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에서 강제북송된 탈북민 김철옥 씨의 두 언니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장문의 공개편지를 보냈습니다. 딸 김주애를 끔찍이 아끼듯이 다른 가족의 그리움도 알아 달라며 생이별의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자녀 김주애를 앞세우고 다니며 자녀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탈북 여성들 역시 모성애를 가진 어머니이며 아이들에게 어머니는 세상 전부입니다.”
영국에 사는 탈북민 김유빈·규리 자매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공개편지에 들어있는 내용입니다.
이들은 23년 만에 연락됐던 중국의 막냇동생 규옥 씨가 지난해 10월 9일 강제북송된 뒤 구명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유빈·규리 씨 자매는 지난 23일 중국과 북한대사관 앞에서 동생 등 강제북송된 탈북민들의 석방을 촉구한 데 이어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편지를 북한 대사관 우체통에 넣었습니다.
규리 씨는 25일 VOA에 “가족 상봉의 꿈이 사라졌다”며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규리 씨] “부모라면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은 당연하잖아요. 김정은도 자기 딸이 얼마나 소중한지 본인도 잘 알잖아요. 다른 일반 백성에게도 자식이 그만큼 소중합니다. 그렇게 생이별을 시키면 남아 있는 가족은요?”
규리 씨는 김정은 위원장이 애지중지하는 딸 주애보다 조금 더 많은 15살 나이에 동생 철옥 씨는 굶어 죽지 않으려고 1998년 두만강을 건넜다고 말했습니다.
철옥 씨는 그러나 현지 브로커에 의해 시골로 팔려 가 중국 남성과 강제 결혼한 뒤 16살에 아기를 출산하고 불법체류자로 살다 25년 만에 북송됐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신분증이 없어 백신도 맞지 못한 채 고생하는 동생과 23년 만에 기적적으로 연락돼 영국으로 데려오려 했지만 출발 직후 중국 공안에 체포돼 바이산(백산) 구류소에 6개월 수감됐다가 북한으로 송환된 것입니다.
큰 언니 유빈 씨는 “왜 김주애와 동생(철옥)의 인생이 이토록 비참하게 달라야 하는지 서글프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유빈 씨] “북한 주민들도 다 자기가 돌봐야 할 백성이잖아요. 근데 지도자가 백성들 돌보지 못하니까 중국으로 넘어가고. 한국 가고. 누구는 중국에서 그렇게 고생하며 그 어린 나이에 아기까지 낳아 살고. 누구는 아빠 엄마 그늘 속에서 행복하게 잘 살고. 슬프죠. 23년 만에 찾은 동생인데. (눈물) 보지도 못하고 어떻게 됐는지 소식도 모르니까 그게 더 가슴 아프죠.”
편지엔 구구절절한 사연과 속내가 가득 담겼습니다.
“중국에 거주하는 탈북여성들은 경제적 위기로 인해 북한을 떠난 것입니다. 그들은 반공화국 인권활동가들도, 반혁명분자도, 더더욱 범죄자도 아닙니다.”
“비록 중국에서 가정을 꾸렸지만 가정의 평화를 지키면서 살아가고자 하는 평범한 여성들입니다”
유빈·규리 씨 자매는 북한 당국은 과거 유엔의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PR)에서 송환자들에 대한 박해와 고문은 없다고 주장했다며 “그것이 사실이면 동생과 500여 명의 북송된 탈북민 행방을 밝히고 조속히 풀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녹취: 김규리 씨] “북한 정부가 탈북자들을 범죄자로 만들고 있습니다. 배고파서 나온 게 뭐가 그렇게 큰 죄인가요? 어쩔 수 없이 살아야 하니까. 엄마 아빠 오빠까지 다 잃었잖아요. 북한에서.”
북한 당국은 지난 세 차례에 걸쳐 유엔 인권이사회의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PR) 실무그룹에 제출한 국가보고서에서 “고문을 통해 강압적인 심문을 하거나 사건을 과장 또는 날조하는 부당한 판결 또는 판정하는 것은 형법상 범죄로 규정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엔이 말하는 탈북자들의 증언은 날조된 사실에 불과하다며, 공화국은 종교, 여행, 표현의 자유는 철저히 보장하고 경제적 이유로 탈북한 경우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강변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또 이런 이유로 당시 탈북민을 고문하고 처벌하지 말라는 일부 회원국의 권고도 수용할 수 없다며 거부했습니다.
하지만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등 다양한 인권 보고서들은 일관적으로 북한 정권이 송환 탈북자들을 광범위하게 고문하고 처벌한다며 이는 북한이 비준한 여러 국제 인권조약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해 왔습니다.
규리 씨는 북한의 이런 모순은 이제 세상이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지금이라도 김주애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백성의 삶을 들여다보길 바란다고 호소했습니다.
[녹취: 김규리 씨] “김 위원장님, 본인의 딸이라고 생각하시고 제발 이제는 멈춰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가족이 흩어지는 것을요. 강제북송을요. 또 북한을 백성을 위한 나라로 만들어 줬으면 좋겠어요. 백성을 위한 리더로 남길 바랍니다. 백성을 날파리 취급하지 말아 주세요”
두 자매는 또 중국에서 성인이 된 철옥 씨의 딸이 결혼해 엄마가 됐다며 북송된 엄마가 돌아오길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유세계에 사는 만큼 이제 두려움도 없다며 동생의 무사 귀환을 위해서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김규리 씨] “저의 12살 딸이 너무 속상해해요. 2년 동안 전화 통화하던 이모가 갑자기 왜? 왜 그러는데? 앞으로 우리는 북한 대사관과 중국 대사관에 끝까지 찾아가 계속 항의할 겁니다. 멈출 때까지. 또 중국에 있는 다른 탈북자들을 위해서라도 저희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규리 씨는 이날 독일의 한인들에게 동생 등 탈북민 강제북송 실태를 알리기 위해 프랑크푸르트로 향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