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마식령 스키장에서 대북 제재 위반 품목인 스노모빌 장비를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당 제조 업체는 북한에 어떤 제품도 판매하지 않는다며 구체적인 정보가 없으면 추적 조사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마식령 스키장에서 유엔과 유럽연합(EU)의 대북 제재 품목인 고가의 스노모빌 장비가 포착됐습니다.
앞서 북한 ‘조선중앙TV’가 최근 방영한 마식령 스키장 관련 보도 영상을 통해 스키장 내에서 외국산 스키 장비와 리프트 등이 계속 운영되고 있는 모습이 공개됐습니다.
특히 캐나다 기업 ‘스키두(Ski-Doo)’의 스노모빌 차량이 여러 차례 포착됐습니다.
영상에 등장한 스키두 3인승 스노모빌 차량은 신차 기준으로 현재 최소 미화 약 1만 달러 이상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스노모빌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유럽연합(EU)이 대북 수출을 금지한 사치품에 해당합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3년 채택된 대북 결의 2094호를 통해 보석과 귀금속, 요트, 고급 자동차 등을 사치품으로 규정하고 금수 조치했습니다.
이어 지난 2016년 채택된 결의 2270호를 통해 기존 금수 대상 사치품을 7개에 12개로 확대하고 스노모빌과 스포츠 레크리에이션 장비, 고급 손목시계 등을 추가로 금수 대상 목록에 올렸습니다.
또 EU도 지난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해 단행한 대규모 대북제재를 통해 ‘스키, 골프, 다이빙, 수상 스포츠를 위한 물품과 장비’를 비롯해 ‘땅, 하늘, 바다에서 사람을 이동시키는 고급 운송 수단과 부품’을 대북 금수 품목에 포함시켰습니다.
VOA는 유엔과 유럽연합,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에 이번 사안에 관한 논평을 요청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식령 스키장에서 포착된 스노모빌 제조사인 캐나다의 ‘스키두(Ski-Doo)’사는 “해당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BRP 홍보팀] “On the video provided, the vehicle used seems to be a Ski-Doo Grand Touring. BRP is taking this matter seriously. In compliance with all applicable trade regulations, including UN and EU sanctions, BRP does not sell any products in North Korea.”
‘스키두’의 모회사인 캐나다 ‘BRP(Bombardier Recreational Products)’ 홍보팀은 6일 VOA의 관련 질의에 “영상에 따르면 해당 차량은 스키두의 그랜드 투어링 제품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유엔 및 유럽연합(EU)의 제재를 포함한 모든 관련 무역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우리는 북한에 어떠한 제품도 판매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BRP 측은 ‘해당 차량의 북한 유입 경위 등 제재 위반 여부와 관련해 향후 조사 계획이 있느냐’ 질문에 “차량의 구체적인 식별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내부적으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BRP 홍보팀] As for your most recent question about the investigation, yes it would be done internally, if we can get the specific identification information on the vehicle. The original video you shared with us does not allow us to get specific identification information on the vehicle, such as its VIN number. Should we have access to better images, we might be able to identify the vehicle(s) and trace its origin. With no specific identification information on the vehicle(s), such as its VIN number, it is impossible for us to trace the distribution circuit and complete an investigation.”
이어 공개된 영상 속 정보만으로는 차량의 구체적인 식별 정보를 확인하기 어렵다면서 “더 나은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다면 차량을 식별하고 출처를 추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차량 식별 번호 등 구체적인 정보가 없으면 유통 경로를 추적해 조사를 완료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부연했습니다.
최근 북한에서 대북제재를 위반한 사치품 사용이 계속 포착되고 있는 가운데 제조사들은 추적 조사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밝혀왔습니다.
앞서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사도 지난해 12월 북한 고위층이 잇따라 벤츠를 타고 전원회의에 나타난 것과 관련해 ‘유입 경위를 확인 중’이라면서도 “차량 식별 번호를 확인할 수 없어 구체적인 추적은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해당 차량이 어떻게 북한 정부에 의해 사용됐는지 알 수 없다”면서 “제3자의 차량 판매, 특히 중고차 판매는 당사의 통제와 책임 밖에 있는 일”이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 내부의 사치품 조달 과정을 잘 알고 있는 탈북민 출신의 전문가는 북한이 주로 유럽 지역에서 대리인을 통해 소량의 사치품을 사들여 중국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막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현승 연구원] “북한의 대표부에 나와 있는 분들이 직접 나서서 거래서를 작성하고 수송을 담당하는 게 아니고 유럽에 나와 있는 분들이 그 파트너들을 통해서, 또 중국에 있는 파트너들을 통해서 중국 회사의 이름을 걸고 계약이 다 작성되기 때문에 중국으로까지의 수송은 문제가 없게 됩니다. 그러면 이제 무역상들이 그걸 밀수라든지 편법을 써서 북한으로 들여보내는 거죠.”
북한 노동당 39호실 산하 선박무역회사 부대표를 지내다 탈북한 글로벌피스 재단의 이현승 연구원은 6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중국은 가짜 제품이 많고 유엔 제재 위반의 온상으로 지적돼 오히려 꺼리는 분위기라며, 고가의 사치품은 대부분 유럽에 나가 있는 김정은 위원장 비서실 직속 인력들이 대리인을 통해 구매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차량 식별 번호 같은 구체적 정보가 있다면 최초 구매자를 특정해 추적할 수 있겠지만 제조사들의 입장처럼 현실적으로 이를 확인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치품 자체에 대한 접근보다는 해외에 나와 있는 북한 커넥션에 대한 계좌 동결이 ‘북한 사치품 밀수’ 근절에 근본적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현승 연구원] “북한을 대표해서 나와 있는 사람을 통해서 돈이 송금이 되고 또 그 사람들하고 연결고리가 있는 파트너들이 이제 송금에 관여가 되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을 주시해서 보면 계좌의 움직임이라든지 이런 게 어느 정도 보이기 때문에 그런 계좌 동결이라든지 송금에 관련돼서 모니터링을 높이는 게 사치품 통제에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연구원은 또 그동안 중국 국경을 통해서만 사치품 수입이 주로 이뤄졌던 것과는 달리 북한과 러시아 관계가 최근 강화되면서 러시아 국경을 통한 물품 이동 경로가 추가됐을 수 있다면서 이러한 동향도 국제사회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