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에 대응해 북한이 감내하기 어려운 조치에 착수할 것이라며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시사했습니다. 북한은 오물 풍선 살포를 잠정 중단하겠지만 다시 대북 전단을 보내온다면 재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최근 북한의 대남 도발에 대응해 “북한이 감내하기 어려운 조치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언론 등에 따르면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2일 오물 풍선에 따른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한 후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말했습니다.
특히 오물 풍선 살포 등 북한의 도발이 “정상 국가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몰상식하고 비이성적인 도발 행위”라며 “북한 정권은 저열한 도발을 통해 우리 국민에게 실제적이고 현존하는 위협을 가해 불안과 혼란을 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한국 정부가 언급한 ‘감내하기 어려운 조치’에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 ‘연합뉴스’는 이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고, 그것을 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는 당연히 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아주 가까운 시일 내에 구체화한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그게 아마 북한 측에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관계자는 “분명히 북한에 경고했었고, 시간을 줬는데 경고가 나가자마자 바로 답이 온 것”이라며 대응 조치를 지체 없이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북한은 한국 정부 발표 뒤인 이날 밤 김강일 국방성 부상 명의로 낸 담화문에서 "우리는 국경 너머로 휴지장을 살포하는 행동을 잠정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한국 것들이 반공화국 '삐라' 살포를 재개하면 발견되는 양과 건수에 따라 이미 경고한 대로 100배의 휴지와 오물을 다시 집중 살포하는 것으로 대응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700여 개의 오물 풍선을 한국에 살포했다고 밝혔습니다.
합참은 2일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이 1일 오후 8시경부터 대남 오물 풍선을 다시 부양하고 있다”며 이날 오후 1시까지 시간당 약 20~50개씩 총 720개의 오물 풍선이 공중 이동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습니다.
오물 풍선은 서울과 경기, 충청, 경북 지역에 낙하했다고 합참은 전했습니다.
현재 한국 정부는 군과 경찰력을 동원해 낙하한 오물 풍선을 수거 중입니다.
합참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된 풍선의 내용물은 담배꽁초와 폐종이, 천조각, 비닐 등 오물이며, 안전에 위해 되는 물질은 없었습니다.
앞서 합참은 전날인 1일 오후 8시 45분경 “북한이 대남 오물 풍선을 다시 부양하고 있다”며 적재물 낙하에 주의할 것과 떨어진 오물 풍선을 접촉하지 말 것 등을 당부했습니다.
이어 이날 오후 8시 50분경 안전안내 문자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관련 내용을 통지했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28일과 29일에 걸쳐 오물 풍선 260여 개를 살포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불과 사흘 만에 또다시 오물 풍선을 남쪽으로 날려보낸 것으로, 지금까지 한국에서 식별된 오물 풍선만 1천개에 달합니다.
한덕수 한국 국무총리는 2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대 협의회에서 “북한이 또다시 국제사회에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저열한 수준의 도발을 자행했다”며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국민 안전 확보에 중점을 두고 침착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