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체제 유지를 위해 이른바 ‘선물정치’에 쓰이는 돈이 연간 18억달러 수준인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젊은 나이에 집권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신의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선물정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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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방부와 산하 국방연구원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 엘리트 특권층의 충성심과 결속을 끌어내기 위해 한화 기준 연간 2조 5천억원, 미화로 약 18억 달러 규모의 통치자금을 이른바 ‘선물정치’에 쓰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습니다.
김 위원장이 선물정치에 쓰는 18억 달러엔 특권층이 일상생활에서 누리고 있는 의식주 관련 비용부터 자동차, 의료 서비스, 경호와 의전, 각종 문화와 편의시설 등을 누리는 비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 연구에 참여한 한국국방연구원 박용한 선임연구원은 북한 권력의 핵심인 노동당과 내각, 군에 각각 포진해 있는 인물들과 이들의 일정 범위 내 일가친척으로 구성된 특권층이 6만명에서 6만5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특권층 한 사람이 연간 2만9천달러 정도를 사치품 등에 쓰는 셈이라는 겁니다.
박 선임연구원은 이 같은 수치는 일반주민의 28년치 소득에 해당한다며 이들 계층은 북한의 수령 지배체제를 떠받치는 핵심 세력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용한 선임연구원] “특권층에 들어간 사람들은 현 북한 체제를 유지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왜냐하면 북한 체제가 변하면 지금 같은 특혜를 받을 수 없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본인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김정은 체제가 지속되는 데 있어서 가장 핵심적 역할 결국 김정은과 운명공동체로서 북한체제를 유지하는 데 작동이 된다는 겁니다.”
특권층에는 김 위원장 일가와 직계 방계 혈족을 비롯해 당 정치국과 중앙위원회, 전문부서, 각급 위원회 핵심간부 그리고 군의 장성, 정치위원, 국무위원회와 내각, 보위성의 고위간부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연구진은 특권층을 크게 4개 등급으로 나눴고 이 중 정점에 위치한 계층은 김 위원장 일가를 지칭하는 백두혈통, 항일 빨치산, 고위층 가문 출신 엘리트 등으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이들 핵심 특권층의 규모는 약 2만 2천명으로, 전체 인구의 0.1%에 불과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해방 후 권력투쟁을 통해 북한 체제를 만든 백두혈통과 항일 빨치산 집단이 왕과 귀족 행세를 하는 현대판 신분사회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북한 체제는 철저하게 성분정치입니다. 그러니까 적대, 기본, 복잡 계층으로 이렇게 나눠서, 그러니까 지구상에서 가장 출신성분에 따른 차별이 강한 체제가 북한이라고 볼 수 있거든요.”
국방부 등의 연구결과는 100여명의 김정은 위원장 일가의 사치품 소비 규모에 대해선 한화로 연간 약 8천300억원, 미화로 6억달러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는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는 북한의 연간 곡물 부족분인 110만t의 96%를 구매할 수 있는 비용입니다.
김 위원장이 소유한 영국 프린세스 요트사의 95MY 모델 1대만 해도 거래가가 약 670만달러로 알려졌습니다.
김 위원장의 딸 주애는 공개 활동에 나설 때마다 옷과 신발, 가방, 액세서리, 휴대전화 등 외출 차림 한 세트에 평균 1만9천달러에 이르는 사치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수석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은 집권 후 특각과 초대소, 비행장 등 자신의 전용시설을 대대적으로 현대화하는 리모델링 작업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젊은 나이에 집권하면서 선대 지도자에 비해 부족한 권위를 물질적인 과시를 통해 보강하려고 했고 측근들에 대한 특혜 제공도 선대 지도자보다 더 늘리는 양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김인태 수석연구위원] “최근에 나오는 우상화 동향도 그런 연장선상입니다. 자꾸 권력층이나주민들이 선대와 비교하는 부분이 콤플렉스이고 그러니까 결국 표현되는 게 자꾸 절대권위를 강조하거든요. 그래서 흔히 TV나 노동신문에 나오는 김정은의 현지시찰 장면을 보면 차량을 수십대를 끌고 다니는 데 이건 사실 과시를 하는 측면이거든요.”
북한은 지난해 1년동안 중국으로부터 위스키는 393만 달러어치, 와인은 269만 달러어치를 수입하면서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또 북한 관영 ‘조선중앙TV’가 지난해 12월에 공개한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관련 영상에는 북한 권력의 핵심으로 불리는 당 정치국 상무위원 3인방 즉 조용원 당 조직비서와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덕훈 내각 총리가 벤츠 S클래스 차량을 타고 회의에 참석하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이런 통치 방식은 경제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공식석상을 통해 ‘애민정치’를 강조해 온 행동과 모순된다고 지적합니다.
탈북민 출신의 북한경제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북한 주민들은 이런 특권층 실태를 잘 알지 못하고, 안다고 해도 문제의식을 갖기 보다는 특권층을 부러워하고 이에 편입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알고는 있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나도 저들이 향유하는 부의 일부가 내가 고생한 노력의 일부로 된다는 생각은 전혀 못했거든요. 저렇게 하는 건 아니다 이런 생각은 저도 거의 못했어요.”
한편 박용한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결과가 “다양한 정보와 고위급 탈북민 심층 조사 내용 등을 취합하고, 별도의 분석 모델을 만들어 도출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