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용단을 내려 북한에 남아있는 일본인 납북자들을 모두 돌려보내면 북한에도 밝은 미래가 올 것이라고, 한 납북자 가족이 말했습니다. 1977년 13살의 나이에 북한에 납치된 요코타 메구미의 남동생 타쿠야 씨는 3일 VOA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면 직접 만나 납치 문제를 논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또 한국인 납북자와 관련해선 한국 정부가 북한을 압박하며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현재 ‘북한에 의한 일본인납치피해자 가족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타쿠야 씨를 김영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첫 화상 정상회담에서 북한 정권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또 최근 일본 주재 미국대사관 관계자가 납치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는데요. 일본인 납치 문제와 관련해 왜 미국의 지지가 중요한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타쿠야 씨) 트럼프 전 대통령과 아베 전 총리의 경우도 그랬지만 현재 기시다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에도 역시 동맹국의 정상끼리 개인적으로 깊은 유대를 유지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이 관계를 강화하면서 인권 문제라는 측면에서 이 문제의 해결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바이든 대통령 이전인 공화당 정권 시기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북정상회담에서 직접 김정은 위원장에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발언을 했습니다. 또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납치 피해자 중13살 소녀가 있었다는 것을 언급해서 세계가 이 문제를 넓고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역시 미국의 위대한 힘을 실감하게 됩니다. 조금 더 다른 관점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관계에서 보면 가해자인 북한이 제일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미국입니다. 북한은 미국과 직접 협상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핵 위협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는 어려움으로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것은 지금까지 이어지는 안 좋은 역사가 되풀이 된 겁니다. 그럼에도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를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기자) 올해로 메구미씨가 납치당한지 45년이 됩니다. 지금까지 메구미씨가 처한 상황에 대해 확인된 부분이 있을까요?
타쿠야 씨) 누나와 관련된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인 정보 혹은 상황 증거라는 것은 전혀 없습니다. 2002년 일본과의 정상회담을 얻어낸 북한이 일본에 유골이라고 보낸 것은 전혀 다른 사람의 유골이었다는 것이 DNA 감정으로 나타났습니다. 거기서 유추하자면 북한은 13살 소녀를 납치해 45년이나 구속하면서 인질 외교를 벌이고 있는 것에 변화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또 다른 것은 누나에게 딸이 있다는 것입니다. 저의 아버지, 어머니가 그 아이를 몽골에서 만났습니다. 이런 식으로 누나의 생활을 추적해서 확인하는 정도에 그치고, 직접적인 본인의 정보는 전혀 저희 가족에게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기자) 가족 분들이 판단하시기에 북한은 왜 메구미 씨를 돌려보내지 않는 것일까요?
타쿠야 씨) 실은 저희도 가장 알고 싶은 것도 그 부분입니다. 자주 이야기 나오는 것이 현재의 권력자인 김정은 위원장이 어렸을 때 누나가 일본어를 가르쳤다는 것인데요. 북한은 국가로서 일본을 맹렬히 비판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판의 당사자가 납치한 피해자로부터 일본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 나라에서는 체면상 있을 수 없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저희 입장에서 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일일지라도 그들 입장에서는 기밀 정보이기 때문에 누나를 돌려보낼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 아버님인 시게루 씨가 세상을 떠나신 지 1년 반이 넘었습니다. 메구미 씨가 납치된 이후 가족 분들의 생활이 어떻게 변했는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을런지요.
타쿠야 씨) 누나가 사라진 1977년 11월 이전에 저희 가정은 매우 밝았습니다. 식사 시간에도 북적거리며 대화를 나누는 것이 일상이었죠. 하지만 누나가 사라진 다음 날부터는 정말 저희 가정은 어두운 분위기에 둘러싸이게 됐습니다. 부모님은 남아있는 자식들, 저희 쌍둥이 형제 앞에서는 결코 울음을 보이지 않는 강한 부모님이었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는 누나의 구출을 호소하기 위해 일본 전국의 1천 400 가정 이상을 방문했고, 강연회나 집회 등 많은 곳을 뼈를 깎는 심정으로 다녔습니다. 물론 미국에도 갔습니다. 저희 어머니도 미국에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만나는 등 정말 국내외를 따지지 않고 누나를 구출하기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버린다는 심정으로 계속 돌아다니며 강한 신념을 보였습니다.
기자) 현재 어머님인 사키에 씨의 건강은 어떤가요?
타쿠야 씨) 건강하게 지내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도 마찬가지겠지만 밖에 나가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 남편을 잃고 혼자 매일 지내며 정신적으로 상당히 외로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지 않겠다는 의지로 지내고는 있습니다만 역시 이제는 고령인지라 언제 무슨 일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없다는 것을 저는 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문제 해결이 시급히 이뤄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기다리고 있는 가족이 직접 하루라도 빨리 누나를 만날 수 있도록, 품에 안을 수 있도록 정치인 여러분들이 책임을 갖고 해결해주시길 바랍니다.
기자)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가족 분들이 지난 45년 간 납치 문제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하셨는데요. 성과로 부를만 한 것이 있을까요?
타쿠야 씨) 매우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국내에서 강연회나 집회에 나가거나 아니면 나리타 공항이나 하네다 공항에서 워싱턴 DC나 뉴욕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이번에 내가 이렇게 가는 것이 어떤 큰 성과가 있는 것일까, 언제나 이런 의문을 가지면서 걱정합니다. 또 미국에서 일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는 이번 방문 혹은 이번 호소가 어느 정도의 의미가 있었던 것일까, 성과는 있는 것일까, 언제나 반성이라고나 할까, 의문이라고나 할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귀국합니다. 순간 순간 작은 성과들이 있지만 그것을 실제로 느끼고 보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매번 느낍니다.
하지만 그 보이지 않는 것이 쌓여가면서 결과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이 문제를 전 세계에 언급해 준 것이 큰 힘이 됐고, 또 제가 직접 혼자서 강렬히 호소하는 것을 들어주시는 분들의 마음이 움직이고, 그 분이 또 다른 사람에게 전해준다면 큰 힘이 생겨나게 됩니다. 결국은 성과라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기자) 다른 나라의 피해자 가족과 함께 목소리를 높이는 등 국제적으로 협력하시는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타쿠야 씨) 일본에서는 12월 북한인권주간행사가 일본 정부 주최로 개최됐습니다. 지난해 12월과 그 전 해 12월에도 개최됐는데요. 이 시기에는 일본 이외에도 태국이나 루마니아에서 매년 납북자 가족 분들로부터 메시지를 받아 국제 협력의 필요성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과거 인권특사를 했던 분이 참가해 이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말씀해주시고, 또 미국에서는 전직 미국 관리나 학자들도 참가해서 문제의 해결을 위한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코로나 문제도 있고 해서 지난 1년 반은 이동이 수월하지 않았기에 저희도 활동을 크게 벌이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 연대는 큰 힘이 되고, 현재로서는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한국의 이야기로 옮겨가면, 한국에도 납치된 피해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인 납치 피해자와는 달리 국제적으로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는데요. 일본 정부가 북한 문제를 논할 때 납치문제를 우선시하고 국제적으로 공론화하는 것과는 대비가 됩니다. 한국의 납치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타쿠야 씨) 어려운 질문입니다. 결코 한국 정부의 내정에 간섭을 할 의도는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해서 말씀드리면 지금까지 한국의 피해자 가족 분들을 여러 차례 만나보았습니다. 절실한 목소리를 들을 기회였습니다. 왜 일본처럼 한국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 논의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 것인가 하고 말이죠. 상의를 하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한국 정부를 비판하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북한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역시 자국민이 어려울 때 자국민을 구해주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부분에 있어서 일본은 얼마나 잘하고 있느냐는 의문도 있겠습니다만, 한국 정부는 좀 더 납치 피해자들의 현실을 직시하고 북한에 좀 더 압박을 가하며 문제 해결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기자) 지금과 같이 북한이 미사일 시험 등으로 도발 행위를 할 시기라던가, 아니면 핵 협상을 시작하게 될 시기에는 납치 문제를 포함한 인권 문제가 뒤로 밀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권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왜 중요할까요?
타쿠야 씨) 원래 인권이라는 것은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입니다. 어떤 협상에 있어서 앞에 놓이든 뒤에 놓이든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하고 힘들어하는 것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이 앞서 기시다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원칙을 지키겠다고 밝혔는데, 저희 입장에서는 힘이 되는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핵 또는 미사일이 미국에 피해만 가지 않으면 눈을 감는다는 것이 아니라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해결이 필요하다는 것을 미국이 말해주는 것은 북한 가까이에 있는 일본이 보면 격려가 되는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안전보장에 있어 미국이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거기서 인권 문제를 뒷전에 놓으면 40년, 45년 동안 고통스럽게 지내던 사람은 계속 더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지내게 되겠지요. 우리처럼 발전한 나라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살고 있는 이들을 위해 세계의 다른 곳에 있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그냥 이렇게 지나쳐도 되는 것일까, 방치해도 되는 것일까, 한 사람 한 사람이 이런 인식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을 구할 수 있는 건 우리들이라는 것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타쿠야 씨) 현재 제약이 있는 상황이라 실제 실행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역시 저희 입장에서는 미국에 갔을 때 매튜 포틴저 전 백악관 아시암담당 선임보좌관을 만난 것이 유엔 총회로 이어졌다든가, 또 트럼프 전 대통령 방일 당시 의향을 바꿔 저희를 만나주신 것을 생각하면, 정상들이 서로 교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바이든 대통령 측에는 직접 저희 생각을 전달하지 못한 상황입니다만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이 방일하셨을 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제 옷에도 붙어 있는 뱃지는 납치 피해자의 구출을 염원하는 파란색 뱃지입니다만 이 뱃지를 일본에 계신 주일 미국 임시 대리대사를 통해 미국의 국무장관과 국방장관께 전달했고, 두 분은 지난해 방일했을 때 이 뱃지를 달아주셨습니다. 그러나 저희의 어려움, 그리고 납치 문제가 뒷전에 밀려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전하기 위해 직접 호소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는데요. 만약 지금 보도되는 대로 4월이나 5월에 바이든 대통령이 방일한다면, 그리고 시간을 내줄 수 있다면, 정말 어려운 조정이 필요하다고는 생각되지만, 일본에서 만나 직접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면 고마운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이 방송이 북한으로 전해지는데요. 메구미 씨에게 전하실 메시지가 있다면 한 말씀 해주시죠.
타쿠야 씨) 메구미 짱. 저희는 메구미 짱이라고 부릅니다. 한 시도 잊은 적이 없고 늘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희 가족 외에도 일본 국민,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메구미 짱을 걱정하고 일본에 돌아올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몸 상하지 말고 건강하게 지내고 계세요, 라고 말하고 싶고요. 또 누나 말고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전하고 싶습니다. 납치 문제를 해결하고, 납치해 간 사람 전원을 일괄적으로 돌려보낸다면 일본도 밝은 미래를 그릴 수 있고 북한에도 밝은 미래가 올 것입니다. 일본과 북한의 관계도 좋아질 것이고, 그에 따라 필연적으로 미국과 북한의 관계도 좋아질 겁니다. 그러니 제발 용단을 내려 납치 문제와 인권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김정은 위원장에게 요청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요코타 메구미의 남동생 타쿠야 씨로부터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교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