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사는 러시아 파견 노동자 출신 탈북민들이 해외 인력 파견이 강제노동과 무관하다는 북한의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모든 노동이 강제 노동이며 노동 환경도 열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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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7일 조선인권연구협회 연구사 명의로 게재한 ‘인권의 정치화에 중독된 백악관의 정신착란증 진단서’란 글에서 미국이 지난 24일 발표한 올해 인신매매 보고서를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특히 국무부가 해외 파견 노동자들에 대한 북한 당국의 강제노동 동원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것과 관련해 “이웃 나라 사이의 정상적 인원 래왕을 ‘강제노동’과 결부시키면서 터무니없는 억측을 늘어놨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주권 국가들간에 친선과 단결의 뉴대(유대)가 강화됨에 따라 정치,경제,문화,인적교류가 활발해지는 것은 당연한 순리이며 이것은 호혜와 평등에 기초한 것으로서 그 무슨 ‘강제노동’과는 인연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VOA는 국무부와 국제노동기구(ILO)에 북한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한 논평을 요청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앞서 국무부는 보고서에서 “해외 노동자에 대한 강제 노동 여건 부과 등에서 인신매매에 대한 정권의 정책 혹은 패턴이 존재했다”면서 “북한 정권은 국가 차원의 강제 노동으로 얻은 수익을 정부의 운영 자금으로 사용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러시아에서 파견 노동자로 일했던 미국 내 탈북 난민들도 같은 증언을 합니다.
미국 중서부에 사는 한바울 씨는 27일 VOA에 “파견 노동자들에게 강제노동이 아닌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한바울 씨] “미장일이 밤 11시, 12시에 끝나잖아요. 그럼 밥 대충 해서 먹고 술 한 컵 마시고 자요. 그리고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또 일하고. 쉬는 시간이란 게 없어요. 정확하게 말하면 인신매매죠. 사람들 데려다가 돈은 자기들이 다 가져가고 사람들은 어디로 빠지지도 못하게 막고. 아마 기자님들 거기 가서 그 사람들 일하는 것 보면 눈물 흘릴 거예요.”
국제노동기구(ILO)와 자유권 협약 등에 따르면 강제노동은 “어떠한 사람으로부터 처벌의 위협하에 강요되고 자발적으로 제공하지 않은 모든 노동 또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ILO의 핵심 협약인 강제노동협약 29조는 정부가 강제 또는 의무 노동을 금지하고 노동자에 대해 자발적으로 일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노동자들은 안전한 작업 환경 속에서 적절한 임금을 받고 과도한 노동 시간을 강요받지 않도록 정부가 보장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과거 북한군 소속 벌목공으로 일했던 장천국 씨는 “한 소대가 산속에서 함께 지냈기 때문에 자유로운 작업 환경이나 노동 시간 보장은 상상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서부에서 현재 건설 관련 일에 종사하는 장 씨는 지금은 매달 수천 달러를 벌고 있다며 러시아에서 혹사당한 것을 생각하면 매우 억울하다고 토로했습니다.
[녹취: 장천국 씨] “다 떼고 주니까 우리에게 적게 주죠. 그때 당시 나는 한 달에 30~40달러. 약 80%를 떼갔다고 볼 수 있겠죠. 굉장히 억울하죠. 여기서 주는 것처럼 줬으면 난 3년 일했는데 아마 북한의 가족들에게도 많이 보낼 수 있었겠죠.”
한국 통일부가 27일 발표한 ‘2024 북한인권보고서’는 이러한 상황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해외에 파견된 북한 인력은 휴식을 보장받지 못한 채 매일 13시간이 넘는 노동으로 혹사당하면서 임금의 평균 70% 이상을 상납하는 등 ‘노예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북한 당국의 임금 착취가 매우 심각하다면서 러시아 파견 노동자는 1인당 월급으로 50~150달러를 받은 반면 상납금은 네 배가량인 650달러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에서 난민 지위를 받아 미국에 입국한 뒤 중서부 도시에서 성직자로 활동 중인 존 김 목사는 북한 정부가 파견 노동자들에게 인건비를 제대로 주면 강제노동 논란도 당연히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존 김 목사] “노동권에서 제일 중요한 게 노동자가 일해서 자기가 일한 만큼 인건비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강제노동이 아니라면. 그런데 자기가 일한 것에 5%, 10%밖에 못 받으면 강제노동 아닙니까? 나는 그렇게 반박할 수 있습니다. (강제노동이) 아니라면 노동자에게 일한 만큼 주라는 겁니다.”
김 목사는 러시아의 파견 노동자들의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존 김 목사] “노동자들이 아프면 거기에 대한 보상이 있나요? 없습니다. 우리는 다 보험이 있지만 북한은 없습니다. 다치면 본인만 손해를 봅니다. 인건비, 생활 조건, 먹는 문제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끝이 없죠. 그러니까 북한 당국은 계속 거짓말을 하는 거죠.”
폴커 투르크 유엔인권최고대표는 지난 12일 유엔 안보리가 개최한 북한 인권 관련 공개회의에서 북한에서 강제노동이 다양한 형태로 지속되고 있다며 해외 파견 노동자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투르크 대표는 “북한 정부는 또한 해외로 파견된 노동자들에 대해 높은 수준의 통제를 가하고 있다”면서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이들 중 다수를 면담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투르크 대표] “The Government also exerts a high level of control on workers sent abroad, many of whom have been interviewed by my Office. They describe a life of terrible hardship – work that is often physically dangerous, a scarcity of food and health care, extreme levels of surveillance, physical violence and the confiscation of up to 90 percent of their wages by the State.”
그러면서 “이들은 식량과 의료 서비스 부족, 극단적 수준의 감시, 신체적 폭력, 최대 90%의 임금 몰수 등 끔찍한 고난의 삶을 설명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의 노동자 해외 파견은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에 의해 2017년부터 금지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활동을 중단한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지난 3월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북한 노동자가 건설, 정보기술(IT)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40여 국가에 10만 명이 있으며, 노동자들은(IT제외) 연간 5억 달러의 수입을 창출하는 것으로 추정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