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이 정상회담을 통해 안보 동맹 수준을 역대 최고로 격상한 것은 중국의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 필요성 때문이라고 미국 전문가들이 진단했습니다. 한국도 격상된 미일 동맹에 협력하는 것이 불가피한 만큼 선제적이고 주도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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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문가들은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성과로 미일 동맹이 더욱 강력한 안보 동맹으로 재편됐다는 점을 꼽으면서 이 같은 협력의 배경에 ‘중국이 제기하는 위협이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2일 VOA와의 화상통화에서 “중국이 미국보다 더 많은 전함을 건조하고 더 많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만드는 등 미국을 능가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추적하지 못하는 새로운 능력을 구축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China's outbuilding the United States. It's building more ships it's building more new ICBMs. It's building lots of new capabilities that the US isn't keeping track of. The US needs allies and Japan is a major ally that will contribute to many of those relationships that provide a balancing against China. I mean Japan has got one of the best navies in the world. And so that's very helpful for the US in trying to deal with threats to Taiwan to Senkakus, to lots of different places South China Sea. So Japan is going to be an important partner not just in Northeast Asia but as a global partner.”
베넷 선임연구원은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역내에서 중국을 견제할 동맹국이 필요하다면서, 안보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은 중국과의 균형 유지에 기여할 수 있는 주요 동맹국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미국이 센카쿠 열도와 남중국해 여러 지역, 타이완에 영향을 미치는 중국의 위협에 대처하는 데 일본의 협력은 매우 유용하다면서 일본은 동북아 지역에서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10일 백악관에서 가진 정상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일본의 오랜 평화적 센카쿠 열도 관리를 훼손하려는 행동을 포함해 동중국해에서 강제나 강압을 통해 일방적으로 현상을 변경하려는 중국의 어떠한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지역 안보 도전이 심화되는 속도를 인식하고 이러한 중대한 변화에 양자 동맹이 대응하기 위해 각자의 지휘 및 명령 체계를 업그레이드해 평시나 유사시에 미군과 일본군 간 상호운용성과 계획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시호코 고토 윌슨 센터 아시아·인도태평양 국장도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일 양국의 가장 큰 공통의 우려 중 하나는 중국의 불안정 요인, 특히 안보 측면에서의 불안정성”이라며, “이번 정상회담에 그 같은 공통의 우려가 반영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고토 국장] “The summit meeting it is a reflection of shared concerns. And one of the biggest shared concerns is, of course the destabilizing factor of China, especially on the security front. All of this with an eye towards Chinese not just aggression but quite frankly it is a shared concern about the violation of the rule of law by China. And specifically about China contesting existing borders and contesting territorial demarcations as they currently exist.”
중국의 공격적 행위 뿐 아니라 국제 질서 위반에 대한 공통의 우려가 미일 양국 뿐 아니라 역내 주변국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깔려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미일 양국은 상호 협력 강화에만 주력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필리핀, 호주 같은 파트너 국가들을 일본을 중심으로 한 소다자주의 그룹에 포함시킴으로써 역내 미국의 동맹국간 협력 강화를 모색하는 동시에 대중국 공동 대응 전선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미일 정상회담 결과에 미국의 그 같은 구상이 담겼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 연방 하원의원을 지낸 마크 케네디 윌슨 센터 ‘와바 전략 경쟁 연구소’ 소장도 12일 VOA와의 화상통화에서 이 같은 견해에 동의하면서, 한국 대신 일본이 미국 안보 동맹의 ‘핵심이자 상수’로 격상된 것은 한국이 처한 외교적·지정학적 특수성이 불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녹취: 케네디 소장] “South Korea always has been very rightly concerned about the challenge on their own peninsula with North Korea. So that probably gives Japan perhaps more freedom of movement to be a strong ally with America. Vis a vis China where if something happened with the Taiwan contingency whereas Korea would of course have to be more preoccupied with its own region, particularly since one could lead to more friction on the other. And so I don't know that there's an expectation that South Korea comes in in as tight of alignment with the vis a vis the China potential disturbance, whether it be in Taiwan or South China Sea or elsewhere.”
케네디 소장은 “한국은 항상 북한이 제기하는 한반도 내 위협에 대해 매우 우려해 왔다”면서, 이런 지정학적 여건 때문에 일본에 비해 중국 등 역내 다른 국가와의 현안에 관여할 여지가 더 적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이 때문에 일본은 미국의 강력한 동맹국이 되기 위해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중국과 타이완 간 양안 갈등이 발생할 경우 한국은 그동안 외교적으로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 않고 마찰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을 보여왔다고 분석하면서, 한국이 역내 중국의 잠재적 교란 행위에 대해 다른 나라들과 긴밀한 협력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다소 낮은 점을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한국이 앞으로 중국의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미일 안보 동맹 구상에 참여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역사적으로 수십 년 동안 한반도를 경제적으로 지배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하려 노력해 왔다”면서, 한국의 대중국 미일 안보 협력 참여 여부와 관계 없이 중국의 강압이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If we look at history and the fact that for decades China has been trying to establish a basis for economic dominance of the peninsula, China's not going to go to this meeting and say, hey, guys, everything's fair let's just kind of negotiate. What China's going to do is going to say, look, we've got real leverage on you guys. So you better do what we tell you to.”
베넷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현재 미한일 협력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중 무역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을 다소 약한 고리로 여기고 있다면서, 경제적으로 한국에게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7년 전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사드)’ 배치 때보다 더한 압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과 일본의 안보 동맹에 ‘올인’하겠다는 자세를 취하지는 않아도 된다면서도, 필요성이 인정되는 개별 분야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관여의 폭을 확대해 나가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I think South Korea would be best choosing individual components. For example, China South Korea ought to join Japan and the US in working on ballistic missile defense against hypersonic missiles. You know, part of the US Japan declaration was US and Japan are going to work on missile defense against hypersonic missiles. That's a clear case where North Korea has demonstrated a threat China's demonstrated a threat South Korea ought to have every right to work on that kind of capability.”
미국과 일본이 역내 위협에 대응해 극초음속미사일 방어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한 만큼 북한이 제기하는 극초음속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한국도 그런 능력을 갖출 모든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점을 참여의 이유로 제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크 케네디 소장은 대중국 미일 안보 협력 강화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한국과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케네디 소장] “Now that Japan is upgrading their both military capabilities as well as the flexibility with which to use them, the benefits that the alliance gets from being able to act together are greater. And therefore that coordinated command and control structure makes sense to that specific question. So I think to have a long term aspiration that perhaps South Korea could plug greater into that command and control process is an appropriate question to keep at our forefront.”
일본은 현재 군사적 능력과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모두 개선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동맹이 함께 행동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더욱 커졌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한반도 갈등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타이완 및 남중국해 문제 등 모든 역내 현안에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공동 지휘 및 통제 구조가 공통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이 이러한 지휘통제 과정에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장기적 열망을 갖고 있느냐는 것이 가장 큰 질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케네디 소장은 미국은 동맹 시스템을 활용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역량을 역내 동맹 요소와 통합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동맹국이 서로 더 많이 연결될수록 어떤 종류의 공격적 행동에도 더 큰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는 만큼 한국의 참여가 매우 중요해 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시호코 고토 국장도 한국의 참여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면서 한국이 선제적이고 주도적으로 참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토 국장] “I think on the security front, there is a coherent road map that the United States and Japan are trying to pursue and its success actually hinges on the involvement and commitment by Seoul as well. So it's important to bear in mind that like Korea would not simply be kind of be added on as an afterthought. Korea is a direct partner in these efforts. This is what we mean by continuing the spirit of Camp David. It's not simply a spirit. It's also an action plan and a road map to ensure that there is not just coordination but a buy in from the beginning. So that Korea's interests and Korea's concerns are reflected in any action that would be taken.”
고토 국장은 미일 안보 협력의 성공 여부는 “한국의 참여와 헌신에도 달려 있다”면서 “한국이 뒷전으로 밀려나서는 안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것은 미한일 3국의 캠프 데이비드 정신을 이어간다는 의미”라면서, 한국이 처음부터 동참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모든 조치에 한국의 이익과 우려가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일본 모두 중국과 긴밀한 경제 관계를 맺고 있지만 안보 문제에서는 일관된 로드맵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한국이 경제와 안보 문제를 분리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12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은 중국과의 대결이 아닌 경쟁을 추구한다는 기조 아래 안보 분야와 달리 경제 분야에서는 협력 창구를 유지하고 있다며, 한국, 일본도 한중일 경제 협력 등을 통해 발전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The US obviously doesn't object to Japan and the ROK having economic ties with China, having good diplomatic relations with China just like the US does. So I don't think there's any concern on the part of the United States. I think the US actually welcomes efforts by Japan and the ROK to find ways to reduce, to communicate with China and reduce areas of tension.”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중국과 경제 관계를 맺고 중국과 긍정적인 외교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타이완 문제를 비롯한 역내 안보 현안에서 한국과 일본이 미국과 뜻을 같이 하고 있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미국 측의 우려는 없으며, 미국은 일본과 한국이 중국과 소통을 통해 긴장을 완화하려는 노력을 환영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다만 반도체와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등 공급망 분야에서는 중국이 이를 군사 장비로 전용할 수 있는 위험이 있어 미국이 수출을 불허한 만큼 해당 분야 협력 진전은 미국에게 ‘레드 라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