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반복적인 오물 풍선 살포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 한국의 대응 조치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 전문가들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정보 유입 활동을 계속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일각에선 대북 정보 유입의 필요성과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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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는 24일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로 촉발된 한반도 긴장 고조와 관련해 “(접경 지역 주민들의) 안전에 대한 정당한 우려를 이해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 주민들에게 전 세계와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리는 것이고, 그것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I understand the security concerns and the justifiable concerns but I think also there's a, there is a paramount issue here and that's also informing the people of North Korea about what's happening in the world what's happening in North Korea and that's, I think that's an imperative.”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안보 우려는 이해하지만 현재로서는 북한에 진실한 정보를 들여보내는 것이 더 중요한 만큼 북한에 진실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24일 또 다시 오물 풍선을 남쪽으로 날려 보냈습니다. 올 들어서만 열 번째로, 지난 21일 이후 사흘 만입니다. 일부 오물 풍선은 서울 용산 한국 대통령실 청사 경내와 국회 안에도 떨어졌습니다.
북한은 탈북민 단체 등의 대북 전단 살포에 반발해 지난 5월 28일부터 오물 풍선을 살포하고 있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해 지난 18일부터 전방 지역에서 부분적으로 대남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습니다.
그러다 지난 21일 오전 북한이 다시 오물 풍선을 띄워 보내자 전면 가동으로 전환했습니다.
시드니 사일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국장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에 반발해 실제로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은 지난 2015년 8월에도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 바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지난 2015년 8월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에 맞서 한국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시행하자 북한은 경기도 연천 서부전선에 포격을 가한 바 있습니다.
사일러 전 국장은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대북 확성기 방송에) 보복할 것이란 생각은 확실히 합리적인 예상”이라며 “현재로서는 북한이 상황을 그렇게까지 확대할 필요가 없다고 보지만, 북한으로서는 분명히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응할 필요성을 느낄 것이고, GPS 교란과 사이버 공격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일부 시민단체와 접경지역 주민들은 24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북 간 충돌 위기 가능성을 높이는 대북 확성기 방송과 대북 전단 살포를 중단하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일러 전 국장은 그러나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정보 유입 필요성과 안보 위협 우려가 반드시 상호 배타적이지는 않다면서 “미국은 정보 유입이 기본적인 인권과 표현의 자유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면서 “북한의 이런 위협에 겁먹지 말고 확고한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대북 전단과 확성기 방송을 계속해야 한다는 탈북민들의 주장에 동의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사일러 전 국장] “And of course these are defectors who understand the North Korean system and know the vulnerabilities of that system to free and open and objective information from the outside. So yes, I would agree with them that would be one reason to continue such broadcasts.”
이성윤 우드로윌슨센터 연구원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 민간인들이 약품이나 치약 등 일상용품을 담아 보내는 풍선과 북한의 오물 풍선은 비교 자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오물 풍선을 보내는 이유는 남남 갈등을 일으켜 대북 전단이나 대북 확성기 방송 등 북한으로의 정보 유입을 차단하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접경 지역 주민들의 불안은 이해할 수 있지만, 북한이 대북 전단 원점에 대한 포격 등 도발을 해올 경우 한국도 무력 대응을 해야 한다”면서 “북한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이 연구원] “이것도 하나의 심리전, 협박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도 잘 압니다. 북한이 지금 전쟁을 일으키면 자기들한테도 이로울 게 없다는 것을 다 알고 있으니까∙∙∙.”
워싱턴의 북한 인권 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더 많은 풍선과 정보를 보내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한국은 두려워할 것이 없다”면서 “북한 정권은 어떤 종류의 군사적 도발에 대해서도 대가를 치를 것이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이에 대해 소심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와 국민은 북한의 형제자매들에게 계속 정보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There's nothing to fear. The North Korean regime knows that it will pay a high price for any kind of military provocation. So I really think that South Korea should not be sheepish about this. The government and people of South Korea should continue to send information to their brothers and sisters in the North.”
그러면서 “북한 주민들은 외부 세계의 이야기, 특히 자유롭고 번영하는 민주 경제 강국인 한국을 이해해야 한다”면서 “북한 주민들은 자신들의 인권 상황을 이해해야 하고, 자신들의 헌법이 부여한 인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 전문가는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탈북민이나 인권 단체들과 토론하면 북한 주민들이 대북 전단을 받아 보고 배워서 어떻게든 북한을 변화시키고 정권을 전복시키거나 다른 형태의 북한을 만들 수 있을 거란 얘기를 듣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도처에 감시의 눈초리가 있고, 주민들은 전단을 갖고 있다가 적발되면 어떤 처벌을 받을지 알고 있기 때문에 전단을 보지도 않고 당국에 신고한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북 전단은 오히려 북한 주민들을 위험에 빠뜨릴 위험이 있고, 한반도에 의도치 않은 긴장을 고조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익명의 전문가] “You hear this in discussions with defectors and human rights groups that they will get these leaflets, they will learn and then they will somehow transform North Korea and you know, overthrow the regime or something that will lead to a different type of a country in North Korea. And I just do not see that happening.”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대리는 이날 VOA에 대북 전단 풍선과 북한의 오물 풍선으로 빚어진 남북 간 갈등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가 북한에 대한 ‘맞대응’ 정책을 완강하게 고수할지, 아니면 위험 관리와 긴장 완화를 위해 조정할지 딜레마에 빠져 있다”면서 “이런 조정엔 대북 확성기 방송과 탈북 활동가들이 펼치는 대북 전단 살포 캠페인 중단이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랩슨 전 대사대리] “The escalating balloon ‘situation’ with the North presents a dilemma for the Yoon administration, namely whether or not it should adhere doggedly to its signature ‘tit-for-tat’ policies with Pyongyang or make an adjustment, in this case, in the interest of risk management and tension reduction. Such an adjustment would entail pausing on loudspeaker broadcasts and the anti-north leaflet campaign being run by North Korean refugee activists.”
이어 “한국에서는 접경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현재의 대북 접근방식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으며, 대북 전단의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면서 “윤석열 정부로서는 어려운 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불필요하게 긴장을 고조시키거나 불안정을 증폭시키지 않는 접근을 선호할 것”이라며 “미한 양국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긴밀한 공조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제언했습니다.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정보 유입의 필요성과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 주민들이 외부의 정보를 접할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북한에 정보를 들여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안보 우려와 정보 유입 사이에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여 석좌] “We need to strike a balance here because I do think it's important to get information into North Korea since North Koreans have no other access to outside information.”
여 석좌는 “대북 전단 풍선 살포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언론의 주목을 받을 필요가 있겠느냐”면서 “시민단체들이 풍선을 띄워 보내는 방식이 좀 더 신중하게 이뤄져야 하며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와 시민단체 간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여 석좌는 지속적인 대북 정보 유입이 중요하지만 접경지역 인근 주민들의 안전도 중요한 만큼 대북 전단 살포가 좀 더 신중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시민단체와 정부가 대화를 통해 살포 시기와 방법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등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