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납치 피해자의 상징인 요코타 메구미의 남동생 타쿠야 씨는 일본 총리가 추진 중인 북일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나타내면서도 북한에 일방적인 양보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타쿠야 씨는 9일 VOA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납북자 부모 세대가 세상을 떠나면 북한도 일본과 협상할 기회를 잃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10일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과 관련해선 양국 정상이 납치 문제 해결 의지와 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일본과 한국의 납북자 가족 모임이 연대하면 북한이 느낄 압박감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일본에서 ‘북한에 의한 납치피해자 가족회’ 회장을 맡고 있는 타쿠야 씨를 김영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연일 북일 정상회담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습니다. 북일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셨습니까?
타쿠야 씨) 2002년 북일 정상회담 이후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고 5명의 피해자가 귀국한 것 외에는 아무도 돌아오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어떠한 움직임이 있다는 것 자체에 대한 기대감은 있습니다. 뭔가 잘 진행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상대방이 저런 나라이기 때문에 속는 일이 없도록 우리의 기본 입장을 확실히 한 후 북한과 제대로 된 협상을 해 주었으면 합니다.
기자) 앞서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을 통해 일본이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 날 일본과 어떠한 접촉도 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는데요. 납치피해자 문제에 협력할 의향이 없다고 표명한 셈입니다. 그럼에도 정상회담이 열리는 게 좋을까요?
타쿠야 씨) 북한이라는 나라는 지금까지 한국 그리고 미국과 외교 교섭을 진행할 때도 협상 직전에 위협적인 담화를 발표하곤 했습니다. 상대로부터 어떤 정보를 캐내거나 양보를 얻어내려는 북한의 일상적인 수법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게다가 김여정 부부장이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점을 스스로가 밝히고 있는 것도 있고요. 저희로서는 그다지 동요할 것은 없고요. 개인의 의견을 말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으면 될 것 같아요. 또 동시에 제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리자면요. 그렇게 하루만에 말을 뒤집으며 정반대되는 발언을 하는 것을 보면 초조함이나 심적인 동요가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기자) 기시다 총리는 납북자 문제를 논의한다는 약속 없이는 정상회담을 추진할 수 없다는 입장인데요. 북한 쪽이 납북자 문제와 관련한 생각이나 입장을 바꾸지 않는 이상 정상회담이 열린다 해도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타쿠야 씨) 북한이 표면적으로 하는 말을 모두 믿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입장을 말씀드리자면 납치 문제는 인권 문제이고, 가해자는 북한, 피해자는 일본이라는 구도가 명확한 사안입니다. 저희 쪽이 양보하거나 배려할 문제가 아니죠. 어느 나라가 봐도 국제사회의 누가 봐도 잔학한 인권 문제로, 간과해서는 안될 사안입니다.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라도 북한이 위협적인 발언을 했다고 해서 일본이 양보할 필요가 없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두 나라에 밝은 미래는 없다는 것을 계속 강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북한은 체면을 중시하는 나라입니다. 따라서 기시다 총리의 말처럼 일방적으로 일본이 이기고 북한이 지는 구도가 아니라 양국이 안고 있는 인권 문제, 인도적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두 나라가 밝은 미래로 나가는 방안을 양국 정상이 추진해 나갈 수 있다면 구체적인 진전을 도모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 김여정 부부장은 납북자 문제가 “해결되려야 될 수도 없고 또 해결할 것도 없는 불가 극복의 문제”라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타쿠야 씨) 김여정 부부장 입장에서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한 개인의 입장에 매번 우리가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요. 최종적인 판단을 내릴 권한을 가지고 있는 건 결국 김정은 위원장 한 명이니까요. 실제 구체적인 업무를 진행할 실무자 간 물밑 협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두 정상이 추진해 주었으면 합니다. 최종적으로는 권한이 있는 두 정상이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지 그 협상 과정 속에서 위협적이고 위압적인 말에 우리가 일일이 동요하고 귀를 기울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 기시다 총리는 1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미일 정상회담에서 납북자 문제 해결 등을 위한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위해 미일 간 연대를 확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는 지금까지 정상 간 약속 등을 통해 일본인 납치문제를 여러 차례 언급해 왔습니다. 상징적인 효과는 있었다고 여겨집니다만 실질적인 효과도 있었습니까?
타쿠야 씨) 지금까지 미국의 많은 지원이 있었다는 것은 실감하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2006년 백악관에서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을 만난 적도 있었고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바이든 대통령도 일본에서 만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력을 요청했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민주당이 됐든 공화당이 됐든 미국은 인권 문제 해결에 대한 분명한 시각이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지난해 5월 일본 황금연휴 때에는 저희 ‘북한에 의한 납치 피해자 가족회 (가족회)’와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을 구출하기 위한 전국 협의회 (구출회)’, 그리고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을 조기 구출하기 위해 행동하는 의원연맹 (납치의련)’이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웬디 셔먼 당시 국무부 부장관을 비롯한 많은 정부 관계자와 상하원 의원, 그리고 싱크탱크 분들과 만났는데요. 일본이 안고 있는 이 문제를 핵과 미사일 문제와 분리해 인권 문제로 우선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점을 설명했습니다. 어느 누구도 이에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일본의 우선순위에 대한 반대는 지금도 없을 것이라 예상되고요. 일본 시간으로 어제 미국 정부의 고위 관계자가 바이든 대통령은 북일 정상회담 개최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다는 뉴스도 접했습니다. 기시다 총리가 이번 미국 방문에서 인간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 문제인 이 문제를 당사자인 일본이 확실히 해결할 것이라는 의지를 전달해주셨으면 좋겠고, 북한의 가장 큰 관심 대상인 미국이 또 이 문제와 관련해 일본을 확실히 지원한다는 발언을 해준다면 고맙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기자) 납북자 문제는 지난 수십년 동안 일본인 납치 문제가 중심이 되었는데요. 최근 한국 정부가 납북자 문제 해결을 국정과제로 명시하는 등 이전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걸로 보십니까? 아니면 두 문제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일어난다고 보십니까?
타쿠야 씨) 저 자신과 가족회, 구출회는 상대적인 관심이 떨어진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일본과 한국이 협력함으로써 이 문제가 국제적인 인권문제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북한 당국이 압박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한국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서 윤석열 대통령으로 정권이 바뀐 후 인권 문제에 대한 접근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납치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를 여러 차례 내 준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제가 최근 파악하고 있는 바로는 한국 납북자 가족과 일본 납북자 가족이 연계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언급되고 있는데요. 일본과 한국 양국이 더 나아가 인권 문제,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관계를 강화하고 협력을 도모하면 뉴스로서의 상대적 가치도 높아지고 북한에 대한 압박도 강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 기시다 총리도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과도 협력해 나간다는 입장인데요. 한국과 어떤 구체적인 협력이 가능할까요?
타쿠야 씨) 과거에는 한국 납북자 가족회 분들이 일본에 오셔서 저희 쪽의 국민 집회라는 큰 행사에 참여해 연대를 도모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한국) 정권이 친북 성향인 것도 있어서 좀처럼 일본과 한국 가족회 간 연계를 도모하기 어려운 시대가 솔직히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말씀드리자면 한국 정권이 바뀌면서 올해 저희도 한국 납북자 가족 모임과의 연계 강화라는 것도 추진하고 있고요. 시기가 맞아 교류가 이뤄지면 한국 국내에서도 이 문제에 주목할 수 있는 활동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기자) 일본 국내 일각에서는 북일 정상회담에 대한 신중론도 있는데요. 이러한 의견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계십니까
타쿠야 씨) 개개인의 사고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의견에 일일이 찬성하거나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일본의 정치적 움직임을 보면 이른바 비자금 문제로 여당인 자민당이 상당히 난처한 입장에 처해 있다고들 얘기합니다. 그로 인해 기시다 총리가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야당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고 국민들 사이에서도 그런 말이 나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배경에서 북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북한 김여정이 위협적인 발언을 하고 있는데요. 이런 분위기에서 안이하게 정상회담을 진행하면 그들이 원하는 대로 상황이 흘러버리는 것이 아니냐, 정권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안이한 마음으로 정상회담에 돌입해서는 안 된다, 이런 의견이 나오고 있죠. 어느 정도 사실이고 그런 목소리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 사람의 생명, 그리고 많은 생명이 가혹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을 내버려둬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본이 그들의 속임수에 넘어가서도 안되겠죠. 하지만, 구체적인 물밑 협상을 진행해 한시라도 빨리 (납북자들이) 가혹한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 아버님이 돌아가신 지 벌써 4년이 되었습니다. 어머님 건강은 요즘 어떠신가요?
타쿠야 씨) 어머니는 지금 88세로, 지난해 2월 컨디션이 나빠져서 입원한 적도 있습니다. (1983년 영국 유학 중 여행 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납치된) 아리모토 케이코 씨의 아버지는 지금 95세입니다. 그 분은 도쿄에 오실 때는 휠체어로 이동하십니다. 부모 세대의 고령화 문제로 인한 시간적 제약이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떻게 하기 어렵죠. 남은 시간이 없습니다. 저희는 이른바 부모 세대가 납치 당한 가족, 형제와 재회하지 않고서는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을 방침으로 내걸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에도 그 부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만일 부모 세대가 모두 세상을 떠난다면 납치 피해자를 귀환시킨다 해도 그것은 진정한 해결이나 기쁨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부모 세대가 세상을 떠난 뒤 납치 피해자를 귀환시키게 되면 그 결과는 북한에 대한 또 다른 분노, 미움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북한이 가장 바라고 있을 북일 국교 정상화 협상은 완전히 멀어지게 될 것이며, 우리는 그런 협상이 진행되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는 구체적인 행동을 취할 겁니다. 저희는 일본 정부에도 북한 당국에도 이런 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이 남겨진 시간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기자) 올해 누나 메구미 씨가 납치된 지 47년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메구미 씨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있다면 해 주시죠.
타쿠야 씨) 지금 누나 메구미는 59세입니다. 이번 10월에 60세가 되는데, 우리 가족의 머릿속에는 13살 때인 중학교 1학년 때의 추억, 얼굴밖에 없는 거죠. 60세의 누나 얼굴을 떠올려보라고 해도 전혀 그럴 수 없습니다. 오랜 시간 식량도 없고 의료 환경도 열악한 곳에서 매일매일 고통을 겪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항상 마음이 아픕니다. 만약 북일 정상회담이 열려 메구미가 조속히 돌아올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잘 돌아왔어’라는 말을 하기 전에 ‘미안하다’고, ‘정말 오랜시간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사과하고 나서 ‘잘 돌아왔어’라는 말을 전하고 싶고요. 무엇보다도 어머니와 포옹하게 해 주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요코타 메구미의 남동생 타쿠야 씨로부터 미일 정상회담과 북일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과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교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