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자신들의 핵무기 관리체계인 이른바 ‘핵 방아쇠’에 따라 초대형 방사포를 동원한 핵반격가상종합전술훈련을 처음 실시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핵 사용을 기도하면 정권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핵 방아쇠’라 부르는 국가 핵무기 종합관리체계 내에서 초대형 방사포를 운용하는 훈련을 22일 처음 진행했다며, “적들에게 보내는 분명한 경고 신호”라고 23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이 훈련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하에 이뤄진 핵반격가상종합전술훈련입니다.
훈련은 국가 최대 핵 위기 사태 경보인 ‘화산경보’ 체계 발령 시 부대들의 핵 반격태세 이행 절차 숙달을 위한 실동 훈련과 핵 반격 지휘체계 가동 연습, 핵 모의 전투부 탑재 초대형 방사포탄 사격 등의 순서로 진행됐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발사 사진을 보면 이동식 발사대(TEL) 4대에서 각각 1발씩 총 4발의 초대형 방사포를 쏘는 장면이 담겨 있습니다.
북한은 발사된 초대형 방사포가 사거리 352km의 섬 목표를 명중 타격했다고 밝혔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미한이 실시하고 있는 연합편대군종합훈련(KFT)과 지난 18일 있었던 연합공중침투훈련 등이 “공화국을 힘으로 압살하려는 적대세력들의 끊임없는 군사적 도발”이라며 핵 반격 훈련의 배경으로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사거리가 평양에서 350km 안팎이면 한국의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와 미한 KFT 훈련이 진행되고 있는 군산기지 등에 닿을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입니다.
[녹취: 홍민 박사] “핵 방아쇠 프로그램에 따라 자신들이 언제든지 먼저 인지하고 경보체계를 발동하고 대응 반격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미 공군기지를 타격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초대형 방사포가 이렇게 실질적으로 운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사실상 대미 최소 억제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신뢰를 주기 위한 퍼포먼스로 봐야겠죠.”
이성준 한국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23일 브리핑에서 “군은 이번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현재 진행 중인 한미연합편대군 훈련에 대한 무력시위, 또한 정찰위성 발사 지연에 대한 공백 메우기, 초대형 방사포를 수출하기 위한 성능 시연 등의 복합적인 목적을 갖고 있을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이번 핵 반격 훈련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동원된 작년 3월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이번 훈련에 적용된 ‘핵 방아쇠’는 핵 사용과 관련해 최고지도자의 유일적 지휘 권한을 강화하면서도 체계성을 갖고 핵무기를 운용할 수 있도록 구축한 시스템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김 위원장이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시절이던 2016년 3월 “핵 무력에 대한 유일적 영군체계와 관리체계를 철저히 세우라”고 지시한 이후 7년 만인 작년에 완성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지속할수록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이 제고되고 한국형 3축 체계 등 한국 군의 독자적인 대비 능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같이 보기: 그레이엄 상원의원 “북한 도발 격화, 한일 핵무장으로 귀결될 수도”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의 23일 브리핑 발언 내용입니다.
[녹취: 전하규 대변인] “만약 북한이 핵 사용을 기도한다면 한미동맹의 즉각적·압도적·결정적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북한 정권은 종말을 맞게 될 것입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또다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면서 한미 연합훈련을 빌미로 핵 위협을 가하는 것을 개탄한다”면서 “한미연합훈련은 북한의 핵 위협과 군사적 도발로부터 평화를 지키기 위한 방어적 훈련”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미한의 정상적인 재래식 훈련을 명분으로 북한이 핵 반격 훈련으로 대응한 것은 자신들의 핵 무력을 정당화하고 긴장 고조를 통해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북한이 핵무기 운용체계를 구체화하고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언급함으로써 핵 전쟁으로 가는 문턱을 낮추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언제든지 쏠 수 있다는 식으로 핵무기 사용 문턱을 엄청나게 낮추고 있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고 특히 재래식 전력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하는 의미에서 대단히 위험스럽고 우려스런 발상이죠.”
북한이 ‘국가 최대 핵 위기 사태 경보’라고 설명한 ‘화산경보’ 는 이번에 처음 공개됐습니다.
‘핵 방아쇠’가 발사 명령부터 발사까지의 단계를 운용관리하는 체계라면 ‘화산경보’ 체계는 적의 핵 공격 탐지와 위험 평가, 경보발령의 체계라는 관측입니다.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는 미한 정보 당국이 KN-25라는 코드명을 부여한 사거리 400km의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입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훈련에서 초대형 방사포의 정확도가 높아서 “마치 저격수 보총 사격을 본 것만 같다”고 만족해 했습니다.
그는 또 “훈련이 성과적으로 진행됨으로써 전술핵 공격의 운용 공간을 확장하고 다중화를 실현할 데 대한 당 중앙의 핵 무력 건설 구상이 정확히 현실화됐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초대형 방사포까지 인입된 핵 전투 무력의 위력과 효용성은 비할바 없이 증대”됐다고 밝혀 전술핵탄두 탑재가 가능함을 거듭 시사했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초대형 방사포에 전술 핵탄두 탑재가 가능함을 시사한 이런 발언이 과장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성준 공보실장은 “아직 북한이 소형전술핵에 대한 실험을 마무리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이 초대형 방사포의 정확도에 만족을 표시한 대목에 대해 과장이 섞인 발언으로 보인다며 전술핵무기로서의 실제 사용 가능성을 위협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계속해서 김정은이 강조하는 게 명중 정확성이라는 거잖아요. 실제 사용을 정말 하겠다면 정확도가 떨어지면 사용을 못하죠. 역설적으로 그동안 명중 정확성이 없다는 얘기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이 부분을 김정은이 현지 지도를 통해서 강조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죠.”
북한은 지난 2월 서울 등 한국 수도권을 집중 타격하기 위해 배치한 240mm 방사포를 신형으로 개량해 시험발사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유도 기능이 포함된 조종날개를 장착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방사포에 목표물을 추적, 타격할 수 있는 위성항법시스템(GPS) 유도 기능을 탑재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경제난이 심각한 북한이 모든 방사포에 유도 기능을 장착하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