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발사대를 대규모 전방 배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해당 무기체계 성능과 전력화 여부에 대해 추적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와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김환용 기자!
기자) 네 서울입니다.
진행자) 북한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전방 지대 배치되는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발사대 인계인수식이 있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4일 평양에서 열린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발사대 인계인수식에 참석해 연설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미사일 발사대 250대가 국경 제1선 부대에 인도됐다며, 압도적인 공격력과 타격력 우세, 그리고 화력 임무공간 다각화 실현을 언급하고 특히 “전술핵의 실용적 측면에서도 효과성을 제고하게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인도된 무기체계는 사거리가 110km 가량인 근거리 탄도미사일(CRBM) ‘화성-11-라’의 발사대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발사대는 조만간 한국과의 군사분계선 일대에 실전배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 위원장은 또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일체의 핵 위협을 억제하고 그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보다 완비되고 보다 향상된 수준의 핵 역량 태세를 구비”하겠다며 “우리의 힘은 지속적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CRBM 발사대를 대규모로 전방 배치한다는 건데,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요?
기자) 이성준 한국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대남 공격용이나 위협용 등 다양한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실제 전력화 여부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성준 공보실장]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 군의 무기 개발 동향을 지속 추적·감시하고 있고, 북한이 공개 보도한 무기체계에 대해서 그 성능과 전력화 여부에 대해서는 추적 확인이 필요합니다.”
북한이 공개한 발사대는 바퀴 6개 달린 차량에 사각형의 발사관을 4연장 형태로 얹었습니다. 단순 계산으로 발사대 250대가 동시에 가동되면 한꺼번에 1천 발을 날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소형 핵탄두 개발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들 발사대가 모두 전술핵 미사일용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분명한 것은 북한이 다양한 핵 투발 수단을 개발함으로써 미한의 미사일 방어망에 큰 부담을 주려는 의도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투발 수단을 다양화해야 한미가 갖고 있는 미사일 방어체계를 뚫을 수 있는 것이고, 그렇게 다양화 하면 문제가 한국과 미국이 그만큼 이를 막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여기서 핵심은 북한판 맞춤형 확장억제를 완성해 나가는 단계라는 게 맞는 거고요.”
진행자) 김 위원장이 이번 연설에서 미국에 보낸 메시지는 없었나요?
기자) 김 위원장은 “대화도 대결도 우리의 선택으로 될 수 있지만 우리가 보다 철저히 준비되어 있어야 할 것은 대결이라는 것이 30여년간의 미국과의 관계를 통한 총화”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결코 몇 년 동안 집권하고 물러나는 어느 한 행정부가 아니라 우리 후손들도 대를 이어 상대하게 될 적대적 국가”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불법적인 핵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드러낸 것으로 해석됩니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다만 김 위원장의 연설이 비록 대결에 무게를 뒀지만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도 열어 뒀다며, 미 대선을 앞두고 북한은 미국에 대한 직설적인 비판을 자제하고 있는 양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의 이번 인수인계식은 하반기 미한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실드’(UFS)를 앞두고 진행됐다는 점에서 북한 식의 대응 경고라고 봐야 할까요?
기자)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행사가 최근 미한동맹 사상 처음 실시된 핵과 재래식 통합 도상연습(CNI TTX)과 오는 19일부터 시작하는 UFS 훈련을 겨냥한 무력시위로 보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연설에서 “이제는 미국 추종국가들도 미국의 핵을 공유하는 위험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면서 “강력한 힘의 구축으로 담보되는 것이 바로 진정한 평화”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한 미한의 확장억제 강화를 자신들의 핵 무장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활용한 겁니다.
한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박사는 한국이 핵과 재래식 통합 도상연습을 한 것처럼 북한도 자신들이 전술핵 투발 수단이라고 주장하는 ‘화성-11-라’ 미사일을 전방 지역의 재래식 부대와 결합해 북한판 CNI를 보여주겠다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양욱 박사] “화성-11-라와 같은 핵 투발 수단을 전연 군단에 배치함으로써 핵 그림자 전략을 실제 실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고 당연히 한미 CNI는 더욱 강화돼야 함을 이 사건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의 핵 개발이 이젠 한반도 핵 경쟁으로 이어지는 국면이라며, 장기적으로 북한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한이 핵 무장을 하면서 동북아와 한반도의 안보 협력체계가 질적으로 전환되는 단계에 왔다, 이건 북한에게 기회 요인일 수 있지만 위기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거든요. 다종 다양한 핵무기를 운용하게 되면 운용 유지와 군수 보급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고 아주 비효율적이에요.”
진행자) 이번 인수인계식은 압록강 유역 대규모 수해로 북한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진행된 건데, 국가 재난 상황에서 이례적인 일 아닌가요?
기자)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기념식 연설 전 발사대를 돌아보며 “온 나라가 큰물 피해 복구를 위한 투쟁에 떨쳐나선 시기임에도 신형 무기체계 인계인수 기념식을 진행하는 건 국방력 강화를 어떤 환경 속에서도 정체 없이 밀고 나가려는 당의 투철한 의지의 발현”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방 분야 성과를 홍보해 내부 결속을 꾀하고 이를 통해 수해로 흔들리는 민심을 다잡겠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진행자) 한편 김 위원장이 한국 정부의 수해 관련 인도적 지원 제의에 대한 첫 반응을 보였다고요?
기자) 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침수 지역에 투입돼 주민 4천200여명을 구출한 공군 직승비행부대 즉 헬기 부대를 2일 축하 방문해 훈장을 수여하고 격려 연설을 했다고 지난 3일 보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지금 적들의 쓰레기 언론들은 우리 피해 지역의 인명 피해가 1천 명 또는 1천5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구조 임무 수행 중 여러 대의 직승기들이 추락된 것으로 보인다는 날조된 여론을 전파시키고 있다”고 한국 언론을 비난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이러한 모략선전에 집착하는 서울 것들의 음흉한 목적은 뻔하다”며 “적은 변할 수 없는 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는 김 위원장의 발언이 한국 정부의 지원 제의를 사실상 묵살한 것이라며, 수해 관련한 북한 내 정보 통제 차원의 대응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박사] “주민들의 불만이 북한 정권이나 김정은에게 향하지 못하도록 이 수해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일종의 덮어버리기 위한 북한 내부에 대한 정보 조작이 주된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한국 정부는 압록강 유역에 지난달 말 내린 집중호우로 북한 신의주시와 의주군 등에 심각한 수해가 나자 지난 1일 대한적십자사를 통한 구호물자 지원을 제의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