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이중용도 품목 대북 유입 차단해야…법 집행, 교란 작전 강화 중요”

영국의 분쟁군비연구소 현장 조사단이 올해 1월 2일 하르키우에서 수거한 북한 탄도미사일의 잔해를 1월 27일과 2월 1일 조사하고 기록했다. 분쟁군비연구소 웹사에트에 공개된 잔해 사진.

우크라이나에서 회수된 북한산 탄도미사일에서 미국과 유럽 부품이 다수 발견된 가운데 제재 전문가들은 이중용도 품목의 대북 유입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제조사들에게 대북 거래 가능성을 경고하고 법 집행과 교략 작전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한 후루카와 가쓰히사 전 위원은 22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최근 북한산 탄도미사일에서 발견된 미국과 유럽 부품들이 대부분 이중용도 품목이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후루카와 전 위원] “The bulk of the items shown in the photo provided by CAR appear to be widely available commercial items, which makes it difficult to trace the procurement routes. Nevertheless, in the previous UN investigations, there were usually at least a few “jewelry” items whose procurement routes can be tracked, enabling the identification of the foreign intermediary who assisted the DPRK’s violations of the sanctions. It is not necessary to identify the procurement routes of all items. The key is to identify the key nodes of the illicit networks.”

후루카와 가쓰히사 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위원.

후루카와 전 위원은 “분쟁군비연구소(CAR)가 제공한 사진에 나타난 대부분의 품목은 시중에 널리 유통되는 상용 품목으로 보이며, 조달 경로를 추적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 유엔 조사에서는 조달 경로 추적이 가능한 ‘보석과 같은’ 품목이 최소 몇 개 이상 포함돼 있어 북한의 제재 위반을 지원한 외국 중개자를 식별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모든 품목의 조달 경로를 파악할 필요는 없다”며 “핵심은 불법 네트워크의 주요 교점(node)를 식별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조달 경로를 꼼꼼하게 추적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모든 기업에 연락해 협조를 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영국의 분쟁군비연구소는 20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회수한 북한산 미사일 잔해의 290개 부품을 직접 조사한 결과 8개 나라에 본사를 둔 26개 회사의 제품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중 부품의 75%가 미국 회사가 설계,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16%는 유럽 회사, 9%는 아시아 회사와 연계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분쟁군비연구소는 이날 VOA에 앞으로 해당 회사들과 협력해 유입 경로를 조사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알라스테어 모건 전 유엔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 조정관

알라스테어 모건 전 유엔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 조정관도 22일 VOA에 북한뿐 아니라 러시아와 이란도 미사일을 제조할 때 외국산 부품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부품의 특성과 광범위한 유통으로 인해 수출통제가 매우 어렵다”면서 “미국, EU, 일본이나 다른 나라들의 제조업체가 의도적으로 북한에 공급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습니다.

[모건 전 조정관] “The nature of the components and their widespread distribution makes control very challenging. It is unlikely that manufacturers in the US, EU, Japan or other countries named are intentionally supplying the DPRK. At some point in the distribution chain, however, there most likely are entities and individuals who are deliberately supplying the DPRK or DPRK agents – or at least are failing to perform due diligence on end users. This problem is compounded where you now have state actors who may wish to supply DPRK with components destined for military end use, e.g. perhaps Iran and Russia.”

그러나 “유통망의 어느 지점에서는 고의적으로 북한 또는 북한 대리인에게 공급하거나 적어도 최종 사용자에 대한 실사를 수행하지 않는 단체와 개인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이란과 러시아처럼 북한에 군사용 부품을 공급하고자 하는 국가 행위자가 있는 경우 더욱 복잡해진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주재 영국 대사를 지내기도 한 모건 전 조정관은 “확인된 부품의 유통 경로를 추적하고 유출 지점을 차단하기 위해 분쟁군비연구소가 제조업체와 함께 협력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며,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예전에 전문가패널 보고서에 중국내 공급원으로부터 북한이 미사일 항법시스템 부품을 조달하고 있다는 유엔 회원국 정보를 담은 적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다양한 국가 중개인 활용”

미 국방정보국(DIA) 정보분석관 출신으로 세계 각지의 북한 제재 회피 활동을 추적해온 브루스 벡톨 엔젤로주립대 교수는 21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북한은 이중용도 부품을 구입할 때 가명을 사용하거나 중개인을 거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양한 나라의 중개인들이 북한의 불법 조달 활동에 연루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벡톨 교수] “They’ve used Malaysian citizens in the past, Singaporean citizens in the past Vietnamese, they've used Chinese, in the past, Chinese have often served as third party intermediaries for a price, of course, and the Russians until very recently, were allowed to do that as well. They've even used third party intermediaries, from countries in Sub Saharan Africa.”

브루스 벡톨 미국 앤젤로주립대 교수

벡톨 교수는 “북한은 과거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인들을 중개인으로 썼다”며 “중국인도 대가를 받고 중개자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고, 러시아인도 최근까지 그렇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은 심지어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의 중개인도 썼다”고 덧붙였습니다.

벡톨 교수는 북한의 이러한 이중용도 물품 조달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제조사에 북한 관련 가능성을 경고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벡톨 교수] “Make sure that these companies know that North Koreans will be trying to purchase this type of stuff, and to have them be on the lookout for folks who are using third party intermediaries. And make sure they check the legitimacy of those third party intermediaries.”

벡톨 교수는 ”북한이 이러한 종류의 물품을 구입하려 한다는 것을 제조사들에게 알리고, 중개인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경계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중개인들의 적법성도 확인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벡톨 교수는 그러면서 북한이 활용하는 위장회사 목록을 제재 명단에 올리고 국제 통상 분야에도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WMD 핵심부품 유입 차단에 집중”

랜드연구소의 찰스 킹 말로리 국제 위험∙안보 국장은 제재의 모든 구멍을 막을 수는 없기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핵심 부품 유입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말로리 국장] “The ones that you know, are very difficult to get hold of, that will make a difference between success and failure are like filament winding machines for missile bodies. computer controlled lathes for missiles and for nuclear weapons, there's certain types of high speed electronic switches.”

찰스 킹 말로리 랜드연구소 국제 위험∙안보 국장

말로리 국장은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손에 넣기 힘든 기술들이 있다”며 “미사일 본체의 필라멘트를 감는 기계, 핵무기와 미사일 부품을 만들 수 있는 ‘컴퓨터 제어 선반’, 핵무기 발사에 사용되는 고속 전자 스위치 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크라이트론(Krytrons)이라는 고속 전자 스위치를 누군가가 주문 할 때마다 서방 국가들에서는 온갖 경고등이 켜지고, 구입 이유를 면밀히 조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말로리 국장은 또 북한으로의 부품 유입을 막기 위해서는 ‘전자 무역 기록’을 만들어 마치 병원에서 의료 기록을 보관 하듯이 국제 배송을 전자적으로 추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법당국 법 집행 노력 강화해야”

데이비드 애셔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불법 조달 활동을 단속하기 위한 미국 사법 당국의 법 집행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정부에서 테러금융과 제재를 담당했던 애셔 연구원은 “적극적인 확산 방지 활동을 펼치는 ‘대북 태스크 포스’를 재구성해야 한다”며 “조달 활동에 연루된 인물, 장소, 물건, 자금을 추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애셔 연구원] “We need to reassemble a task force on North Korea, which engaged in active counter-proliferation strategy. And that means, you know, you target the people places and things and the money behind the procurement activities.”

데이비드 애셔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

애셔 연구원은 부시 정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산하의 ‘북한활동그룹(North Korea Activities Group)’은 북한의 불법 공급망을 겨냥해서 활동했으며,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은 북한의 불법 활동을 해상에서 차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애셔 연구원은 “상무부 뿐 아니라 연방수사국(FBI)이 개입해 부품이 어떻게 유입되는지 조사하고 이를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공급망에 들어가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후루카와 전 위원도 북한의 조달망을 겨냥한 교란 작전을 제안했습니다.

[후루카와 전 위원] “If China, Russia, and other relevant governments continue to fail or refuse to implement the UN sanctions, US, ROK, and Japan should utilize the existing illicit networks for sabotage operations by mixing defective items in the procurement routes in ordered to cause failures in the specific DPRK weapon system. Similar disruptions were conducted previously.”

후루카와 전 위원은 “중국, 러시아 등 관련 정부가 유엔 제재를 계속 이행하지 않거나 거부할 경우 미국, 한국, 일본은 기존의 불법 네트워크를 활용해 조달 경로에 불량품을 섞어 북한 무기 체계에 고장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교란 작전을 펼쳐야 한다”며 “과거에도 비슷한 교란 작전이 진행된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후루카와 전 위원은 이 밖에 유엔 안보리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만큼 미한일은 주요 7개국(G7) 체제를 활용해 공동 조사단을 꾸려서 제재 회피망을 파악하고, 관련 위반자에 대한 제3자 제재 ‘세컨더리 제재’를 시행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