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과 유럽국가들이 러시아의 유엔 안보리 거부권 남용을 비판했습니다. 러시아가 북한과의 불법 무기 거래를 은폐하기 위해 대북제재 패널의 임기 연장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는 지적도 이어졌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과 한국, 일본 등 비상임이사국들, 그리고 다른 유엔 회원국들이 6일 러시아가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바버라 우드워드 유엔주재 영국 대사는 이날 러시아의 안보리 결의안 거부권 행사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유엔총회 공개토의에서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한 핵 비확산 결의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불과 한 달 만에 두번째”라고 지적했습니다.
러시아가 지난달 24일 ‘우주 공간 핵무기 배치 금지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그에 앞서 3월 28일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의 임기 연장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비판한 것입니다.
특히 러시아가 전문가패널의 임기 연장을 막은 것은 패널이 효과적으로 활동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우드워드 대사] “Russia vetoed the DPRK Panel of Experts’ mandate – despite, or rather, because of the Panel’s proven track record of exposing DPRK’s dangerous nuclear and missile programs, in violation of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Russia’s actions cannot be interpreted any other way. They are seeking to undermine the global non-proliferation architecture, and this should be of grave concern to us all.”
우드워드 대사는 “러시아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북한의 위험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폭로하는 전문가패널의 입증된 실적에도 불구하고, 아니 오히려 그 입증된 실적 때문에 임기 연장에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러시아의 행동은 다른 방식으로 해석할 수 없다”며 “러시아는 국제 비확산 구조를 약화시키려 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 모두가 심각하게 우려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안체 린데르체 유엔주재 독일 대사도 이날 총회에서 “러시아가 전문가패널의 임기 연장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 불과 몇 주 전이라며, 러시아가 전 세계에 무엇을 숨기고 있는 지 다시 한 번 묻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린데르체 대사] “Mr President, it is just a few weeks ago that few weeks ago, Russia cast a veto against the extension of the Panel of Experts’ mandate for the DPRK sanctions committee, begging again the question: What is Russia hiding from the world? We all know that the panel was reporting on the unlawful arms transfers between the DPRK and Russia, in the context of the Russia’s illegal war of aggression against Ukraine.”
린데르체 대사는 “우리 모두는 전문가패널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불법 침략전쟁의 맥락에서 북한과 러시아 간의 불법 무기 이전에 대해 보고했다는 것을 안다”고 지적했습니다.
라인 탐사르 유엔주재 에스토니아 대사는 “러시아가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거부권을 사용한다”며 북러 군사협력을 지적했습니다.
[녹취: 탐사르 대사] “Russia claims that its blocking of the extension of the mandate of the Panel of Experts for the UN Security Council’s 1718 Committee on the DPRK was caused by the lack of quality in panel’s work while vehemently denying growing military cooperation between Russia and the DPRK. In reality, the Panel of Experts confirmed not only numerous sea transfers between the two countries in violation with the UNSC resolutions, but also documented debris of DPRK’s missiles used by Russia in Ukraine.”
탐사르 대사는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임기 연장을 막은 것은 패널 활동의 질적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러시아와 북한 간의 군사협력 심화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실제로 전문가패널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북러 간의 수많은 해상 환적뿐 아니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한 북한의 미사일 잔해를 기록했다”고 말했습니다.
야쿱 쿨하닉 유엔 주재 체코 대사는 러시아가 전문가패널 임기 연장안과 우주 공간 핵무기 배치 금지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국제사회의 군축과 비확산 노력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쿨하닉 대사] “Within a historically short period of time, we have witnessed not only an unprecedented war of aggression of a permanent UNSC member against a fellow UN Member State, but also a systematic dismantling of the existing disarmament and non-proliferation architecture.”
쿨하닉 대사는 “짧은 기간 동안 우리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동료 유엔 회원국을 상대로 전례없는 침략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을 보고 있을뿐 아니라 기존의 군축, 비확산 구조가 체계적으로 해체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로버트 우드 유엔 주재 미국 부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북한에 대한 언급은 않은 채 러시아가 ‘우주 공간 핵무기 배치 금지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비판했습니다.
러시아가 우주 조약에 따른 법적 의무를 지킬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며, 국제 평화와 안보에 미칠 영향이 우려된다는 것입니다.
바실리 네벤자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날 토론에서 지난달 24일 ‘우주 공간 핵무기 배치 금지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해, 결의안의 내용은 이미 다른 국제협정에 의해 목표가 달성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엔 안보리는 해당 결의안과 같이 추상적인 법률과 군축 논의가 아닌 국제평화와 안보에 대한 즉각적인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미국과 일본은 위성요격용 우주 핵무기의 우주 배치를 방지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발의해 24일 표결에 부쳤습니다. 전체 15개 이사국 중 13개국이 찬성했지만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고 중국이 기권하면서 최종 부결 처리됐습니다.
결의안에는 1967년 발효된 우주조약의 준수 의무를 강조하고, 우주 공간에서의 군비 경쟁 방지와 평화적 이용 목표를 추구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