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의 고위 관리들이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북한 정권의 불법 무기개발과 재원 전용 문제를 비판했습니다. 반대 목소리를 억누르는 인권 탄압과 강제북송의 심각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2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55차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 기조연설에서 “북한 정권은 불법 무기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상당한 재원을 투입하고 대중의 반대를 억누르기 위해 인권을 탄압해 왔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In North Korea, where the regime has dedicated considerable resources to developing its unlawful weapons program and repressed human rights to stifle public objection,…”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자국민에 써야 할 국가 재원을 핵과 미사일 등 무기 개발에 허비해 주민들이 더 고통받고 있다는 미국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입니다.
한국의 강인선 외교부 2차관도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발표 10주년을 맞아 북한 인권 상황에 진전이 없는 것에 대해 여전히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북한 정부는 자국민의 기본권을 지속해서 부정하고 있으며, 주민들의 복지 대신 불법 무기 프로그램에 재원을 전용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강인선 2차관] “The DPRK persists in denying its citizens their fundamental rights, diverting resources to unlawful weapons programs instead of the welfare of its people. Even benign acts such as watching a TV show from the Republic of Korea can lead to the harshest punishments, including the death penalty.”
아울러 “한국의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과 같은 악의 없는 행위조차 사형을 포함한 가장 가혹한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강 차관의 이런 지적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 등 이른바 3대 악법을 통해 주민들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최근 줄리 터너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세 가지 법을 “3대 악법”으로 칭하며 이런 터무니 없는 가혹한 법의 폐지를 북한 정부에 지속적으로 촉구하는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었습니다.
강인선 2차관은 또 이날 연설에서 “탈북민들이 강제 북송되고 있다는 보도 또한 심각한 문제”라며 “우리는 회원국들이 강제송환금지 원칙(농르풀망)을 존중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강인선 2차관] “The reports of North Korean escapees being forcibly repatriated are also deeply troubling. We implore Member States to respect the principle of non-refoulement.”
강 차관은 그러나 강제북송을 중단하지 않고 있는 중국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습니다.
호주의 팀 와츠 외무부 차관도 이날 화상 연설을 통해 세계인권선언의 보호를 촉구하며 인권 탄압 국가 중 하나로 북한을 언급했습니다.
와츠 차관은 “세계인권선언은 간단한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서 “인권은 당신이 누구이든, 어디에서 태어났든 동등하게 적용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란, 아프가니스탄, 미얀마,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말했습니다.
[와츠 차관] “The 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is grounded in a simple fact. Human rights apply equally to all people, no matter who you happen to be or where you happen to be born. We also remain gravely concerned about the human rights situations in Iran, Afghanistan, Myanmar and the DPRK.”
이날 고위급 연설에서 많은 서방국 고위 관리들은 지난 12월 75주년을 맞은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을 강조하며 인권 범죄에 대한 책임추궁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특히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와 하마스의 인질 석방,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범죄,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 등에 대한 우려와 대응 목소리가 컸습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세계인권선언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의 고유하고 평등하며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천명했다”며 그러나 이런 기본적 권리가 전 세계에서 공격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란에서는 여성과 여아들이 그들의 기본적인 자유를 위해 용감하게 싸우다가 가혹한 탄압에 직면했으며 신장에서는 위구르족이 단지 그들의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거나 신앙을 실천했다는 이유로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구금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In Iran, where women and girls have been met with harsh crackdowns as they bravely fight for their fundamental freedoms. In Xinjiang, where Uighurs face cruel and inhuman detainment, simply for displaying pride in their culture or practicing their faith.”
이어 “바이든 행정부는 이러한 권리가 진정으로 보편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인권이) 완벽한 나라는 없다”며 “실제로 미국은 민주주의의 실패, 즉 진정한 보편적 인권으로 나아가는 길에서 우리 자신의 걸림돌과 계속 씨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28일 사흘째 마지막 고위급 회기를 속개하며 일본, 영국, 체코 등의 고위 관리들이 연설할 예정입니다.
한편 강인선 2차관은 이날 연설에서 한국이 차기(2025~27년)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에 입후보할 것이라며 회원국들에 지지를 당부했습니다.
강 차관은 “한국은 분쟁의 잿더미에서 일어나 역동적이고 포용적인 사회를 건설했으며, 이는 한 국가가 세계인권선언의 이념을 받아들일 때 무엇을 이룰 수 있는지 보여주는 증거가 되고 있다”며 “이러한 특별한 여정에서 얻은 통찰력과 교훈을 이사회와 공유하고자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은 2006년 유엔 인권이사회 초대 이사국으로 진출한 이래 가장 최근인 2020~2022년까지 총 5번의 이사국을 맡았습니다. 그러나 2022년 실시된 2023~2025년 인권이사국 선거에서 5위에 그쳐 연임에 실패했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엘리자베스 살몬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제출한 올해 정기 보고서를 곧 공개할 예정이며 다음 달 18일 상호 대화를 통해 북한의 인권 상황을 점검할 예정입니다.
유럽연합(EU)은 앞서 북한인권결의안을 다시 이사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