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당국자가 최근 핵 태세 조정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진단했습니다. 핵 태세 조정이 실제로 이뤄지더라도 미국 핵무기가 한반도에 배치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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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WMD) 조정관은 13일 지난주 백악관 고위 당국자가 미국의 핵 태세 조정 가능성을 시사한 것과 관련해 워싱턴 전략가들 사이에서 중국이 핵 역량을 키워가는 것에 대한 큰 우려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The big concern in the US Strategic Community is the build-up of Chinese nuclear forces…There’s a debate about whether the US needs to increase the number of deployed nuclear warheads in order to respond to this Chinese build up.”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의 전략 공동체 사이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중국의 핵전력 증강 문제”라면서 “중국의 핵 역량 강화에 대응해 미국이 실전 배치할 핵탄두를 늘려야 할지에 대한 논쟁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중국이 세 곳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지하 격납고(사일로) 300개 이상을 짓고 있다”며 “이론적으로 중국이 사일로 전체에 있는 다수의 탄두 미사일을 배치하기로 결정한다면, 중국의 총 핵무기 수는 현재 미국이 배치한 핵무기 수와 비슷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We know that China is in the process of building three big new ICBM fields, which have a little bit more than 300 silos. So, in theory, if the Chinese decide to deploy multiple warhead missiles in all of those silos, they could have a total number of nuclear weapons pretty close to what the US has right now.”
미 국방부는 지난해 10월 공개한 2023년도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서 중국이 현재 500기가 넘는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고, 2030년까지 1천기가 넘는 핵탄두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습니다.
현재 미국은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에 따라 실전배치 핵탄두가 1천550개 이하로 제한돼 있습니다.
앞서 지난 7일 프라네이 바디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군비통제∙군축∙비확산 담당 선임보좌관은 핵무기의 위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 북한이 “현재의 궤도를 바꾸지 않는 한 미국은 앞으로 태세와 역량을 계속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적의 무기 궤도에 변화가 없다면 향후 몇 년 내에 현재 배치된 무기의 증원이 필요한 시점에 도달할 수 있으며, 대통령이 그러한 결정을 내릴 경우 실행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군사 전문가인 브루스 벡톨 엔젤로주립대 교수도 미국의 핵 태세 조정이 이뤄진다면 그것은 북한보다는 중국을 더 의식한 움직임일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녹취: 벡톨 교수] “China is obviously our biggest peer competitor. China continues to advance its systems, continue to modernize its systems and increase the number of systems that it has. In most policy circles, China is, of course, the biggest threat, and that’s the threat that we have to plan for the most in the future.”
벡톨 교수는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중국은 분명 미국의 최대 경쟁자라면서 “중국은 계속해서 (핵무기) 시스템을 발전시키고 현대화하며, 보유 수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내 정책 전문가 대부분이 중국을 가장 큰 위협으로 보고 있다며 “향후 우리가 가장 많이 대비해야 할 위협”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미국은 과거 30 여년 동안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 프로그램을 유지하는데 그쳤으며, 플랫폼이나 무기 체계 자체에서는 실제로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면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로버트 피터스 핵 억제 및 미사일 방어 연구원도 핵 태세 조정의 대부분은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해서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피터스 연구원] “Most of these changes are aimed at what we’re seeing happening out of Beijing and Moscow. We have tried to engage in arms control talks with Beijing and Moscow, and they have refused to engage in those talks. We need to be prepared for a world without arms control, because that is where things are heading.”
미 국방장관실 대량살상무기(WMD) 특별 고문을 역임한 피터스 연구원은 미국은 중국·러시아와 군비통제 회담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중러가 회담에 참여하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세계가 점차 군비통제가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미국은 그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도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남아 있던 핵 통제 조약인 ‘뉴스타트’에 대한 러시아의 참여 중단을 언급하면서, 이런 상황으로 인해 미국도 그동안 제한됐던 핵무기 역량 강화에 나설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The fate of the New START Treaty, which expires in February 2026 doesn’t look very promising, because of the Ukraine war. The Russians are refusing to talk to the United States about a new arms control treaty. So after 2026, in theory, the US could build up, could increase the number of deployed nuclear warheads.”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2026년 2월 만료되는 뉴스타트 조약의 연장 가능성이 낮아 보이고, 러시아는 새로운 군비 통제 조약에 대해 미국과 대화하기를 거부하고 있다는 겁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이에 따라 2026년 이후 이론적으로 미국은 실전배치 핵탄두 수를 늘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전반적인 핵 태세 조정이 미국의 대북 태세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한반도에 미국의 핵무기가 배치될 가능성도 낮게 봤습니다.
브루스 벡톨 교수는 북한이 한국을 핵무기로 타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의 핵무기를 한국에 배치할 전략적 필요성은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벡톨 교수] “There’s certainly no strategic need to place American nuclear weapons in South Korea, in order to deter North Korea from striking South Korea with nukes. The United States has the capability to hit North Korea with nuclear weapons easily, without having to place those weapons in South Korea.”
“미국은 핵무기를 한국에 배치하지 않고도 북한을 쉽게 타격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는 것입니다.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도 미국 핵의 한국 배치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면서, 미국이 한국에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 저장고가 1991년 이후로 현대화 되지 않은 것을 예로 들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The nuclear storage sites we had in Korea, historically, we haven't had anything in those sites since 1991. (We are) going to have to modernize those facilities. So that would be a first stage that we could take to even be able to put weapons. They're in a wartime situation, right now, we wouldn't really be able to put them on the Peninsula during the war time, because we don't have a safe place to put them.”
또한 현재 한반도가 실질적으로는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태라는 점도 지적하면서, 핵무기를 배치한다고 하더라도 안전하게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미국 전략핵잠수함의 영구적인 한반도 배치와 같은 조치도 궁극적으로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지난해 두차례에 걸쳐 핵탄두가 탑재된 잠수함을 한국에 보낸 것은 군사적인 이유보다는 정치적인 이유때문이었다며, 미국 워싱턴주에 기반을 두고 있는 해당 잠수함들은 워싱턴주 해역에서 북한을 목표물로 삼을 수 있는 충분한 사거리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We did send a ballistic missile submarine to the port in South Korea. That was a political move. It's not a military move. You know, those submarines are based in Washington State, near Seattle. And as soon as that submarine goes to sea, it has enough range to cover targets in North Korea, from Washington State waters. So, we didn't need to poke one in South Korea for military purposes. We did that for political purposes. And then a submarine is sitting out in the middle of the Pacific, North Korea is never going to find it. The time where you make that submarine most vulnerable is if you put it in a port in South Korea. North Korea could find it and attack it.”
피터스 연구원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이 점차 늘고 있지만 아직 중국이나 러시아에 비해서는 많이 적기 때문에, 북한 핵무기에 대한 방어는 미국이 러시아나 중국을 저지하기 위해 대비해 놓은 기존 역량으로 충분하다고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터스 연구원] “Their arsenals are so small that what we have to deal with Russia is sufficient to deter North Korea. That may be changing. In that we may need to be looking at what kind of theater, low yield nuclear capabilities are required to deter a nuclear armed and capable North Korea.”
다만 이런 상황은 변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는 “핵무장한 북한을 저지하기 위해 전구(theater) 범위 내에서 사용 가능한 어떤 저위력 핵무기가 필요한지 살펴봐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술핵이나 전략핵잠수함의 한반도 배치보다는 핵탄두가 탑재된 전략폭격기를 더 자주 전개하는 것이 대북 억지 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견제에도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