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문가들은 서울 개최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한일중 정상회의와 관련해 5년 만의 대면 자체에 의미를 뒀습니다. 3국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중국 역할론’에도 한계가 있어 낮은 수준의 공감대 외에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의 진단을 안준호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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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등을 역임한 제임스 줌월트 전 세네갈 주재 미국 대사는 22일 “3국 정상회의가 열리는 것이 새삼스러운 건 아니지만, 지금 이 순간, 특히 한국과 일본이 중국과 북한에 대한 우려, 북한의 행동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이런 대화를 통해 중국이 북한이 도발적 행동을 중단하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요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줌월트 전 대사] “So it's not new that there's this trilateral summit but at this moment I think it's important in particular, it's important for Korea and Japan to talk with China about their concerns, concerns with North Korea and North Korea's behavior.”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총리는 오는 26~27일 서울에서 정상회의를 갖고, 외교∙안보∙경제 현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국 정상회의는 2008년 12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1차 회의가 열린 이래 2019년 12월 중국 청두에서 열린 8차 회의까지 모두 8차례 열렸습니다.
이후 코로나 팬데믹 여파와 한∙일 과거사 갈등 등으로 중단됐습니다.
이번에 서울에서 개최되면 거의 4년 5개월 여 만에 재개되는 셈입니다.
줌월트 전 대사는 이번 3국 정상회의에서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도 중요한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며 “한국과 일본이 중국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사용할 이중용도 물품을 러시아에 보내는 등 러시아 지원을 중단하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대북∙대러 문제) 이 두 가지 분야는 미국이 3국 정상회의에서 진지하게 논의되기를 매우 희망하는 분야”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줌월트 전 대사] “But there are other agenda items, I think on the trilateral agenda and one of those is China's relationship with Russia and in particular its support for Russian, the Russian invasion of Ukraine. And I expect that both Korea and Japan will talk with China and urge it to desist with supporting Russia in the form of sending dual use items to Russia for use in their invasion of Ukraine. So those are two areas where the United States very much hopes to see serious discussions at the trilateral summit.”
줌월트 전 대사는 ‘중국이 북한과 러시아 문제에서 건설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엔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역할을 하긴 할 것”이라면서 “중국에 우방과 이웃 국가들이 중국을 어떻게 지켜보고 있는지를 상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통해 중국이 북한과 러시아에 대해 보다 건설적으로 행동하도록 장려할 수 있다는 겁니다.
‘미국과 중국이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동맹인 한국과 일본이 중국과 3국 정상회의를 갖는 것이 미국의 핵심 이익과 충돌할 우려는 없느냐’는 질문엔 “미한, 미일 관계가 강력하기 때문에 이 두 나라가 중국과 논의하는 것이 우리의 강력한 동맹 관계를 손상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 “미국은 한국과 일본, 양국 정부를 매우 신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줌월트 전 대는 이밖에 감염병 대응과 기후 변화와 같이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이슈에 대해 3국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안보 석좌는 “3국 고위급 회의는 지난 20년간 역내 외교의 정기적인 행사로 자리매김했지만, 이런 정기적인 3국 정상회의는 일정을 잡기 어려웠었다”면서 “한국이 일본 총리와 중국 리창 총리와 함께 이번 회의를 주최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크로닌 석좌] “High-level meetings among the three countries have been a regular feature of regional diplomacy for the better part of the past two decades. But these periodic trilateral meetings have been hard to schedule. It is good for South Korea to host this round with Japan’s Prime Minister and China’s Premier Li Qiang.”
크로닌 석좌는 “이번 회의는 동북아에 화합의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며 “다양한 이견에도 불구하고, 일부는 첨예하지만, 역내 3강이 마주앉아 우려와 기회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강조하며 한∙일 두 민주적 지도자에게 휘둘리는 것을 거부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또 “합의에 따라 3국 회의는 첨예한 문제보다는 협력 사안을 다루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글로벌 긴장 상황에 대한 우려를 논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통상 3국 회의는 첨예한 갈등 사안보다는 3국이 협력할 수 있는 사안을 논의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나 중국과 타이완 갈등 등 동북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민감한 외교∙안보 현안을 논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뜻으로 풀이됩니다.
[크로닌 석좌] “The meetings convey a sense of harmony in Northeast Asia. Despite various disagreements, some of which are sharp, the three regional powers can sit down and discuss issues of concern and opportunity. China will press its interests and resist being ganged up on by the two democratic leaders. By agreement, however, this trilateral process tends to deal with more cooperative issues rather than flashpoints. Even so, it would be hard not to discuss concerns about current global tensions.”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대리는 “오랫동안 연기돼 온 이번 3국 정상회의의 가장 중요한 점은 정상회의가 열린다는 사실 자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실제 정상회의의 결과물, 이른바 성과물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면서 “결과물은 아마 교육, 과학, 인적 교류 등 3국이 쉽게 합의할 수 있는 최저 공통분모 이슈에 관한 것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랩슨 전 대사대리] “The most important aspect of this long/long-postponed trilateral summit is the fact that it’s happening at all. The actual summit outcomes, the so-called deliverables, are less important and will probably be on lowest common denominator issues readily agreeable to the three (e.g., educational, scientific, people-to-people exchanges, etc.,). I think it highly unlikely there will be a joint statement by the three parties.”
그러면서 “3국의 공동성명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랩슨 전 대사대리는 “미국은 동맹인 한국과 일본이 중국과 대화하는 것을 지지하지만, 3국 간 논의와 향후 협력이 어디까지 확대되는지, 또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기대하는 대중국 태도와 결의가 약화되는 것은 없는지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한일중 향후 협력) 이와 관련해선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랩슨 전 대사대리] “The US is supportive of allies Korea and Japan engaging China, but will be watching closely to gauge how far trilateral discussions and prospective cooperation extend, and if there’s any weakening of the posture and resolve Washington expects of Seoul and Tokyo vis-à-vis Beijing, publicly and privately. I’m not expecting any major developments in this regard.”
제임스 프르지스텁 허드슨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3국 정상급이 만나는 것은 몇 년만”이라며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프르지스텁 선임 연구원은 “동북아 외교 안보 관계 관리 측면에서도 3국이 안보 환경과 관련한 우려에 대해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하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녹취: 프르지스텁 선임 연구원] “I think it's been several years since the three countries have met at a summit level. So there is significance in that. I think it's also important in terms of managing diplomatic and security relations in Northeast Asia that these three countries are able to communicate their concerns with respect to the security environment.”
이어 “한국 정부는 북한의 지속적인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중국이 어느 정도 통제권을 행사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이라며 “일본은 납북자 문제가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기 때문에 틀림없이 이 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북한과의 중재를 요청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또 “일본과 한국 모두 동북아와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의 중국의 급속한 군사력 증강에 대한 우려를 표명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한일 양국 모두 타이완 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양국은 어떠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도 반대하며, 타이완과 중국 간의 평화적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중국 측에 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프르지스텁 선임 연구원] “I think that with respect to the Republic of Korea, certainly I would expect that the government would be pressing the Chinese to exercise some control over North Korea and its ongoing nuclear and missile programs. And similarly with respect to Japan, the issue of the abductees remains outstanding and I'm certain that the Japanese would be asking Chinese intercession with regard to North Korea on that issue.”
프르지스텁 선임연구원은 그러나 ‘중국이 대북 문제에 있어 건설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엔 “지금까지 중국이 북한에 그런 종류의 제약을 행사한 적이 없다”면서 “중국이 그렇게 할 것인지에 대해선 비관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3국 정상회의는 개최에 의미가 있을 뿐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은 이날 “이번 3국 정상회의와 관련해선 극복하기 어려운 큰 이견이 있다는 것이 오랫동안 회자돼 왔다”면서 “따라서 이번 회의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는 매우 낮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한국과 일본에 가장 중요한 문제, 즉 위험하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핵 미사일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도움을 주지 않으려 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어 “중국이 과거보다 이번 회의에서 북한의 행동을 중재하려는 의지가 더 강하다는 증거는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와일더 전 선임 보좌관] “This trilateral meeting has been talked about for a very long time showing that there are major differences that have been difficult to surmount. Therefore, my expectations for what can be accomplished are extremely low. China has been unwilling to be helpful on the issue of greatest importance to South Korea and Japan--that is the problem of North Korea bent on building a dangerous and destabilizing arsenal of nuclear missiles. There is no evidence that China is coming to this meeting more willing than in the past to moderate North Korean behavior.”
와일더 전 선임 보좌관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되며 미한일 3국과 북중러 3각 협력이 첨예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동맹인 한국과 일본이 중국과 정상회의를 갖는 데 대해 미국과의 이해 충돌에 대한 우려는 없느냐’는 질의엔 “(미한일 3국) 동맹 간의 매우 긴밀한 관계를 러시아∙중국∙북한 3각 관계와 비교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중국은 ‘블록’이라고 부르는 것을 경계하고 있으며, (북중러) 3국 군사 협력과 같은 활동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면서 “(미한일 3국 협력과 북중러 3각 협력) 이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와일더 전 선임 보좌관] “You cannot compare the profoundly close relationship between the allies to the Russia-China-North Korea triangle. China is wary of what it calls ‘blocs’ and has shown a lack of enthusiasm for such activities as trilateral military cooperation. This is mixing apples and oranges. (중략) Its useful in the sense that talking is better than no talking but that's about it.”
그러면서 이번 3국 정상회의는 “대화가 없는 것보다는 대화하는 것이 낫다는 점에서는 유용하지만, 그게 전부”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