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수준이 여전히 세계 최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민생 개선의 조짐이 전혀 없는 가운데 국제 정세를 틈타 중국,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을 모색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안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독일 연구소인 베텔스만 재단은 19일 공개한 ‘2024 베텔스만 변혁지수’ 보고서에서 북한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전환 수준이 조사 대상국 137개국 가운데 131위에 머물렀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민주주의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정치 변혁’에서 10점 만점에 2.55점,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경제 변혁’에서 1.54점을 받으면서 평균 2.04점을 기록했습니다.
북한보다 점수가 낮은 나라는 아프리카의 에리트레아와 소말리아, 수단, 중동의 시리아와 예멘, 아시아의 미얀마 등 6개국뿐입니다.
베텔스만 재단은 2004년부터 2년마다 북미와 유럽 국가들을 제외한 137개국을 대상으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발전 정도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지난 2021년 당 총비서로 선출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외교 및 안보 정책 측면에서 아버지보다 훨씬 더 공격적인 접근 방식을 채택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한국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긴장을 고조시켜 같은 해 12월에는 5년 만에 처음으로 북한 무인기 5대가 한국 영공을 침범했다는 겁니다.
또한 지난 2022년 9월 열린 제14기 제7차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했으며, 2022년 12월 6일 회의에서는 미국과 한국의 적대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에 핵무기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 등이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경제 정책 측면에서는 “시장 친화적 개혁이나 자유화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부정부패는 널리 퍼져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북한은 세계은행과 유엔개발계획, 기타 국제기구가 빈곤, 소득 불평등에 대한 통계를 발표하지 않는 전 세계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라는 점을 지적하고, 북한 내 빈곤과 불평등이 구조적으로 뿌리내린 것은 ‘성분 제도’와 정권의 정치적 통제에 기인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에 따른 국경 봉쇄 이후 북한은 더욱 어려운 경제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한국은행 통계를 인용하며 2020년 북한은 -4.5% 경제성장률을 보인 1997년 이후 가장 낮은 경제성장률을 보였고 총 대외 무역량도 2020년과 2021년 각각 전년 대비73.4%와 17.3% 하락했다며, 이는 북한 주민들의 생활이 더욱 악화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설명했습니다.
보고서는 또한 북한의 외교안보 정책과 관련해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과 중국 간 긴장 고조로 세계가 빠른 속도로 양극화 하고 있다”며 “김정은이 이런 상황을 이용해 미국과 한국에는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중국과 러시아와 긴밀한 경제 협력을 모색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보고서는 정치적 의사결정자들의 국정 수행 능력 등을 평가하는 ‘거버넌스’ 지표도 발표했는데 여기서 북한은 10점 만점에 1.14점으로 전체 137개국 중 136위를 기록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의 우선순위는 정권이 내외부의 도전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무장하는 데 있으며 가장 소홀히 하는 우선순위는 민간 경제와 공공 인프라 관리”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2024 베텔스만 변혁지수 보고서’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나라는 10점 만점에 9.52점을 받은 에스토니아로 나타났습니다.
9.51점의 타이완과 9.29점의 리투아니아가 그 뒤를 이었고 한국은 8.56점으로 10위를 차지했습니다.
보고서는 이번 전체 조사 대상국 137개 나라 가운데 74개 나라를 독재국가로 규정하고, 특히 북한을 중국, 러시아, 이란, 벨라루스와 함께 ‘강경 독재 국가’로 지목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