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미국 정부가 러시아 군수산업을 지원한 기관과 개인을 무더기로 제재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국무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밝혔습니다. 남미에 있는 나라인 콜롬비아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을 이유로 이스라엘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남태평양 솔로몬제도의 새 총리로 친중국 성향의 여당 후보가 선출됐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미국 정부가 러시아 군수산업을 도운 기관과 사람들을 무더기로 제재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재무부는 러시아의 전쟁 자원 유지 능력을 한층 더 저하하기 위해 행동한다고 1일 발표했습니다. 재무부는 이번 조처가 제3국에 있으면서 러시아가 중요한 무기나 국방 관련 물자를 획득하도록 도운 업체나 개인뿐 아니라, 러시아 군수산업과 화학 및 생물무기 프로그램도 겨냥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이날(1일) 미국 국무부도 재무부와 함께 러시아를 겨냥한 제재를 단행했습니다.
진행자) 이번에 새로 제재 대상이 된 곳이 몇 곳이나 됩니까?
기자) 네. 재무부에서 거의 200곳, 그리고 국무부에서 80곳이 넘습니다. 재무부는 미국이 많은 국제협력국과 함께 중화인민공화국(PRC)과 다른 제3국에 근거를 둔 기관들이 러시아 군수산업에 중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특히 우려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지원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계속할 수 있게 하고 국제 안보에 중대한 위협을 준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재무부와 국무부가 단행한 이번 제재의 근본 목적은 우크라이나와 싸우는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을 더 끌어내리려는 것이로군요?
기자) 맞습니다. 재무부는 제재 회피나 우회에 관여하거나 러시아의 화학 및 생물무기 프로그램과 방위산업에 연관된 기관과 개인을 국무부가 제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국무부가 미래 에너지와 금속, 그리고 광업 생산을 통한 러시아의 수익 창출을 겨냥하고, 러시아 야권 인사인 알렉세이 나발니 씨의 죽음에 연계된 사람들도 제재한다고 재무부는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제재 대상에 화학과 생물무기 프로그램이 들어간 것이 눈에 띄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국무부가 성명을 냈는데요. 러시아가 국제협약을 어기고 우크라이나군을 겨냥해 화학무기를 썼다고 국무부는 밝혔습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썼다고 국무부가 지목한 화학무기는 질식작용제인 클로로피크린과 폭동 진압용 최루가스라고 하는데요. 지난 1차대전 시기 독일군이 사용했던 클로로피크린은 화학무기조약(CWC)에 따라 사용이 금지돼 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군이 전장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우위를 확보하려고 화학무기를 쓰는 거죠?
기자) 맞습니다. 국무부는 성명에서 “러시아군은 요새화된 진지에 있는 우크라이나군을 격퇴하고 전장에서 전술적 이득을 얻으려는 기대로 화학무기를 썼을 것이고, 화학무기 사용이 단발성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러시아군이 클로로피크린 외에 최루가스도 썼다고 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앞서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이 CS와 CN 가스를 넣은 수류탄을 썼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요. 그간 적어도 병사 500명이 이런 독성물질에 노출돼 치료받았고, 1명은 최루가스에 질식해 사망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 CWC는 전쟁 수단으로 이런 폭동 진압용 작용제를 쓰는 것도 금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독한 최루가스에 질식하면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로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이와 관련해 일반 시위에서는 사람들이 보통 폭동 진압용 가스를 피할 수 있지만, 방독면 없이 참호에 있는 병사들은 최루가스가 퍼지면 적 포화 아래서 피해야 하거나 질식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CWC가 화학무기의 생산과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데, 러시아가 CWC에 가입했습니까?
기자) 네. 러시아와 미국을 포함해 모두 193개 나라가 CWC를 비준했는데요. 이 조약은 비준국들에 비축한 금지 화학물질을 파괴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가 전장에서뿐만 아니라 반정부 인사들을 암살하려고 과거에 화학 작용제를 사용한 사례가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018년에 전직 러시아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 씨가 딸 율리아와 함께 신경작용제인 노비초크에 노출됐다가 목숨을 잃을 뻔한 사건이 있었고요. 최근 교도소에서 사망한 알렉세이 나발니 씨도 지난 2020년 독극물에 중독돼 사경을 헤매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이번에 재무부와 국무부가 제재한 기관과 개인들에게는 어떤 조처가 적용됩니까?
기자) 네. 이들의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요. 일반적으로 미국인들은 이들과 사업을 할 수 없습니다.
진행자) 이번 제재에 관해서 러시아 쪽에서 나온 반응이 있나요?
기자) 로이터통신은 미국 워싱턴 주재 러시아대사관이 논평 요청에 바로 응답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이번에 자국 기관들이 제재 대상에 들어간 중국 쪽에서 반응이 나왔는데요. 중국 외교부는 AFP통신에 보낸 성명에서 제재에 대응해 필요한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미국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이도 논평을 냈는데요. 대사관 대변인은 중국 정부가 법과 규정에 따라 이중목적 물질의 수출을 감독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변인은 그러면서 “중국은 미국의 일방적인 불법 제재를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이번 팔레스타인 분쟁을 이유로 이스라엘과 단교한다고 선언한 나라가 또 나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남미에 있는 나라인 콜롬비아가 2일부로 이스라엘과의 외교관계를 끊는다고 1일 발표했습니다. 이날(1일)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은 수도 보고타 유세에서 가자 전쟁이 ‘제노사이드(대량학살)’라면서 그같이 말했습니다.
진행자) 남미에서 콜롬비아 외에 이번에 이스라엘과 단교한 나라가 또 있죠?
기자) 네. 볼리비아가 가자지구 공습에 항의해 지난해 11월 이스라엘과 단교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중미에서도 벨리즈가 역시 지난해 11월 이스라엘과의 외교관계를 끊었습니다.
진행자)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한 남아프리카공화국처럼 가자전쟁을 제노사이드라고 주장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페트로 대통령은 이날(1일) 유세에서 “제노사이드와 사람들 전체를 말살하는 시간이 우리 눈과 수동성에 올 수 없다”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이 죽는 것은 인간성이 죽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콜롬비아 정부의 단교 발표에 이스라엘은 어떻게 반응했습니까?
기자) 네. 콜롬비아 정부 조처를 비난했습니다. 이스라엘 카츠 외무장관은 사회연결망서비스(SNS)인 X에 올린 글에서 “역사는 구스타보 페트로가 아기들을 불태우고, 여성을 성폭행하고, 무고한 민간인들을 납치한, 사람들에게 알려진 가장 혐오스러운 괴물들 편에 서기로 선택한 것을 기억할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또 “이스라엘과 콜롬비아는 항상 따뜻한 관계를 향유했다. 반유대주의와 증오에 찬 대통령이라도 그것을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미국 테러 단체로 지정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협상 중재국들이 보내온 휴전안에 대한 대답을 2일 보내올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런데 하마스가 이 방안에 부정적이라는 보도가 나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레바논에 있는 오사마 함단 하마스 대변인이 1일 또 다른 이슬람 무장 조직인 헤즈볼라 계열의 알마나르 TV에 “현재 협상 중인 안에 대한 우리 입장은 부정적”이라고 밝혔습니다. 함단 대변인은 그러면서 이스라엘군이 라파를 공격하면 대화가 중단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하마스가 중재국들 제안을 거부하는 쪽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이군요?
기자) 그런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함단 대변인은 “부정적 입장이 협상 중단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왔다 갔다 해야 할 문제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하마스 측에 제안한 휴전안은 40일 동안 휴전하고 이스라엘인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맞바꾸는 것이 핵심이라고 알려졌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런 방안이 하마스 측 기존 요구와는 아주 다릅니다. 하마스는 그간 휴전이 전쟁 완전 중단을 보장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지속해서 요구해 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하마스가 실제로 이 40일 휴전안을 거부하면 앞으로 이스라엘이 여기에 어떻게 대응할지 눈길이 쏠리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이번에는 남태평양의 섬나라, 솔로몬제도로 가봅니다. 새 총리가 선출됐군요?
기자) 네. 솔로몬제도 현 정부의 외무장관인 제러마이아 머넬레 후보가 2일, 새 총리로 선출됐습니다. 머넬레 후보는 최근 새로 출범한 의회에서 진행된 총리 선출 투표에서 49표 가운데 31표를 얻어 당선됐습니다.
진행자) 솔로몬제도 의회가 총 몇 석이죠?
기자) 50석입니다. 몇백 명이나 되는 미국이나 한국 같은 나라에 비하면 의회 규모가 매우 작은 편인데요. 솔로몬제도는 지난달 총선을 치렀습니다. 여기서 여당인 ‘우리당’은 15석을 확보하면서, 제1당의 지위를 차지했는데요. 하지만,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과반은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진행자) 총선에서 야당들도 성적이 좋지 않았던 모양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어느 야당도 정부 구성을 위해 최소한 필요한 26석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주말, 두 주요 야당이 연합해 매튜 웨일 전 야당 지도자를 단일 후보로 내놨던 건데요. 하지만 웨일 후보는 2일 총리 선출 투표에서 18표를 얻는 데 그쳤습니다.
진행자) 마나세 소가바레 총리는 출마하지 않은 건가요?
기자) 네. 소가바레 총리는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불출마를 선언했었습니다. 대신 자신이 창당한 ‘우리당’의 현 대표이자 외무장관인 머넬레 후보를 지지한다며 힘을 실어줬는데요. 일부 전문가는 소가바레 총리의 불출마 결정은 지난달 총선에서 여권 연합이 의석을 많이 잃은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소가바레 총리는 재임 기간, 노골적으로 친중국 외교 정책을 펼쳤죠?
기자) 그렇습니다. 소가바레 총리는 특히 지난 2019년에는 30년 넘게 외교 관계를 맺어왔던 타이완과 단교하고 중국과 국교를 수립했습니다. 소가바레 총리는 또 그해 중국을 방문해 경제와 무역, 외교 등의 분야에서 협력 증진을 도모했고요. 작년 7월에도 중국을 방문한 바 있습니다. 소가바레 총리는 평소 중국의 정치 체제를 칭송하면서, 민주주의가 ‘도덕적 타락’의 원인이라고 비난해 왔습니다.
진행자) 중국과 솔로몬제도가 안보협정도 체결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2022년 4월 양국 간 안보협정이 체결돼 국제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유사시 솔로몬제도의 요청이 있을 경우 중국이 솔로몬제도에 병력과 군함을 파견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인데요. 이는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의 우려를 일으켰습니다. 특히 호주는 솔로몬제도와 비행기로 약 3시간 거리에 있어, 자칫 중국 군함이 호주 앞에 진을 치고 있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습니다.
진행자) 솔로몬제도가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하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과 솔로몬제도 주변국들은 중국이 솔로몬제도를 교두보로 삼고, 역내 군사적,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데요. 현재 미국 정부도 인도태평양 중시 정책의 일환으로 솔로몬제도를 비롯한 태평양 도서국가들과의 관계 재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번에 새로 선출된 총리도 친중국 성향 정치인이라고요?
기자) 네. 머넬레 총리 당선인은 소가바레 정권의 외무장관으로서, 중국과 솔로몬제도가 국교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입니다. 전문가들은 머넬레 당선인은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가 솔로몬제도 발전에 이익이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는데요. 다만 서방 국가와의 관계에 있어, 전임 소가바레 총리보다는 신중한 접근 방식을 채택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