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 국방 당국이 북한 핵과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북러 무기거래가 역내 평화와 안정을 저해한다는 데도 견해를 같이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한 국방 당국이 지난달 30일 서울에서 ‘미한 대량살상무기 대응위원회’ 회의를 갖고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사용에 대한 연합 억제 및 방어 실효성 강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미국 국방부가 밝혔습니다.
[미국 국방부 성명] “The two sides expressed concern that the DPRK’s WMD capabilities are contributing to instability on the Korean Peninsula and in the region and discussed in-depth ways to strengthen the effectiveness of U.S.-ROK deterrence and defense against North Korean WMD use. The two sides discussed information sharing on DPRK’s WMD program and how to continue to enhance the capabilities and expertise of relevant forces through the Cooperative Threat Reduction program.”
미국 국방부는 1일 제시카 앤더슨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양측은 회의에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능력이 한반도와 역내 불안정의 요인이 되고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면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아울러 “양측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 공유와 ‘협력적 위협 감소(CTR)’ 프로그램을 통해 관련 군의 역량과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습니다.
협력적 위혐 감소 프로그램은 동맹국의 대량살상무기 위협 대응능력 강화를 위해 마련된 미국 국방부의 국제안보 프로그램으로, 미한 양국은 지난 2019년에 협력적 위협감소 프로그램 파트너십 관련 공동성명을 채택했습니다.
특히 “양측은 러시아와 북한간 무기 거래를 포함한 역내 대량살상무기의 불법적 확산이 한반도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저해한다는 데 공감하고,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를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국방부 성명] “In particular, the two sides agreed that the illicit proliferation of WMD in the region, including the arms trade between Russia and the DPRK, undermines peace and stability in the Indo-Pacific region, including the Korean Peninsula, and will work together to prevent the proliferation of WMD. The allies also agreed on the need for cooperation in consequence management to protect the alliance, minimize damage, and maintain combat capabilities in the event of a DPRK WMD attack and agreed to promote exchanges and cooperation between the relevant military units of the two countries.”
또한 “양국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공격 시 동맹을 보호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며 전투 능력을 유지하기 위한 결과 관리 협력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양국 관련 군부대 간 교류와 협력도 증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양측은 또 올해 치러진 핵, 생화학, 화생방 분야 연합훈련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에 대비해 동맹의 위기 관리 능력을 강화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미국 국방부 성명] “Both sides assessed that the U.S.-ROK tabletop exercises in the nuclear, biological, and chemical defense fields in 2024 strengthened the alliance's crisis management in light of the escalating DPRK WMD threats. Representatives of the ROK and the U.S. assessed the meeting as having contributed substantially to further strengthening cooperation in responding to the DPRK WMD threat and agreed to continue cooperation through the alliance's combined defense posture.”
아울러 “이번 회담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위협 대응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평가하고, 동맹의 연합방위태세를 통한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회의는 리처드 존슨 미국 국방부 핵·대량살상무기 정책 담당 부차관보와 윤봉희 한국 국방부 정책기회관을 양측 수석대표로, 양국의 관련 분야 주요 당국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열렸습니다.
앞서 한국 국방부도 지난달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회의 개최 소식을 전하고, 양국이 북핵 및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대응 역량 강화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미한 국방부는 화생방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막고 공동 대응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지난 1997년 대확산회의(CPWG) 연례협의체를 출범했으며, 2017년부터 '대량살상무기 대응위원회'로 이름을 바꿔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VOA는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에 미한 양국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에 우려를 표명하고 공동 대응 강화 방안을 논의한 데 대한 대한 입장을 문의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추구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적에 대해 ‘궤변’이라고 주장하며 반발해왔습니다.
주영철 제네바주재 북한대표부 참사관은 앞서 지난 3월 열린 군축회의에서 한국 대표부를 포함한 여러 나라들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추구를 비판한 데 대해 “핵 보유국인 미국의 직접적인 위협에 노출된 우리의 입장에서 강력한 군사력 보유는 국가 안보를 지키고 나라의 운명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한 양국 국방 당국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한 데 대해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2일 ‘북한이 한반도를 넘어 역내에 제기하고 있는 위협에 대한 미한 양국 인식이 증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특히 이번 회의 뒤 발표한 성명에서 ‘북러 무기거래와 불법적 확산이 역내 안보를 저해한다’는 문구가 포함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North Korea has come to an agreement with Russia to provide Russia with ammunition and other weapons. And in exchange Russia is providing some kind of military assistance to North Korea. Although we're not quite sure what is involved there have been various rumors of what might be involved whether it's help with North Korea's launch program or nuclear program we don't quite know yet. All of this makes it makes North Korea even more confident that the UN security council won't be able to take effective actions against North Korea as it continues to advance its nuclear and missile program.”
북러 군사 협력이 단순한 포탄 지원에 그치지 않고 미사일이나 핵 기술 공유 등 확산 문제와 연결돼 있을 가능성이 크며, 이와 관련해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의 외교적 해결이 어렵다는 측면에서 양국의 우려가 이번 회의 결과에 담겼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이어 미국 정부는 북한을 억지하고 러시아와의 협력을 막기 위해 역내 군사 동맹과 다자 협력을 지속적으로 추진·강화해 왔다면서, 이번 회의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 think what the Biden administration has been doing with the ROK and Japan is to strengthen defense cooperation, military cooperation in terms of exercises, sharing of intelligence. At least for the rest of Biden's administration I think the administration will continue the, the existing policy of strengthening defense because the US and the ROK have concluded that the prospects for diplomacy with North Korea are very poor.”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이후 한국 및 일본과 국방 협력과 훈련, 정보 공유 측면에서 군사 협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 미국과 한국은 북한과의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기 보다는 기존의 국방 정책을 강화하면서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대한 억제력을 강화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