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정부가 한국 기업과의 원전 건설 계약에 걸림돌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한국이 이미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을 입증했으며 문제가 발생하면 보상하겠다는 제안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체코 총리실은 9일 한국의 원자로 원천기술이 이미 국제적으로 인정 받았음을 강조하면서 ‘두코바니 원전 건설 계약’의 우선협상자 선정에 어떠한 문제도 없다는 확고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예샤트코바 대변인] “We have been following the development of the dispute continuously since the beginning of the tender. We requested and obtained from the bidders confirmation of the ownership of the rights to the offered technology, both during the security assessment and in the current offers. Tender participants had to prove that they are the owners and suppliers of nuclear technology. Their APR 1400 project received a license in South Korea, the United Arab Emirates, and at the same time a so-called "design certification" from the US nuclear watchdog (US NRC).”
체코 총리실의 루시에 예샤트코바 대변인은 9일 VOA에 “(한국의 원자로 설계인) ‘APR 1400’ 프로젝트는 이미 한국과 아랍에미리트에서 인허가를 받았으며, 동시에 미국 원자력 규제 위원회(US NRC)로부터 이른바 ‘설계 인증’을 획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발언은 최근 미국과 프랑스가 한국의 체코 원전 계약에 대한 우려와 원천기술 특허권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예샤트코바 대변인은 “체코 정부는 두코바니 원전 입찰 초기부터 분쟁의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주시해왔다”며, “우리는 입찰자들에게 보안 평가 기간과 현재 제안된 기술에 대한 소유권 확인을 요청했고 이를 확보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입찰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원자력 기술의 소유자이자 공급자임을 증명해야 했다”면서, 한국 측 참가자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체코 정부가 요구한 원천기술 검증 조건을 충족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체코 정부는 앞서 지난 7월 자국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수원 등 ‘팀 코리아’를 선정하고, 내년 3월까지 협상을 마무리해 오는 2036년까지 첫 원자로를 건설한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입찰 경쟁에서 탈락한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 전력공사가 체코 정부의 결정에 최근 이의를 제기하고 체코 반독점사무소에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이에 따라 체코 반독점 당국은 지난 3일 성명을 통해 한수원의 체코 원전 사업 수주에 대한 미국 등의 이의신청에 대한 행정 절차를 시작했다고 발표해, 한국 내에서 계약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특히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의 ‘APR1000’과 ‘APR1400’ 원자로 설계는 자사가 특허권을 보유한 원천 기술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원전 수출에는 자사의 허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APR1400은 한수원에서 자체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차세대 원자로이며, 3세대 가압경수로 방식을 채택해 과거 모델에 비해 출력과 안정성이 크게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APR1000은 APR1400의 기본적인 설계 체계를 공유한 채 설비 용량만 1천400MW에서 1천MW로 축소한 것입니다.
이들 원전은 특히 건설 기간 및 운영 비용 절감을 위해 단순화된 설계를 적용해 기존 원자로보다 효율성이 높아졌으며, 설계 수명도 60년으로 기존 40년보다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APR1400은 한국 신한울, 신고리 원전에 적용됐으며,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건설 계획에도 채택돼 차세대 원전 기술로서 국제적 주목을 받았습니다.
“한국, 프로젝트 수정 제안…’문제 발생시 보상’ 역제안도”
체코 총리실은 한국 측이 두코바니 원전 프로젝트 입찰 과정에서 적극성과 유연성을 보여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예샤트코바 대변인] “Due to the limitation of the Dukovan site, KHNP also modified its APR 1400 project to a 1000 MW project (APR 1000). Last year, they received certification according to the requirements of European operators (the APR 1400 project already received this certificate in 2017). The KHNP tenderer was aware of this dispute all along, and to express confidence in the outcome, offered us a contractual obligation to indemnify. And this type of guarantee is quite unique.”
예사트코바 대변인은 “한수원은 두코바니 부지의 한계로 인해 APR1400 프로젝트를 APR1000으로 수정하기도 했다”면서 APR1000에 대해서는 지난해 유럽사업자협회의 요구사항에 따라 인증을 받았고, APR1400은 이미 2017년에 같은 인증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한수원에 따르면, 당초 1천400MW급의 APR1400을 제시했지만, 한국보다 전력 사용량이 적은 체코의 상황과 기술 요건 충족을 위해 APR1000으로 공급 노형을 변경했습니다.
한수원은 APR1000의 유럽 수출을 겨냥해 지난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서유럽규제기관협회, 유럽사업자협회(EUR)의 요건 기준에 맞춘 설계 인증을 취득한 바 있습니다.
예사트코바 대변인은 또 한수원 측이 상대 입찰자들의 원천기술 관련 문제 제기를 처음부터 인지하고 있었다면서 “한수원은 결과에 대한 확신을 보여주기 위해 보상 의무가 담긴 계약을 체코에 제시했다”며 “이러한 유형의 보증은 매우 독특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체코 정부는 최근 지속적으로 양국의 원전 건설사업 최종 계약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한국을 방문 중인 얀 리파브스키 외교장관은 9일 조태열 외교장관과 회담을 갖고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사업에 한국이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것을 언급하면서 “양국 관계의 획기적인 순간이며, 우리가 파트너로서 한국에 갖는 신뢰와 자신감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고 평가했다고 한국 외교부가 전했습니다.
체코 외무부도 지난 6일 VOA에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 전력공사(EDF)의 이의제기에도 불구하고 한국수력원자력(KHNP)과의 최종 계약이 성사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미국과 프랑스 측의 이의제기로 계약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한국 내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도 한국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문제일 뿐, 체코와의 계약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또 앞서 토마시 포야르 체코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 4일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체코는 한국과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 최종 계약을 체결하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고 한국 대통령실은 전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