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지속적인 탈북민 강제북송으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탈북민들이 직접 만든 영화가 미국에서 상영됩니다. 주최 측은 탈북민들이 겪는 어려움이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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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과 워싱턴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가 한국 내 탈북민들이 직접 제작한 영화 ‘도토리’ 상영회를 이번 주 미국에서 처음으로 개최한다고 밝혔습니다.
민주평통은 14일과 18일은 뉴욕의 하크네시야 교회에서, 19일은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의 한인 커뮤니티센터에서 각각 상영회를 갖는다며, 열악한 탈북민들의 실상이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영화 상영을 주도한 탈북민 출신 마영애 민주평통 상임위원입니다.
[녹취: 마영애 위원] “지난 가을에 중국이 탈북민 600명을 북송했고 또 최근 200명을 북송하는 등 계속 북송됩니다. 북송된 많은 탈북민은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되거나 공개처형을 당합니다. 탈북민들이 어떤 어려움과 고통을 당하면서 여기까지 왔는지 우리가 알리려고 합니다.”
‘도토리’는 탈북민 출신 허영철 감독과 100여 명의 탈북민들이 손수 제작비를 마련해 만든 극영화입니다.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는 ‘탈북’입니다. 한국전쟁 때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정착한 이산가족 할머니가 70여 년 뒤 북한을 탈출한 탈북 손녀와 극적으로 상봉하는 3대에 걸친 북한인들의 기구한 운명을 그리고 있습니다.
[녹취: 영화 트레일러]
이번 상영회를 위해 미국을 찾은 허 감독은 14일 VOA에 “중국의 비인도적인 탈북민 강제북송을 막기 위한 절박한 심정으로 미국에 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허영철 감독] “빨리 전 세계에 알려서 강제북송을 막아야죠. 지금도 중국에 억류 중인 탈북민들이 많거든요. 저번에 600명, 이번에 또 200명을 북송했잖아요.”
북한 양강도 혜산 출신인 허 감독은 자신을 비롯해 제작진과 출연자 대부분이 중국에서 북송됐던 경험이 있는 탈북민들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본인들이 겪은 이야기를 그대로 옮겼기 때문에 “기존의 어떤 영화보다 가장 사실적인 영화”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허영철 감독] “감독도 북한 사람이고 모든 배우와 스태프도 다 북한 사람입니다. 북송된 체험자 위주로 만든 거예요. 그게 기존 영화와 차별화가 큽니다. 우리는 그 어떤 큰 후원이나 제작비도 지원받은 게 아니라 생존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만들었습니다.”
허 감독은 100여 명의 탈북민들이 손수 제작비를 후원해 영화가 제작됐으며 후반 편집과 홍보 과정에 통일부 등이 일부를 후원했다고 전했습니다.
최근 민간 단체들은 중국이 국내 구금 시설에 억류 중인 50~200여 명의 탈북민을 추가로 북송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 박 미국 국무부 대북고위관리는 지난 9일 도쿄에서 류샤오밍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만나 탈북민 강제북송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전달했습니다.
이어 조태열 한국 외교부 장관도 지난 13일 베이징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나 탈북민 강제북송에 대한 국내외 우려를 전달하고 탈북민들이 희망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관심과 협조를 당부했습니다.
허영철 감독은 북한인들은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고난의 행군 때 모두 허기진 배를 도토리로 채웠다며, 그러나 한국에선 도토리가 주요 식량이 아닌 건강식품인 것을 보고 영화 제목을 ‘도토리’로 정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역설적인 상황을 보여주는 영화 ‘도토리’를 통해 탈북민 등 북한 주민들의 열악한 상황에 더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고 호소했습니다.
[녹취: 허영철 감독] “한인 등 미국 사회에 말하고 싶습니다. 탈북자 문제는 생명에 관한 문제입니다. 어떤 정치, 이념, 종교를 초월해서 인권은 우선시돼야 합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