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 한국에 사는 탈북 청년들이 3일 세계 언론 자유의 날을 맞아 대북 정보 유입을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주민들이 정보를 가져야 자신과 북한을 모두 변화시킬 힘이 생긴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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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컬럼비아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평양 출신의 이현승 씨는 최근 이 대학에서 벌어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관련 시위가 보도되는 것을 보면서 언론 자유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됐다고 말합니다.
[녹취: 학생들 시위 소리]
어수선한 시위로 학생들이 도서관을 이용하지 못하는 등 불편을 겪으면서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이런 모습이 가감 없이 전국에 보도되고 다양한 반응이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민주주의의 힘을 느끼게 된다는 것입니다.
[녹취: 이현승 씨] “저렇게까지 표현의 자유가 있어서 그 일이 맞든 안 맞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자유가 있다는 것은 정말 부럽습니다. 진정한 언론의 자유는 말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소식이 전달되고)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잖아요. 어쩌면 이러한 시국이 문란하게 보이지만 표현의 자유가 있다는 것에 대해선 정말 칭찬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영국 의회 내 ‘북한 문제에 관한 초당파 의원 모임(APPG-NK)’ 사무국장으로 활동 중인 북한 꽃제비 출신 티머시 조 씨는 지난주 런던에 사는 일부 탈북민을 의회로 초청했습니다.
조 국장은 탈북민들이 의원들의 대정부 질문을 직접 보면서 감탄을 연발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 국장] “정세를 논의하고 토론하는 모습을 직접 보면서 그분들이 ‘아 저것을 볼 수 있다는 자체가 너무 신사적이다’ 일반 주민들, 영국의 어느 시골에 사는 사람도 TV나 신문, 라디오, 웹사이트를 통해서 국회 안에서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고 그 사람들이 국민을 위해서 일을 잘하는지 못 하는지, 부정부패 경향이 있는지 이것을 다 들여다볼 수 있는 투명성이 있는 거죠. 그것이 민주주의의 목소리이고 귀이고 눈이라고 생각합니다.”
조 국장은 그러나 3일 세계 언론 자유의 날을 맞아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한 ‘2024 세계 언론 자유 지수’ 보고서를 보며 “마음이 무척 착잡했다”고 말합니다.
자신이 태어나 자란 조국에 대해 해마다 ‘세계 최악’이란 발표가 나올 때마다 정권에 대한 분노와 주민에 대한 연민으로 감정이 복잡해진다는 것입니다.
[녹취: 조 국장] “디프레션(우울증), 막 기분이 다운되는 느낌입니다. 이런 리포트를 읽거나 뉴스를 보면 엄청 화가 나거나 슬프고 기억이 그때 당시로 돌아갈 때도 있습니다. 제가 그 땅에서 살던 모습, 한 치 앞도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던 광경이 드라마처럼 펼쳐질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니까 더 화가 나고 슬프고.”
한국에서 방송인과 정당인, 소설 인플루언서로 활발히 활동하는 김금혁 씨는 이러한 보고서가 반복될 때마다 더 무덤덤해진다고 말합니다.
[녹취: 김금혁 씨] “북한에 언론 자유라는 게 사실 자유라는 이름을 붙이기 어려울 정도로 사실 굉장히 열악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순위가 몇 위다 매년 발표되고 있지만 큰 의미가 없게 느껴집니다.”
김일성종합대를 거쳐 중국 대학에서 유학 중 한국에 망명한 김 씨는 그러나 “한국에 살수록 더 깊이 느끼는 언론과 정보의 소중함을 북한 주민들이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생각은 더 강렬해진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금혁 씨] “결국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보잖아요. 물건을 사려고 해도 어디 물건이 싸다든가, 혹은 어디 레스토랑이 맛있다든가 하는 사소한 정보부터 내가 뽑는, 북한식으로 표현하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은 어떤 사람인지에 관한 정보도 알아야 하고, 나를 위해 일할 사람은 누구이고, 내가 도와야 할 사람은 누구이고. 정말 살아가며 필요한 모든 정보가 언론을 통해 오는 거잖아요. 개개인이 모든 정보에 접근하는 건 어려우니까.”
김 씨는 그러나 북한은 이러한 정보와 권한을 모두 국가가 갖고 있고 “김정은의 입맛에 맞게 강제하다 보니 주민들은 어떤 권한도 행사하기 힘든 노예로 전락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변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정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김금혁 씨] “정보 자유는 사람들을 세뇌에서 깨트리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북한식 표현대로 하면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생각할 수 있는 인간다운 인간을 만드는 해법입니다.”
이현승 씨도 이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과거 북한에서 배웠던 ‘자유평등가’가 역설적으로 마음에 다가온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영화 ‘유돈노우’ 트레일러)] “사람은 사람이라 이름 가질 때 자유권을 똑같이 가지고 났다. 자유권 없으면 살아도 죽은 것이니 목숨은 버려도 자유 못 버려…”
북한은 과거 김일성 주석이 일제에 대한 저항 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유격대원들에게 보급한 ‘자유평등가’를 주민들에게 가르쳤었습니다.
이 씨는 그러나 북한 당국이 이 노래를 개인주의를 부추겨 반사회주의에 역행한다는 이유로 금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들은 사실상 이 노래의 가사처럼 살아도 죽은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현승 씨] “현재 북한 전체 주민들은 살아도 자유가 없어서 사실 죽은 목숨입니다. 그 노래 가사처럼. (보고서도 좋지만) 근본적으로 북한에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방법이나 메커니즘을 개발하지 않는 이상 북한 내부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씨 등 탈북 청년들은 결국 최선의 해법은 북한 주민들이 스스로 비판적 의식을 갖도록 힘을 불어넣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티머시 조 국장과 김금혁 씨입니다.
[녹취: 조 국장] “계속해서 대량의 정보를 북한에 넣어야 합니다. NGO 한 두 곳만 하는 게 아니라 라디오, TV, USB 반입, 바람을 이용해 풍선을 보내도 되고 각종 할 수 있는 채널과 플랫폼을 이용해서 모든 정보를 계속 보내야 합니다.”
[김금혁 씨] “탈북민들이 대한민국에서 얼마나 열심히 잘살고 있는지 이런 것들을 우선적으로 전달하는 게 필요합니다. 특히 장마당 세대로서 80~90년대에 태어난 우리 탈북민 세대가 대한민국에서 당당히 자리 잡고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런 모습을 담백하게 담아서 이런 정보를 특히 휴전선 지대에 있는, 어떤 자유도 없이 10년 동안 군대에 복무하는 친구들에게 전달한다면 정말 큰 충격과 동요가 일어나지 않을까.”
이현승 씨는 이런 적극적인 정보 유입이 북한을 변화시키는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이현승 씨] “첫째는 북한이란 체제 자체를 다른 국가와 비교할 수 있는 판단력이 생길 것입니다. 둘째는 북한의 권력을 감시하는 의사 결정권과 언론 자유 등 표현의 자유가 더 늘 것 같습니다. 셋째는 많은 정보를 습득하다 보니 여기에 기초해서 자신들의 삶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것입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