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1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미한일 3국 정상회의는 동북아에서 3국의 안보 협력을 한 단계 끌어올린 대표적인 외교 성과라고 미국 전문가들이 평가했습니다. 다만 한국과 일본 간의 역사적 갈등은 3국 협력 지속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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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는 19일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의는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서 가장 큰 성과 중 하나”이자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도 지금까지의 성과 중 하나”라고 평가했습니다.
여 석좌는 이날 1년을 맞은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의 성과와 과제에 관한 VOA의 질의에 대한 서면 답변에서 “지난 한 해 동안 한일 양국은 실시간 (북한) 미사일 조기 경보 정보를 포함한 정보 공유 수준을 높이고 3국 연합 공중∙해상 훈련을 실시했으며 북한의 사이버 위협과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해 왔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또 청정에너지, 핵심 광물, 조기 경보 공급망 시스템을 논의하기 위한 내각 차원의 3국 회의도 여러 차례 개최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여 석좌] “The Camp David Trilateral Summit is one of the crown achievements of President Biden’s foreign policy legacy, and perhaps also to date for Presidents Yoon and Kishida. In the past year the two sides have worked hard to increase levels of intelligence sharing including real time early missile warning data, conducted join trilateral aerial and naval exercises, and worked together to address North Korea cyberthreats and cyber crime.”
이어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퇴임 후에도 3국 관계의 성과와 동력이 지속될 수 있을지 여부가 과제”라며 “미국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든 미한일 3국 관계 유지에 관심이 있고, 차기 일본 자민당 후보도 한일 관계가 긍정적으로 유지되는 한 3국 관계에서 이탈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역사적 한일 긴장은 여전히 배후에 도사리고 있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동북아의 한일 양자와 3국 관계에 불확실성이 커져 3국 협력과 캠프 데이비드에서 환기된 협의 약속이 약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북중러 위협에 3국 협력은 필수”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 회담 미국 차석대표는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3국 정상회의는 확실히 미한일 정부 간의 동맹 관계를 공고히 했다”면서 “미국의 동맹인 한국과 일본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강화했으며, 이 성과는 매우 심오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The summit, it certainly solidified the allied relationship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government of Japan. And it reinforced the extended deterrence commitments on the part of the United States to our allies in South Korea and Japan. I think the accomplishment is profound.”
이어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은 중요한 도전 과제라면서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핵과 미사일 관련 지원과 재래식 무기, 인공위성 관련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이는 북한이 미한일을 향해 더 대담하게 도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차기 선거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3국 협력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북한과 타이완 해협,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의 위협을 감안할 때 기시다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의 후임이 누가 되든 3국 정부가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필수적”이란 설명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3국 협력이 약화할 수도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된다면 북한을 협상에 복귀시키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할 것이며, 이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북한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등 현실적 위협을 고려할 때 “그 누구도 미한일 3국 관계에서 이룬 강력한 진전을 어떤 식으로든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미한일 그 누구도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와 워싱턴 선언에서 강조한 3국 협력을 훼손하려 한다면 각국 국민과 정부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Anyone trying to walk that one back would, I think, not receive the support from their respective citizens and governments whether it's the United States, Japan or the Republic of Korea.”
지난 2023년 8월 18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사상 처음으로 미한일 정상회의가 개최됐습니다.
이 정상회의에서 미한일 정상은 3국 협력 방향을 명시한 '캠프 데이비드 원칙', 구체적 협력 방안을 담은 공동성명 '캠프 데이비드 정신', '3자 협의에 대한 공약' 등 3개의 문서를 채택했습니다.
이들 문서에서 3국은 정상회의를 최소 연 1회 이상 개최하기로 합의하는 등 협력을 제도화하고 정례화하는 다양한 틀을 마련했습니다.
태평양 사령관을 역임한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 대사는 이날 VOA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미한 양자 및 미한일 3국 안보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면서 3국 최초의 다영역 연합 훈련인 ‘프리덤 에지’ 훈련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3국 모두 북한의 위협을 인식하고 있으며, 한일 양자 관계도 주요 측면에서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 “The security relationships - bilateral U.S.-ROK and trilateral U.S.-ROK-Japan are stronger than ever. Exercise Freedom Edge is a case in point. All 3 countries recognize the threat from North Korea. The bilateral ROK-Japan relationship is improving in major ways.”
“동북아 안보∙외교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발전”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이날 VOA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의는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의 대표적인 성과 중 하나이자 동북아와 동아시아 지역 안보와 외교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발전 중 하나”라고 평가했습니다.
북중러의 위협과 도전 증가와 기타 지역에서의 불확실성에 직면한 3국 정상이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통해 역내 평화와 안정에 크게 기여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과제는 남아 있다”면서 한일 역사 갈등을 꼽았습니다.
이어 “지나치게 낙관적이거나 한일 관계에 계속 부담을 주는 복잡하고 고통스러운 유산을 무시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일본과의 화해와 협력을 위한 노력에 대해 소위 ‘진보’ 세력으로부터 전방위적인 공격을 받고 있고, 일본 내에는 일본의 잔혹한 한반도 점령의 비극적 유산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세력이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지난 1년간) 한일 관계의 안정과 정상화, 미국과의 3국 협력 체제 구축에 있어 엄청난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3국 지도자들의 지속적인 리더십과 결단력, 비전과 용기가 있어야 이 틀이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 “The Camp David trilateral summit is one of the signature accomplishments of the Biden administration's foreign policy and one of the most important developments in the history of regional security and diplomacy In Northeast and East Asia. (중략) Tremendous progress has been made in stabilizing and normalizing ROK-Japan relations and building a trilateral framework of cooperation with the United States.”
“한일 역사 갈등 극복 과제”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대리는 “지난 주말 3국 정상이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1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공동성명을 포함해 3국 정상들이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의 약속과 정신을 제도화하고 정착시키기 위해 지칠 줄 모르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데 대해 찬사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불출마와 관련해선 “(일본) 집권 자민당에서 누가 선출되든 차기 일본 총리는 이런 약속과 정신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된다면 이 3자 구조와 한일 양국과의 협력을 계속 옹호할 것이라 믿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확실성이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랩슨 전 대사대리는 그러나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틀의 전반적인 지속 가능성과 근본 정신에 대한 더 큰 우려는 한국에 있다”면서 “지난주 서울에서는 윤 대통령의 광복절 연설과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문제, 독립기념관장 임명 등 논란이 된 몇 가지 사안을 중심으로 한일 간 역사적 이슈를 둘러싼 긴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일본으로부터 아무런 대가나 보답도 없이 과도한 ‘친일’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국내 비판에 직면해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 문제와 관련해서 윤 대통령은 차기 일본 총리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기대할 수 없으며 어떻게 해결할지는 윤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랩슨 전 대사대리] “However, my real concern with the overall durability of the Camp David Summit framework and its underlying ‘spirit’ remains more focused on the ROK. Tensions over ‘historical’ (Korea v Japan) issues came to another and new head this past week in Seoul centered around aspects of President Yoon’s Liberation Day speech and several controversial developments/announcements from his administration.”
“일본은 적 아닌 친구란 인식 개선이 가장 큰 성과”
이성윤 윌슨센터 연구원은 “캠프 데이비드 3자 정상회의의 의의는 한반도 유사 시 한국 국민 대다수가 일본군이 한국 땅에 진주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한국 내 금기를 깨는 첫 걸음이었다는 데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금기 때문에 한국의 어떤 정치인도 나서서 유권자들에게 유사 시 민주국가의 일류 군대인 일본군이 재난 구호 작전 등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이어 “한국전쟁 당시 논란이 많았지만 1950년 9월부터 12월까지 수천 명의 일본 제국 해군 출신들이 전쟁포로와 피난민 등의 수송 과정에서 기뢰 제거 작전에 참여했다”면서 “오늘날의 일본은 제국주의 시대의 일본이 아니라 우호적인 국가이자 일류 군대를 보유한 민주주의 선진국”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은 한반도에서 어떤 종류의 재난 구호활동에도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에 거기에 도달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는 한국 국민에게 일본이 적이 아니라 친구라는 것을 수용하도록 설득하는 긴 여정의 첫 걸음”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 연구원] “Japan is a friendly nation, it's a democracy advanced country with the first rate military. Japan is a vital asset to any kind of disaster relief operations in the Korean Peninsula. So it will take a long time to get there but I think the Camp David Meeting is the first step in this long journey that is persuading the South Korean people to accept that Japan is a friend not a foe.”
이어 “한미일 관계에서 가장 큰 변수는 3년 후 한국”이라면서 “(한국 내) 정권이 바뀌면서 북한과 일본에 대한 입장이 급변하는 것을 봐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평론가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된다면 미한 동맹에 우호적이지 않은 변동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지만, 3년 후 일본에 우호적이지 않은 (한국 내) 자유주의 진보 정부가 집권할 위험보다는 훨씬 낮은 위험”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