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무기 거래 현장으로 알려진 라진항에서 한 달 만에 대형 선박의 입항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한 동안 중단됐던 컨테이너 선적 작업도 다시 관측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라진항을 촬영한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12일 자 위성사진에 대형 선박이 보입니다.
길이 약 115m인 이 선박은 ‘북한 전용’으로 분류된 부두에 선체를 밀착시켰으며, 바로 앞에는 컨테이너로 추정되는 물체도 약 100m 길이로 놓여 있습니다.
위성사진 만으론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지만 선박과 컨테이너의 거리가 멀지 않다는 점에서 이 선박이 컨테이너를 선적 중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부두는 앞서 백악관이 군사 장비와 탄약을 실은 컨테이너가 러시아 선박에 선적되는 장소로 지목한 곳입니다.
백악관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러시아에 컨테이너 1천 개 이상 분량의 군사 장비와 탄약을 제공했다며, 라진항에 약 6m 표준 규격의 해상 운송 컨테이너 300여 개가 적재된 장면을 찍은 위성사진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백악관은 라진항에 선적된 컨테이너가 러시아 선박에 실려 러시아 항구로 옮겨진 뒤 열차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이동한다고 전했었습니다.
VOA는 지난해 8월 26일 이곳에서 대형 선박이 포착된 이후 2023년 말까지 이 일대를 출입한 선박을 26척으로 추산했으며, 올해도 약 사흘에 1척꼴로 선박의 입출항을 확인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달 12일을 끝으로 이곳에선 더 이상 선박과 컨테이너의 움직임이 관측되지 않았습니다. 선박이 입항하지 않는 것은 물론 선박이 실어가면 바로 채워지던 컨테이너도 더 이상 볼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대형 선박과 컨테이너가 다시 관측된 건 정확히 한 달 만입니다.
현재로선 선박과 컨테이너의 움직임이 약 한 달간 중단된 정확한 배경은 알 수 없습니다. 또 이번에 발견된 대형 선박이 북한 무기가 실린 컨테이너 선적을 위해 입항했는지도 아직까진 불투명합니다.
그러나 백악관이 무기 거래 현장으로 지목한 곳에 또다시 대형 선박이 입항한 점은 주목되는 움직임입니다.
이들 선박이 실어 나른 컨테이너에 무기가 담겼다면 이는 안보리 대북 결의 위반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결의 1718호 등 다수의 대북 결의를 통해 북한의 무기 수출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백악관 등이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정작 두 나라는 이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습니다.
김남혁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3등 서기관은 지난달 23일 열린 유엔 총회 회의에서 “우리는 러시아와 무기 거래를 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남혁 서기관] “We have never had arms dealings with the Russian Federation and we have no plan to do so in the future either. We strongly denounce the hostile forces for the rumor of arms dealings as a plot breeding story against the DPRK, as well as a part of hostile attempt to tarnish the image of the DPRK in the international arena by invoking the illegal sanctions resolution against the DPRK.”
그러면서 “무기 거래설은 북한에 대한 음해이며 불법적인 대북 제재 결의안을 발동해 국제 무대에서 북한의 이미지를 훼손하려는 적대 세력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변했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지난해 10월 북러 무기 거래 의혹과 관련해 "원칙적으로 모두 근거가 없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