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진단] “한국 핵 잠수함 보유, 중국 억제에 기여” vs “비용·외교적 영향 고려해야”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소장(상단 왼쪽)과 에릭 프렌치 뉴욕주립대 교수(하단)가 29일 VOA 김영교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북한과 중국의 위협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군사 역량 강화 차원에서 핵 잠수함을 보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 이슈 진단에서는 한국의 군사· 안보 문제를 지켜봐 온 두 전문가로부터 한국의 핵 잠수함 보유 가능성과 미국 정부 입장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을 들어보겠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소장과 에릭 프렌치 뉴욕주립대 교수의 토론을 김영교 기자의 진행으로 전해 드립니다.


기자) 중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역내 안정을 위협하는 반접근·지역 거부 역량을 강화해 왔는데요. 프렌치 교수님,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잠재적으로 핵 추진 잠수함을 보유하는 것이 중요한가요?

프렌치 교수) 분명히 오늘날 한국에게 있어 최우선 순위는 북한을 상대하는 것이지만 역내 상황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전반적인 힘의 균형은 한국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남중국해나 타이완에서의 분쟁이 내일 당장 한국의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분쟁 지역에서 중국이 승리하게 되면 역내 세력 균형은 극적으로 재편될 겁니다. 중국은 더 강력하고 대담해지는 반면 미국은 약화되고 더 움츠러들게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은 한국 입장에서는 매우 나쁜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유사시 중국의 침략을 억제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핵 추진 잠수함은 대양 해군의 도구로서 그것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디젤 추진 잠수함보다 명백한 이점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궁극적으로 전력을 투사하는 데 있어 더 효과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더 넓은 인도태평양 지역을 염두에 둔다면, 한국이 핵 추진 잠수함을 보유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맥스웰 부소장님, 핵 잠수함을 보유하는 데 따르는 비용이 큽니까? 아니면 이득이 큽니까? 그 돈을 다른 국방력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나을까요?

맥스웰 부소장) 비용 이야기를 하셨는데 저는 비용 대비 편익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핵 추진 잠수함에는 막대한 비용이 듭니다. 군대 내에서는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세 개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따라서 핵 추진 잠수함 1척을 배치 상태로 유지하려면 최소한 2척은 더 필요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용도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뒤따릅니다. 한국은 핵 잠수함을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가? 그리고 실제로 사용한다면 핵 잠수함은 과연 한국에게 최선의 선택인가? 그러한 비용과 편익을 따져봤을 때, 한국이 투자할 수 있거나 투자해야 할 다른 기반이 있는가? 저는 이런 것이 정당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핵탄두가 있는 탄도미사일을 탑재한 미국 오하이오급 핵 추진 잠수함 USS 테네시함 (자료사진)

기자) 프렌치 교수님, 핵 잠수함 역량을 디젤 잠수함과 비교해 주실 수 있을까요? 핵 잠수함을 보유하는 것이 한국의 국방 전략에 유리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프렌치 교수) 일반적으로 말해서, 핵 잠수함은 내부에 탑재된, 강력한 원자로에 의해 구동되는 반면 디젤 잠수함은 표면의 디젤 엔진과 배터리로 작동합니다. 핵 잠수함은 식량이 있는 한 디젤 전기 잠수함이나 더 진전된 공기 독립 추진 시스템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 잠수할 수 있습니다. 잠수 중에도 본질적으로 30노트 이상의 높은 속도를 낼 수 있고 더 오랫동안 그 속도를 유지할 수 있고요. 디젤 잠수함보다 더 빨리 이동할 수 있습니다. 디젤 잠수함은 전투 시 회피 또는 공격 기동을 위해 빠르게 움직이면 배터리가 빨리 소진되고 (재충전을 위해) 해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야 합니다. 결국 핵 잠수함은 다른 곳에서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한국에서 더 빠르고 멀리 이동할 수 있는 더 유능한 자산입니다.

기자) 맥스웰 부소장님, 한국은 대잠수함 전쟁과 관련해 상당한 역량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긴 합니다만, 한국이 핵 잠수함 없이 기존의 역량만으로 북한의 잠수함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요?

맥스웰 부소장) 한국은 확실히 첨단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확실히 미한동맹은 북한의 위협을 방어할 수 있는 엄청난 역량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저는 다른 분야, 특히 P-8 대잠초계기와 수상함 등 전체 잠수함 역량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 중 하나는 한국 내 일각, 특히 정치권에서 이 문제를 북한을 따라잡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한국이 스스로 평화적인 핵 사용을 선택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했지만 이를 증명하지 못한 반면 한국은 핵기술과 핵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은 24기의 원전을 운영하며 원자력 기술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핵 잠수함 개발 결정은 지금 우리가 논의하는 모든 요소들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단지 북한을 따라잡기 위한 노력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프렌치 교수님, 미국은 한국의 핵 잠수함 보유를 지지할까요? 미국의 관점에서, 한국의 핵 잠수함 보유가 미한동맹을 강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볼까요?

프렌치 교수) 그동안 한국이 미국과 이 문제에 대해 논의했을 때 미국의 답변은 지금까지 ‘아니오’에 가까웠습니다. 미국은 현재 한국의 핵 잠수함 보유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데는 관심이 없습니다. 문제는 미국과 한국의 원자력과 관련해 합의한 내용입니다. 미국이 우라늄을 제공하도록 돼 있습니다. 핵 연료를 제공하는 것이죠. 그리고 미국이 제공하는 우라늄은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한국은 미국이 제공한 우라늄을 군사적 목적으로 농축할 수 없습니다. 미국이 농축한 우라늄을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도 없고요. 핵 잠수함의 연료는 군사적 목적입니다. 이건 현재로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골칫거리이죠. 지금까지 미국은 한국에 그 연료를 제공하기 위해 협정을 개정하는 것에 관심을 표명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미국 정부를 대변할 수는 없지만 미국 측이 우려하는 몇 가지 사안이 있습니다. 특히 비확산 체제에 대한 영향이지요. 한국은 핵무기를 얻기 위한 비용이 이익보다 크다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바로 이것이 한국의 핵무장을 막고 있습니다. 핵 잠수함을 위한 핵 연료 농축 문제가 한국의 그런 셈법을 바꿀 거라고 보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더 우려스러운 건 한국이 미국에 핵 잠수함 보유에 대한 지지를 요청하고 미국이 안된다고 말하는 상황이 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사실상 한국을 믿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니까요. 그게 의도한 바가 아닐지라도 말이죠. 특히 미국이 호주의 핵 잠수함 보유를 적극 지지하는 현 시점에서 더 그렇습니다. 저는 그런 모습이 미한동맹의 결속을 위해서 궁극적으로는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결정은 한국에 달려있다고 보고요. 한국이 그 길을 택한다면 미국은 지지해야 합니다.

미 해군 원자력 추진 잠수함 '키웨스트' (SSN-722).

기자) 맥스웰 부소장님, 한국의 핵 잠수함 보유가 역내 불안정이나 이웃나라들과의 외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십니까?

맥스웰 부소장)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것이 핵 확산 문제로 연결된다고 보는데요. 미국은 한국의 핵 역량 개발과 핵무기 확산에 대해선 그렇게 우려하고 있지 않다고 봅니다. 미국이 우려하는 건 한국의 핵 역량 개발이 다른 나라의 핵 역량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 부분이 핵 확산과 관련해 우려되는 측면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한국에 대해서도 우려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70년대 한국이 비밀리에 핵 프로그램을 개발한 적 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미국에 의해 소외되는 것과 미군 철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교훈이 돼야 합니다. 신뢰할 수 있는 동맹을 유지하는 것과 변함없는 약속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미국의 약속에 대한 한국의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이죠. 하지만 북한이 이라크, 시리아, 그리고 아마도 이란에 핵무기를 확산한 것처럼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거나 개발하고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는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생각을 가진 민주주의 국가들, 이를테면 미국과 일본, 한국의 군사 역량과 동맹 역량 강화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부정적인 진전으로 간주될 겁니다. 중국은 그 주변 어떤 지역에서도 군사적 역량이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죠.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들이 타이완 해협과 남중국해에서의 군사적 행동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중국은 한국의 핵 잠수함을 매우 부정적으로 보고 있을 것입니다. 물론 그런 우려가 한국이나 미한동맹이 필요로 하는 국가 안보적 요구를 가로 막아서는 안되겠죠. 한국이 핵잠수함을 원한다면 허영으로 가득찬 프로젝트가 돼서는 안됩니다. 전략적인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한국은 탄탄한 근거를 내세워야 합니다.

아웃트로: 지금까지 한국의 핵 추진 잠수함 보유 가능성에 대한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소장과 에릭 프렌치 뉴욕주립대 교수의 대담을 들으셨습니다. 진행에 김영교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