거죠.”
김정은 위원장은 앞서 지난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불법, 무법의 북방한계선을 비롯한 그 어떤 경계선도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올들어 지난 5일부터 사흘 연속 서해 완충구역에 포탄사격을 했고, 19일엔 동해에서 수중핵무기체계 ‘해일-5-23’ 시험을 했다고 주장했으며, 지난 14일엔 고체연료 추진체계를 적용한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신종우 사무국장은 북한이 다양한 무기체계를 동원해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며 오는 4월 한국 총선을 앞두고 일종의 ‘살라미 전술’로 위협을 가하는 양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높여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을 흔들려는 게 북한의 의도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대한민국을 향해선 남남갈등, 국론 분열을 일으키고 윤석열 정부에 그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도록 만들고 북한 내부적으론 이렇게 전쟁 상황에서 좀 어렵지만 참고 흔들리지 말아야 된다, 그리고 적대감을 고취시키는 그런 도구로 적극 활용하려는 그런 의도라고 봐야 됩니다.”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이 한국을 향해 직접적인 공격을 할 경우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했습니다.
북한의 이번 순항미사일 발사는 한반도 긴장을 끌어 올리되 직접적이고 명시적인 도발은 피하는, 수위 조절의 결과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박사입니다.
[녹취: 양욱 박사] “기본적으로 핵 위협을 높이는 행위 중 하나로 볼 수 있고요. 또 사실 순항미사일은 유엔 국제 제재에서 빠져 나와 있는 그런 범위 안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그런 면에서 북한에겐 국제적 비난 등을 피해가면서 자신들의 역량을 확인하고 과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신원식 한국 국방부 장관은 24일 스텔스 전투기 F-35A가 배치된 충북 청주 공군 17전투비행단을 방문해 북한의 도발을 규탄했습니다.
신 장관은 “북한이 최근 북방한계선을 비롯한 그 어떤 경계선도 허용될 수 없고,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평정.수복하겠다며 협박했다”며 “또한 ‘수중 핵무기체계 실험’을 주장하고, 오늘도 순항미사일을 수발 발사하는 등 대한민국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신 장관은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한 가운데, 적 도발 시에는 F-35만의 은밀침투와 초정밀타격 능력으로 ‘즉 강 끝’ 즉 즉각, 강력히, 끝까지라는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응징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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