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위원장은 COI 보고서 발간 10주년을 맞았지만 북한 인권 침해 가해자의 책임을 규명하는 데는 큰 진전이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커비 전 위원장은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책임 규명을 위해 인권 유린 사례를 계속 수집하고 북한에 정보를 유입하기 위해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커비 전 위원장을 안소영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17일은 COI 북한인권보고서가 공개된 지 10년이 되는 날입니다. 보고서가 북한 인권 상황 개선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하십니까?
커비 전 위원장) 몇 가지 변화가 있었지만 대부분 상당히 제한적이었습니다. 그중 하나는 장애인에 대한 처우 개선입니다. 한때 평양 등의 길거리에서는 장애인이 눈에 띄는 게 허용되지 않았지만 이 문제는 처리됐습니다. 또 COI의 권고대로 서울에 유엔인권사무소가 설치돼 기록을 보관하는 등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고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여전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서의 일부 진전은 있었습니다만 충분한 수준은 아닙니다.
기자)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의 역할, 활동에 대해서는 얼마나 만족하십니까?
커비 전 위원장) 서울사무소는 상당히 한정된 예산, 인력 안에서 기대할 수 있는 만큼의 활동은 잘 해왔다고는 생각되지만 항상 할 수 있는 일은 더 있다고 봅니다. 특히 북한 문제에 있어서는 탈북민들을 더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에서 탈출한 이들은 정보의 원천입니다. 그들이 북한에서의 삶을 통해 북한에서 여전히 일어나는 끔찍한 사건들을 가장 있는 그대로 설명할 수 있는 자원이기 때문입니다.
기자) COI 북한인권보고서 발간 10주년을 맞아 방문하는 한국에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십니까?
커비 전 위원장) 전문가 회의에 참석할 계획입니다. 이 회의는 유엔 인권 분야에서 일하는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인 (엘리자베스) 살몬 교수와 협력하고, 회의에 참석할 커뮤니티 그룹들과 COI 보고서의 후속 조치를 개선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특히 COI 북한인권보고서 이행을 진전시키기 위해 시급한 몇 가지 사안이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납북자 문제입니다. 납치 피해자, 가족들 모두 고령화하고 있습니다. 전쟁 포로와 이산가족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들은 시간제한과 관심 부족이라는 어려움을 안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긴급한 문제들입니다.
기자) COI 북한인권보고서는 탈북민들이 강제송환 되면 어떤 처우를 받게 되는지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최근 중국이 탈북민 6백여 명을 북한으로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졌죠. 보고서를 발간하고 10년이 지났는데도 중국이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는데, 이에 대한 논의도 계획하고 계십니까?
커비 전 위원장) 중국 정부는(2013년, 2014년에도) UN COI의 노력에 상당히 저항했습니다. 우리가 COI 보고서를 작성할 당시 러시아는 매우 예의 바르고 정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중국은 탈북민이나 난민을 단순히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온 경제적 (불법) 이민자로 규정했습니다. 여전히 중국은 이 문제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고요. 탈북민 문제를 난민협약에 따라 보호받을 자격이 있는 인권 사안으로 보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과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부분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기자)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북한의 인권 유린 실태를 고발한 COI 보고서가 반향을 일으킨 이유 중 하나는 가해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한 부분입니다. 실질적인 이행이 필요한데 현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커비 전 위원장) 지금까지 진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2014년 COI 활동이 시작될 때, (유엔) 북한 대표들이 보고서와 조사위원회를 비난하고 우리의 조사 결과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봤습니다. 이런 상황이 빨리 바뀔 것으로 보느냐고요? 아니요. 사실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로 상황은 어떤 면에서 더욱 악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며칠 동안 북한이 애국가를 고치고 통일 문구를 삭제했다는 보도를 봤습니다. 북한이 더 고립되는 방향으로 후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좋은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의 인권 문제는 안보와 불가분의 관계로 함께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룰 수 있을까요?
커비 전 위원장) 인권과 국가 평화 및 안보는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보편적 인권이 부정되고 사람들이 매우 잔인하게 취급되는 국가와는 안정적이고 안전하며 상호 존중하는 합의를 할 수 없죠. 현 상황에서 진전을 이루기가 어렵다는 것은 자명하지만 그렇다고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국제사회가 북한을 어떻게 보는지, 또 유엔조사위원회가 북한을 어떻게 보는지를 북한에 전달하기 위해 앞으로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을 사용하는 방법을 강구하게 될 것입니다. 안보리가 당장 국제형사재판소에 (북한 인권 상황을) 회부하지 않더라도 COI에서 진행했던 청문회를 계속 진행해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궁극적으로 북한의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정보 구축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기자) 일각에서는 향후 10년을 위해 COI 보고서의 갱신 필요성을 이야기하는데요.
커비 전 위원장) 저는 COI 보고서에서 거의 모든 것이 언급됐기 때문에 추가 COI 보고서에 대해서는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보고서 권고를 이행하는 것이지 다시 북한의 인권 유린 상황을 찾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추가 정보를 수집하고 탈북자들로부터 탈북 전에 북한에서 겪은 학대를 분명히 밝히기 위해 공청회 등을 개최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번 주 서울에서 열릴 회의에서도 이 부분을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북한 정권과 주민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십니까?
커비 전 위원장) 북한은 심각하게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는 국가입니다. 자원은 적지만 큰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곳으로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르며 가장 위험한 무기와 기술을 보유한 나라입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와 관여해야 합니다. 이런 북한이 국제사회와 관여하지 않는다면 상황이 잘못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유엔 회원국인 북한은 반드시 유엔의 다른 국가들과 함께 보편적 인권 원칙을 수용하고 이에 동참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세계인권선언 75주년이 되는 시점에 우리는 지금 더 위험하고 인권 박탈이 더 심각한 시기에 살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국제사회가 그들의 상황을 우려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았으면 합니다.
아웃트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발간 10주년을 맞아 마이클 커비 전 COI 위원장으로부터 그동안의 성과와 개선 방안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안소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