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국에서 강제 북송된 탈북민 김철옥씨의 가족이 윤석열 한국 대통령 앞에서 김씨의 구출과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탈북민들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강제 북송되는 것은 심각한 인권유린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9일 중국에서 강제 북송된 탈북민 김철옥씨의 사촌오빠 김혁 박사가 28일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주재한 민주평화통일(이하 민주평통) 자문회의 전체회의에서 김씨를 비롯해 강제 북송된 탈북민 구출과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탈북민 출신으로 민주평통 인권 분과 상임위원을 맡고 있는 김 박사는 이날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을 위한 자문위원의 역할’이란 주제 발표에서 강제 북송된 사촌동생의 사연을 소개하며 “제가 공적인 자리에서 사촌동생의 신상을 공개하는 이유는 북송됐을 때 모진 고문과 폭력에 따른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최소한 동생 철옥이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한 절실함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박사의 사촌동생인 김철옥씨는 지난 1998년 열다섯 살의 나이에 ‘중국에 가면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브로커의 말에 속아 탈북해 중국 오지로 팔려가 자신보다 서른 살가량 많은 남자와 결혼해 열여섯 살에 딸을 낳고 25년간 중국에서 살다가 지난 4월 중국 공안에 붙잡혀 지난달 다른 탈북민 수백 명과 함께 강제 북송됐습니다.
김 박사는 “이런 북한 인권 실태는 사촌동생의 문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강제 북송된 다른 500여 명에게 닥친 ‘현실’이고, 중국에 숨어 지내는 수많은 탈북자의 ‘삶’이며, 북한 인권 침해에 대한 ‘경고’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건”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인권 개선에 관한 우리의 관심과 노력은 북한과 제3국에서 자행되는 인권 침해를 억제하고 개선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북한 인권 개선 노력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개회사에서 “북한 주민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당국의 혹독한 감시와 처벌 속에 기본적인 인권마저 유린당하고 있다”며 “북한 인권의 개선 없이 민주평화통일의 길은 요원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가 지향하는 민주평화통일은 남북한 모든 구성원이 자유를 누리며 함께 번영하는 통일”이라며 “자유와 인권과 법치에 기반한 민주평화통일이야말로 우리 한반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영국에 거주하는 철옥 씨의 둘째 언니 규리 씨는 영국을 방문한 윤 대통령이 런던의 한 호텔에서 현지 한인들을 초정해 가진 만찬 간담회에 참석해 동생의 구명을 호소하는 편지를 전달한 바 있습니다.
한편 윤 대통령은 또 이날 오후 북한 인권 권위자들로 구성된 ‘북한인권 현인그룹’과 만나 북한 인권 실태와 이의 개선을 위한 국제 협력 방안, 한반도 상황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한국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해외 체류 탈북민들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강제 북송되는 것은 또 다른 심각한 인권유린이며, 강제 송환 금지를 규정한 ‘난민지위협약’과 ‘고문방지협약’은 반드시 준수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또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북한인권보고서가 북한 당국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침해를 ‘인도에 반한 죄’로 규정하고, 북한 최고지도부에 대한 책임 규명을 권고했지만, 이후 10년이 지났음에도 북한 인권 상황은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인권 현인그룹은 지난 2016년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협력을 강화하고 관련 정책을 제언하기 위해 이정훈 전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가 설립한 협의체입니다.
이 전 대사가 위원장을 맡고, 호주 대법관 출신인 마이클 커비 전 COI 위원장, 마르주키 다루스만 전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소냐 비세르코 전 COI 위원,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데이비드 알톤 영국 상원의원,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 등 7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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