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일반 대중 다수가 핵무장을 지지하는 것과는 달리 전문가 중 상당수는 이에 부정적이라는 조사 결과가 최근 나와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번 조사를 실시한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 부소장 겸 한국석좌는 2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전문가들은 미한동맹이 억제 측면에서 효과가 높다고 평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차 석좌는 미국 입장에서는 한반도의 핵 사용과 관련한 의사 결정에 한국을 더 잘 통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제 경제에서 한국의 위상과 중요도 등을 고려하면 핵무장은 여러 측면에서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내며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를 맡았던 차 석좌를 김영교 기자가 화상으로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지난달 29일 CSIS가 내놓은 ‘한국의 핵 선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핵무장에 대해 전략 전문가들과 일반 대중 사이에 상당한 시각차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이러한 차이가 한국의 정책 결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걸로 보십니까?
차 석좌) 그동안 한국인들이 핵무장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여론 조사가 많았습니다. 찬성 비율이 50%를 훌쩍 넘었고 경우에 따라서는 76%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한국의 전략 전문가들은 핵무장에 대해 전반적으로 상당히 부정적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저희 설문조사 응답자의 66%는 한국이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거나 불확실하다고 답했죠. 분명히 격차가 있습니다. 하지만 외교 정책 측면에서 봤을 때 이런 차이가 특이한 것은 아닙니다. 정부의 외교 정책과 대중의 의견 사이에는 종종 격차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통상 정부의 외교 정책과 전략 전문가들 견해 사이에는 격차가 그리 크지 않죠.
기자) 보고서는 보수 성향의 전략 전문가들이 높은 비율로 핵무장을 선호한다고 밝혔는데요. 이러한 이념적 분열이 향후 한국의 정치 담론에 영향을 미칠까요?
차 석좌) 이번 조사에서 핵무장에 찬성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정치 성향은 다양했습니다. 대략 3분의 1은 보수, 3분의 1은 중도, 3분의 1은 진보 성향이었습니다. 하지만 핵무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보수적인 성향인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향후 핵무장은 한국에서 매우 정치적인 사안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핵무장 지지자 중 진보 성향은 2%에 그쳐 매우 적었죠. 핵무장 반대에 광범위한 초당적인 지지가 있는 반면 핵무장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핵무장은 여론을 양분시키는 매우 정치적 사안이 될 수 있습니다.
기자) 한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핵무장을 강력히 지지하는 대중과 보다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전략 전문가 사이의 시각차를 어떻게 조율해야 할까요?
차 석좌) 저희 조사에 따르면, 전략 전문가들은 한국이 당장 핵보유국이 될 필요는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들은 미한동맹에 대한 확신이 있습니다. 또 한국의 비확산국으로서의 위치와 규칙에 근거한 세계 질서의 지지자로서의 역할을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정책입안자들이 핵무장에 대한 국민 여론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는 핵무장이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거나 아니면 정부가 직접 나서 핵무장이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야 될 겁니다.
기자) 보고서는 전략 전문가들이 핵무장을 할 경우 국제 제재나 평판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세계 경제에서 한국의 역할을 감안했을 때, 한국이 핵무장을 할 경우 어떤 경제적 영향이 있을 걸로 보십니까?
차 석좌) 전략 전문가들은 미한동맹이 억제 측면에서 효과가 높다고 평가하고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이들은 한국이 오늘날과 같은 위치에 있기까지 50년 동안 거둔 성과에 큰 가치를 두고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북한과 같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위반해 연이어 무기를 확산하는 길은 한국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이 길을 간다면 한국에 어떤 제재가 가해질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반대편에 있는 북한이 제재로 인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죠. 한국의 세계 경제에 대한 통합 정도와 중요도를 고려할 때, 한국의 핵무장은 여러 측면에서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 될 겁니다.
기자) 역내 핵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으면서 한국이 북한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대안적인 안보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요?
차 석좌) 미국 입장에서는 한반도의 핵 사용과 관련한 의사 결정에 한국을 더 잘 통합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에는 킬체인, 대량응징보복, 미사일방어라는 ‘3축 체계’가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북한에 신호를 보낼 수 있는 매우 강력하고 중요한 방법입니다. 북한이 어떤 핵 사용도 고려하지 않도록 말이죠. (지난해 8월) 캠프 데이비드 공동성명 채택 이후 미한일 훈련이 확대된 것도 북한과 중국에 분명한 신호를 보냈습니다. 북한이 어떠한 공격이라도 감행하는 것은 나쁜 생각이라는 신호 말입니다.
기자) 미국은 인도와 파키스탄이 핵보유국이 된 후 예상보다 일찍 제재를 풀었고, 이후 두 나라가 모두 중요한 역내 파트너로 부상했는데요. 한국에도 비슷한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는 없습니까?
차 석좌) 인도나 파키스탄 모두 NPT 체제의 가입국이 아니라는 점에서 한국과 차이가 있습니다. 그들은 NPT 체제 밖에서 활동하고 있었죠. 한국은 가입국입니다. 한국이 핵무장을 하려면 북한처럼 탈퇴를 해야 할 겁니다. 조약 가입국들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북한과 같은 범주에 들어가게 될 겁니다.
기자) 한국이 핵무장을 하고 미국에 의해 받아들여질 수 있는 시나리오는 존재할 수 없을까요?
차 석좌)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볼 때, 그 시나리오들 중 가장 가능성 있는 것은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디커플링되는 상황입니다. 즉 미국이 한국의 안보 이익을 감안하지 않고 북한과 합의하거나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상황이 일어났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만약 한국이 자체적으로 핵 능력을 갖추게 되면 미국은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할 이유는 없어집니다. 그렇게 미국의 핵우산이 사라지게 되면 한국인들 입장에서는 미국에 대한 신뢰 문제가 발생할 것입니다. 한국이 핵무장을 하고 미국이 반대를 안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미한동맹의 형태는 지금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과 같은 동맹은 아닐 것이라고 봅니다.
기자) 북한 그리고 역내 위협과 관련해 현재 미한동맹이 직면한 시급한 사안은 무엇입니까?
차 석좌) 지금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도전은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 강화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탄약을 북한으로부터 공급받기 때문이죠. 우려스럽습니다. 그 연결고리를 끊는 것이 우리의 우선순위가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당장의 해결책은 없습니다. 쉬운 해결책이 없죠. 중국은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을 탐탁지 않게 보지만 미국과 협력해 무언가를 하려고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또한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죠.
기자) 올 11월 대선 이후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현재 한국의 비핵화 입장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보십니까?
차 석좌) 지금은 안정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돌아온다면 비핵화 진영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바꿀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한국의 신뢰는 무조건적인 것도 아니고 미국에 대한 선물도 아닙니다. 그것은 동맹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한 미국의 노력을 바탕으로 얻어지는 것입니다. 국내 정치나 국내 정치 변화에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만약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와서 주한미군 등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것들을 실제로 실행에 옮긴다면 상황은 상당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웃트로: 지금까지 빅터 차 석좌로부터 CSIS의 ‘한국의 핵 선택’ 보고서 내용과 한국의 핵무장 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교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