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포노마렌코 대사] “북한, 러에 전술유도미사일 제공 가능성…무기 지원 책임 물을 것”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가운데)가 서울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지지 집회에 참석했다. 사진 =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

북한이 러시아에 전술유도미사일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가 말했습니다. 포노마렌코 대사는 8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2년을 맞아 진행된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무기가 품질에 관계 없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위협이자 도전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포노마렌코 대사는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한 증거를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있다며 침략국을 지원한 어떤 나라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한국 정부에는 무기 지원과 함께 방어시설 건설을 위한 장비를 요청했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포노마렌코 대사를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2년이 넘었습니다. 지난해 VOA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자국 영토에 대한 확고한 방어 의지를 강조하며 러시아의 계획은 실패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먼저 그 이후 전황과 피해 규모를 설명해 주시죠.

포노마렌코 대사) 2023년에 전선은 크게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전격전에 실패한 러시아는 여전히 상당한 자원과 전쟁 피로, 핵 협박을 통해 승리하기를 바라며 장기간의 소모전에 대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점령군은 전선을 따라 공세를 강화했지만 크게 진격하지는 못했습니다. 우리는 국가를 지켰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흑해 함대의 거의 3분의 1을 침몰시켜 러시아의 해상 봉쇄를 해제했고 전 세계 연합을 결성해 반격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최대한 피해를 주기 위한 수단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어요. 러시아는 도시나 마을을 완전히 파괴합니다. 폐허로 만듭니다. 수십만 명이 살던 도네츠크 지역 거주지 전체가 파괴됐습니다. 바흐무트, 아브디브카, 마리인카, 불레다르와 같은 마을은 잔해만 남았습니다. 피해액은 현재 4천 110억 달러로 추산됩니다. 러시아에 의해 파괴된 민간 인프라 시설의 수만 15만 개가 넘고요. 학교 200개가 파괴됐고, 1천 600여 개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학교 7곳 중 1곳이 피해를 본 상황입니다. 1천 702개 문화 기반 시설, 872개 우크라이나 문화유산이 손상됐습니다. 가장 비극적인 손실은 인명 피해입니다. 우크라이나 법 집행 기관은 12만 6천293건의 전쟁 범죄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어린이를 포함한 1만1천943명이 숨졌고, 민간인 1만 9천182명이 다쳤습니다. 러시아가 평화로운 우크라이나의 도시들을 계속 공습해 사상자 수는 매일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뿐 아니라 러시아의 공습은 막대한 환경 피해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오늘날 세계에서 지뢰가 가장 많이 매설된 국가 중 하나입니다. 우크라이나 영토의 30%가 적의 지뢰와 불발탄으로 인해 여전히 위험한 상태입니다.

기자) 북한의 대러 무기 지원 정황이 계속 드러나고 있고 양국의 관계도 심화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두 나라 사이의 군사 협력 수준은 어느 정도입니까?

포노마렌코 대사) 우리는 특히 작년에 북한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 이후 평양과 모스크바 간의 교류가 크게 강화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북한은 이미 최소 몇 달 동안의 적극적인 적대 행위에 충분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당한 수의 포탄뿐 아니라 단거리 탄도미사일도 러시아에 전달했습니다. 또한 북한은 이미 모스크바에 유도 전술 미사일을 제공했거나 곧 제공할 것으로 추정되고요. 우리의 국제 파트너들이 우리가 요청한 수의 포탄과 다른 유형의 매우 필요한 무기를 제공할 방법을 찾는 동안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하는 무기는 전선과 우크라이나 후방 모두에서 포격의 강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줍니다. 러시아와 북한 간의 이러한 협력이 전쟁의 결과를 결정하지는 않겠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군대에 비해 질적으로는 아니더라도 무기의 양적 측면에서 우위를 유지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는 당연히 우크라이나 방위군과 민간인 모두에게 위협이자 도전입니다.

지난 1월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검찰 관계자가 러시아가 사용한 북한제 미사일로 추정되는 미사일 잔해를 공개했다.

기자) 북한도 분명 러시아로부터 얻고 싶은 것이 있을 텐데, 이런 양측 사이의 군사 협력에 대해 한국 정부와 공조 계획이 있는지요?

포노마렌코 대사)러시아군이 북한산 무기를 사용한 사례는 이미 기록돼 있습니다. 단발성 사건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증거가 확보되는 대로 한국 정부에 모든 증거를 전달할 계획입니다. 우크라이나의 보안 기관들은 (북러 간 군사 협력) 이 같은 사례를 수집하고 기록하고 처리해 유엔과 파트너에게 증거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침략자에게 무기를 공급하는 것으로 입증된 국가는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대량학살과 관련한 책임을 지게 될 겁니다.

기자) 한국 국방부 측과 북러 협력 사안에 대한 합동 조사 등 향후 계획도 있습니까? 국방부 측과 회의를 진행했다고 들었습니다.

포노마렌코 대사) 안타깝게도 그것과 관련해선 언급할 수 없습니다. 그 회의는 제가 주선했고 우리에게 (한국) 국방부 측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한 내용들을 국방부 지도부에 전달했습니다.

기자) 장기화하는 러시아의 침략전쟁이 전 세계, 특히 한반도에는 어떤 여파를 줍니까?

포노마렌코 대사) 전 세계는 현재 전환점을 맞고 있습니다. 넓게 보면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의 미래나 국제사회 내 유럽의 입지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모든 규칙에 대한 러시아의 전쟁입니다. 지금 큰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은 우크라이나보다도 국제 질서입니다. 우리 모두는 규칙에 기반한 세계 질서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이 길어질수록 더 많은 혼란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불량 정권의 공격으로부터 어떤 나라도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한반도도 거기서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한국은 민주주의 가치에 충실하고 악에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자유 세계와 단결하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기자)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죠?

포노마렌코 대사) 전쟁의 규모를 고려할 때 전선 상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우크라이나에 추가 무기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아직도 상당한 군사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동시에 방어시설 건설을 위한 굴삭기와 불도저, 트랙터, 리프팅 크레인 등의 장비도 필요합니다. 또한 지뢰 제거 장비, 즉 자동 지뢰 제거 단지도 우리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국제 파트너들의 지속적인 지원을 희망하며, 여기에는 한국도 포함됩니다.

지난달 17일 독일 뮌헨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만났다.

기자)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가 우크라이나의 미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포노마렌코 대사) 미국, 영국과 같은 우리의 주요 파트너들이 여전히 우리의 독립을 보장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차기 대통령으로 미국을 이끌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주요 정책은 여전히 우크라이나와 규칙을 기반으로 하는 국제 질서를 지원하는 데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승리가 미국에도 이익이기 때문에 우리를 지원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기자) 한때 전 세계 3위의 핵보유국이었던 우크라이나가 핵을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러시아의 공격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포노마렌코 대사) 1991년 독립한 우크라이나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핵무기를 보유했습니다. 전술 및 전략 탄도 미사일과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중폭격기도 갖고 있었습니다. 1994년 우크라이나가 핵보유국 지위를 포기하고 그 대가로 미국, 영국, 러시아 등이 부다페스트 각서에 따라 주권과 영토 보전을 보장하면서 모두 폐기되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보장이 당사국들에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것은 당시 우크라이나 지도부의 순진함을 말해줍니다. 우크라이나는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하고 돈바스를 점령하면서 처음 우리를 공격했을 때 중립국이었습니다. 우리의 비핵 지위는 푸틴이 우리 영토를 점령하고 나중에 우리에게 전면전을 벌이는 것을 막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그것 때문에 우리는 지금 침략당하고 있을 겁니다. 이제 우리는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우크라이나는 중립화 가능성에 대한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우리의 안보를 보장하는 효과적인 철통같은 국제 메커니즘이 필요합니다.

기자)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에 대한 진전은 있습니까?

포노마렌코 대사) 유럽의 미래는 여전히 우리 외교 정책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입니다. 우크라이나에서 민주적 변화를 위한 대중 운동을 이끈 것은 바로 이러한 비전, 우리가 당연히 속해 있는 유럽 국가들로 돌아가고자 하는 열망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권리를 위해 값비싼 대가를 치렀고 이 목표를 포기할 생각이 없습니다. 지난 12월 유럽 이사회가 우크라이나와 회원국 협상을 개시하기로 결정한 것은 우리에게 중요한 승리였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유럽 통합에 대한 회의론자와 반대자들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EU는 그 단합과 효율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는 이것이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의 승리라고 믿습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는 이 지역에서 유럽 통합의 기관차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몰도바에 대한 EU 가입 협상 개시 결정도 채택되었고, 조지아는 후보국 지위를 부여받았습니다. EU의 결정은 우리 국민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영감을 주며 미래에 대한 힘과 믿음을 주며, 이는 특히 오늘날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데 필요한 것입니다. 가입 협상은 EU 회원국이 되기 위한 마지막 단계입니다. 유럽 통합을 향한 우리의 여정은 정치적인 영역에서 기술적인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이번 달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협상 프레임워크를 승인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NATO회원국 가입은 아직 갈 길이 남아있습니다. 7월 워싱턴에서 열리는 2024년 나토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가 가입 초청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협상이 진행 중입니다. 연내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 외교는 이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동맹 가입으로 혜택을 보는 것은 우크라이나만이 아닙니다. 저는 나토가 유럽 대륙에서 가장 경험이 풍부하고 전투 준비가 잘 된 군대를 보유한 회원국을 얻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는 현재 러시아의 공격적인 정책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는 유럽과 세계의 안보를 회복할 수 있는 진정한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우크라이나의 회원국 가입은 우크라이나와 나토 모두를 강화할 것입니다.

서울의 전광판에 우크라이나 지지 문구가 표시됐다. 사진 =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방위적인 공격을 시작하기 바로 직전 한국에 부임하셨는데요. 마지막으로 한국에는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십니까?

포노마렌코 대사)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과 한국 국민들의 지원과 연대에 감사드립니다. 한국 정부와 비정부기구가 제공한 의약품과 의료 장비, 컴퓨터, 구급차, 픽업트럭, 보호 장비, 발전기, 미니 굴삭기, 지뢰 제거 장비, 소방차 등에 우크라이나는 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위한 다자 공여 플랫폼(MDCP)에 가입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감사드립니다. 이를 통해 한국은 주요 공여국 간 협의에 직접 참여하여 우크라이나의 재건 및 복구 진행 상황과 동향을 더 잘 이해하고, 이 과정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촉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프라 프로젝트 수행에 있어 한국 기업들의 높은 전문성과 경험을 고려할 때 해당 분야에서 유익한 협력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지금까지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로부터 북한과 러시아 간의 군사 협력 등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안소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