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지속적으로 고가의 수입 외제차가 포착되는 데 대해 미국 정부가 모든 운송 수단의 대북 반입이 금지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유엔 회원국들의 대북제재 이행을 독려할 것이라는 점도 거듭 강조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무부는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수해가 발생한 지역을 현지 시찰하면서 고가의 외제 수입 차량을 이용한 것이 포착된 데 대해 대북제재의 ‘운송수단 반입 금지’ 의무를 상기시켰습니다.
[국무부 대변인]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require all UN Member States to prohibit both the supply of transportation vehicles and the supply of luxury automobiles to the DPRK.”
국무부 대변인은 2일 VOA의 관련 질의에 “유엔 안보리 결의는 모든 유엔 회원국이 북한에 대한 운송 차량 공급과 고급 자동차 공급을 모두 금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북한에 대한 유엔의 제재는 여전히 유효하다”면서 “우리는 유엔 및 북한 주변국들과의 외교를 통해 모든 회원국들이 제재를 이행하도록 계속 독려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 “UN sanctions on the DPRK remain in place, and we will continue to encourage all Member States to implement them, including through diplomacy at the United Nations and with the DPRK’s neighbors. It is important for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o send a strong, unified message that the DPRK must halt its irresponsible behavior, abide by its obligations under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and engage in serious and sustained diplomacy. ”
아울러 “국제사회가 북한이 무책임한 행동을 중단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의무를 준수하며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에 나서야 한다는 강력하고 단합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지난달 29일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7일 폭우로 압록강 수위가 높아져 평안북도 신의주 일대가 물에 잠기는 등 인명, 경제적 피해가 속출하자 수해 현장을 직접 시찰했습니다.
공개된 사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일본 도요타사의 고급 브랜드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인 ‘렉서스 LX-600’으로 추정되는 차량을 타고 현장을 둘러봤습니다.
해당 차량은 미국 판매 기준으로 신차 가격이 미화 약 11만 달러에 달하는 고가 제품입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지난 2020년 8월에도 렉서스의 대형 SUV 차량을 이용해 황해북도 수해 현장을 둘러봤었습니다.
렉서스 SUV로 추정되는 차량이 지속적으로 북한에서 포착되는 데 대해 VOA는 일본의 자동차 기업 도요타 미주 본사 측에 수차례 질의했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다만 도요타 미주 본사 커뮤니케이션팀은 앞서 지난 3월과 4월에 잇따라 자사 차량이 김 위원장의 이동 행렬에서 포착된 데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도요타는 수출 통제 및 제재법을 포함해 사업을 운영하는 각 국가 또는 지역의 법률 및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는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사치품에 해당하는 고가 차량뿐 아니라 모든 운송 수단은 유엔 대북제재 결의 1718호와 2094호에 따라 북한으로의 수출이나 이전이 금지돼 있습니다.
북한에서 지난해 말부터 잇따라 고가의 해외 수입 차량이 포착되면서 제재 위반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앞서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12월 27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관련 보도에서 북한 최고위급 간부들이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사의 최고급 세단인 ‘S 클래스’를 타고 회의장에 도착하는 장면을 공개했습니다.
이에 대해 벤츠 독일 본사는 VOA에 “언론에 보도된 사진에 나온 차량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있다”며 유입 경위를 확인 중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지난 3~5월 사이에도 벤츠를 비롯해 일본 도요타 차량, 미국 포드 차량 등이 잇따라 김 위원장의 이동 행렬에서 포착됐습니다.
미국 포드 본사는 이에 대해 VOA에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전적으로 준수하고 있다”면서 “북한 또는 북한 대리인을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의 지속적인 고가 외제 차량 수입 의혹에 대해 북한 내부의 사치품 조달 과정을 잘 알고 있는 탈북민 출신 전문가는 김정은 위원장 비서실 직속 인력들이 대리인을 통해 유럽 등지에서 고가 차량을 들여오는 방식으로 제재망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현승 연구원] “예를 들어서 유럽에서 사온다고 하게 되면 유럽에 나가 있는 사람이 직접 사되 본인 이름으로 계약을 못하니까 현지 파트너한테 부탁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그 사람이 사게 되는데 일단은 그 사람도 돈을 받아야 시작하기 때문에 현지에 나와 있는 사람이 그 돈을 송금을 하든지, 아니면 중국이나 다른 쪽의 북한 대표부에서 그 사람한테 송금이 진행 됩니다. 그래서 지금은 제재 때문에 여로 경로를 통해서 송금될 확률이 높습니다. 두 번, 세 번에 걸쳐서…”
북한 노동당 39호실 산하 선박무역회사 부대표를 지내다 탈북한 글로벌피스 재단의 이현승 연구원은 2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외교관을 통하지 않고 북한과 연결 고리를 찾기 힘든 제3자를 통해 고가 차량 등 사치품을 수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관련 대북제재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사치품의 이동 경로를 겨냥하는 것 보다는 해외에 나와 있는 북한 커넥션에 대한 계좌 조사와 동결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현승 연구원] “현재로서는 사치품을 막는 것 보다는 제 생각에는 유럽이나 해외에 나와 있는 북한 커넥션의 계좌 동결에 대해서 더 많이 힘을 쏟는 것이 사치품 중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VOA는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에 유엔 제재에 위배되는 고가의 수입 외제차가 지속적으로 포착되는데 대한 입장을 문의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앞서 북한은 2013년 안보리에서 대북 결의 2094호가 채택된 직후 외무성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 결의를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산물로 규정하고 전면 배격한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