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전문가패널 활동 중단으로 대북 제재 위반이 증가할 것이라고 에릭 펜튼 보크 전 패널 조정관이 전망했습니다. 펜튼 보크 전 조정관은 3일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뿐 아니라 대북제재의 주요 대상국인 중국과 러시아도 전문가패널 임기 연장이 무산된 것을 반길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아울러 대북 제재에 관한 권위 있는 보고서 발행이 중단되면서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이 제재를 위반할 위험도 커졌다고 우려했습니다. 펜튼 보크 전 조정관을 김영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지난주 유엔 대북제재 전문가패널의 임기 연장이 무산됐습니다. 패널의 활동 중단으로 가장 우려되는 점은 무엇입니까?
펜튼 보크 전 조정관) 이번 결의안 부결을 통해 제재 체제에 대한 러시아와 중국의 진정한 입장이 명확해졌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은 오래전부터 거짓이긴 했지만 어쨌든 “제재 체제를 준수한다”, “유엔 대북 제재를 이행한다”고 말해왔습니다. 이제 그들은 제재 체제도 제재 결의안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이 명확해졌습니다. 그들은 결의를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으며 더 이상 그러한 제재가 필요하지 않다고 믿고 있습니다. 아울러 패널 임기 연장 결의안 부결이 현장에서 의미하는 것은 아마도 제재가 더 많이 위반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유엔 결의가 훨씬 더 적게 이행될 텐데요. 특히 북한 주민들이 돈을 벌거나 물품을 구입하려고 하는 다른 나라들에게는 제재를 이행할 필요성이 훨씬 줄어들 겁니다.
기자) 2021년 5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유엔 대북제재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하셨는데요, 패널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했습니까?
펜튼 보크 전 조정관) 패널에 8명의 전문가가 있는데요, 각각 자신만의 전문 분야가 있습니다. 한 명은 금융 문제, 다른 한 명은 미사일 문제, 또 다른 한 명은 핵 문제를 맡는 식이죠. 각자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제재 위반에 대한 자체 조사를 진행합니다. 예를 들어 해양 전문가는 북한에 금지된 물품이 제재를 회피해 선박으로 들어가는 것을 살펴보는 겁니다. 제재에 대한 언론 보도나 싱크탱크 보고서 등을 참조하기도 하면서 심층 조사를 벌입니다. 패널은 매년 두 번, 즉 6개월마다 보고서를 제출합니다. 보고서에는 분량 제한이 있는데요. 각 전문가가 보고서에 넣을 초안 문건을 작성한 후 모든 전문가들이 모여서 토론하고 보고서에 포함될 내용에 대해 합의하죠. 패널은 보고서에 권고사항을 포함시켜야 하는데요, 이를 위해 제재 회피에 취약한 허점을 파악해야 합니다. 전문가 모두가 그 허점을 막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권고를 하기로 동의하면 그 내용도 보고서에 포함되죠. 중요한 것은 보고서에 들어가는 내용은 모든 전문가들이 합의한 내용이라는 겁니다.
기자) 이 보고서의 주요 독자는 누구입니까?
펜튼 보크 전 조정관) 보고서는 유엔 안보리에 제출된 후 발행되는데요, 공개문서이기에 누구나 볼 수 있습니다. 아마 전 세계의 금융기관이나 은행, 보험회사 등이 가장 많이 볼 겁니다. 또 기업의 감사 부문에서도 많이 볼 것이라 생각되는데요. 이들은 제재 위반자들과 우연히라도 엮이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죠. 보고서를 읽고 곧바로 행동에 들어갑니다. 제재 위반자들을 확인하면 거래를 끊습니다. 보험이나 다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중단하게 됩니다. 사실 패널의 활동이 가장 효과가 있었던 부분 중 하나가 이 부분이죠. 많은 사람들이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행동을 취해 왔습니다.
기자) 이제 패널 보고서가 나오지 않게 됐는데요. 그렇다면 이런 금융회사나 기업이 제재를 위반할 위험이 더 커진 겁니까?
펜튼 보크 전 조정관)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패널이 보고서를 발행하지 않으면 대북제재와 관련한 중요한 정보의 원천이 사라지게 되는 겁니다. 물론 패널만 보고서를 낸 건 아닙니다. 기자들이나 싱크탱크들도 정보를 공개합니다. 하지만 패널 보고서만큼 총체적이지 않습니다. 정보를 찾는 것도 더 어려워졌고요. 다른 문제는 언론 보도나 싱크탱크의 조사 결과물 등은 패널 보고서만큼의 권위가 없다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데서 나온 내용을 보고 반드시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기자) 앞서 대북 제재 위반 사례와 관련해 심층 조사를 벌인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어떤 과정을 통해 진행됩니까?
펜튼 보크 전 조정관) 패널의 활동이 유엔 회원국들의 의견에 의존적인 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 프랑스, 영국, 일본이 주로 패널에 제재 위반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는데요. 그런 정보 중 일부는 공개 영역에 있지 않죠. 한 국가의 고유 정보에 바탕을 둔 정보인 경우가 있습니다. 패널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은 보고서에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직접 조사에 나서야 합니다. 그 방법은 주로 서신을 통해서인데요. 제재 위반에 연루된 의혹이 있는 국가나 기업, 개인들에게 서신으로 질문을 합니다. 아주 구체적으로 말이죠. 패널은 유엔 안보리에서 위임한 권한이 있기에 서신을 받은 대상자들은 질문에 상세하고 정직하게 대답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제재 위반 혐의가 충분히 조사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겁니다. 이 과정은 상당한 시간이 걸리죠. 제재 위반 혐의가 있는 특정 사건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기 위해 많은 사람들에게 구체적인 질문을 합니다.
기자) 직접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습니까?
펜튼 보크 전 조정관) 네. 전문가들은 각국을 방문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지난 몇 년 동안은 많이 방문하는 게 어렵긴 했습니다. 일본과 한국은 정기적으로 방문하고요. 각국에서 싱크탱크와 언론인, 정부 기관, 정부 부처들에서 브리핑을 하곤 하죠. 때때로 민감한 내용이 다뤄지는 브리핑이지만 패널이 제재 집행을 감시하도록 하기 위해 정보를 공유하는 것입니다.
기자) 러시아와 중국의 태도는 어땠습니까? 협조적이었습니까?
펜튼 보크 전 조정관) 아닙니다. 제재의 상당수가 중국과 러시아가 대상입니다. 제재 회피가 중국과 러시아에서 일어납니다. 그래서 패널은 양국에 많은 서신을 보내죠. 양국의 기업과 개인의 행동에 대해서 말이죠. 하지만 패널들이 지난 몇 년간 이 두 나라에 서신을 보낼 때마다 항상 “패널이 잘못 알고 있다” “그런 일은 없다” “그런 회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식의 대답 뿐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제재 회피에 대한 증거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패널 보고서를 자세히 보면 러시아와 중국의 그런 대응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그들은 지난 몇 년 동안 패널에 구체적인 도움을 주지 않았습니다.
기자) 패널이 조사 활동을 벌이는 것 자체가 제재를 이행하도록 압박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보십니까?
펜튼 보크 전 조정관) 물론입니다. 제재 위반자는 자신의 이름을 패널 보고서에 올리고 싶지 않죠. 이름이 올라가는 것이 제재 위반자들에게는 당연히 큰 압박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뿐만 아니라 러시아, 중국도 좋아하고 있을 겁니다. 그 세 나라 모두에게 있어서 패널 보고서는 성가신 존재였습니다. 패널이 실제로 그 세 나라가 하는 일을 조명하고 있었기 때문에 귀찮은 존재이죠. 그래서 그들은 모두 패널이 더 이상 이러한 보고서를 만들지 않는 것을 기쁘게 생각할 겁니다.
아웃트로 : 지금까지 에릭 펜튼 보크 전 유엔 전문가패널 조정관으로부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전문가패널의 부재에 따라 예상되는 구체적인 영향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교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