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기 달았던 유조선 ‘모닝글로리호’ 북한 해역서 포착…북한 거짓 해명 가능성

'모닝글로리'호의 이동 경로. 청진항 인근을 출발해 9일 늦은 오후 울릉도 동쪽 약 200km 지점에서 계속 남쪽으로 이동 중이다. 자료=MarineTraffic

10년 전 리비아에서 미 해군에 나포됐다 풀려난 유조선 ‘모닝글로리’호가 북한 해역에서 포착됐습니다. 북한이 연관성을 극구 부인했던 선박이 돌연 한반도에 등장한 것인데, 당시 북한의 해명이 거짓일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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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기 달았던 유조선 ‘모닝글로리호’ 북한 해역서 포착…북한 거짓 해명 가능성

모닝글로리호가 북한 해역에서 포착된 건 지난 8일입니다.

선박의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 따르면 모닝글로리호는 이날 오후 1시 30분경 북한 청진에서 동남쪽으로 약 38km 떨어진 지점에서 잠시 위치 신호를 발신한 뒤 사라졌습니다.

이어 다음 날인 9일 오전 10시경 이곳에서 동남쪽으로 약 261km, 북한 신포 기준 동쪽으로 약 325km 떨어진 지점에 잠시 모습을 드러낸 모닝글로리호는 9일 오후 11시 30분경엔 울릉도에서 동쪽으로 약 200km 지점에서 남하하는 장면이 확인됐습니다.

북한 항구를 기항한 모닝글로리호가 현재 한반도를 빠져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이 항로는 북한이 동해와 서해의 항구를 오갈 때 이용합니다. 모닝글로리호가 북한 서해로 이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한반도 동해상에서 발견된 모닝글로리호. 자료=MarineTraffic

2014년 미 해군특전단에 나포

모닝글로리호는 약 10년 전인 2014년 국제사회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유조선입니다.

당시 리비아 반군의 원유를 적재하며 리비아 정부군과 갈등을 빚었고, 이후 정부군을 피해 달아났다가 미 해군특전단에 나포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특히 모닝글로리호가 인공기를 휘날리는 북한 선박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사건에 북한이 얼마나 연루됐는지에도 많은 관심이 쏠렸습니다.

그러나 당시 북한 국가해사감독국은 모닝글로리호가 임시로 북한 선적을 부여 받은 리비아 회사 소유 선박일 뿐이라며 “문제의 선박은 우리와 전혀 관계가 없고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밝혔었습니다.

실제로 선박 업계는 종종 모항과는 전혀 상관 없는 제3국에 선박을 등록시켜 운영하곤 합니다. 이를 ‘편의치적’이라고 부르는데, 모닝글로리호도 이런 방식으로 북한 선적을 취득했을 뿐이라는 게 북한 해사감독국의 주장이었습니다.

그렇게 북한과는 상관 없는 선박으로 여겨진 모닝글로리호이지만 사건 발생 약 10년 만인 이날 리비아 바다에서 무려 1만5천km 떨어진 북한 해역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선박의 등록정보를 보여주는 국제해사기구(IMO)의 국제통합해운정보시스템(GISIS)에 따르면 모닝글로리호는 2만1천804t급 유조선으로, 건조연도는 1993년입니다.

또한 2014년 3월까지만 북한 깃발을 달았으며, 이후 현재까진 ‘선적 미상’으로 남아있습니다.

아울러 2014년을 기준으로 아프리카 라이베리아 소재 ‘퍼스트 걸프’라는 회사가 모닝글로리호의 소유주로 안내됩니다.

또 선박의 안전검사를 실시하는 아태지역항만국통제위원회(도쿄 MOU)는 이 선박이 마지막으로 안전검사를 받은 시점을 2007년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모닝글로리호가 활발하게 각국 항구를 운항한 선박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북한과 항상 연계돼 있었다는 결론에 쉽게 도달”

현재로선 모닝글로리호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특히 2014년 이후 행방이 묘연했던 선박이 갑자기 등장한 배경도 의문입니다.

그러나 모닝글로리호가 사라지기 직전까지 북한 깃발을 달았다는 점과 북한 항구를 기항한 사실로 볼 때 애초부터 북한 관리 선박이 아니었는지 의구심이 제기됩니다.

북한이 연관성을 극구 부인한 2014년에도 이미 북한 소유 선박이었을 가능성입니다.

닐 와츠 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위원.

과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하며 당시 ‘모닝글로리호 사건’을 직접 조사했던 닐 와츠 전 위원은 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발견을 통해 “(모닝글로리호가) 북한과 항상 연계돼 있었다는 결론에 쉽게 도달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추정에 동의했습니다.

[녹취: 와츠 전 위원] “At the time North Korea claimed that they had nothing to do with the vessel and that it only had a temporary registration, flag registration with North Korea, which is supposed to last about six months and now it's near North Korea. So it's very interesting. Like so many ships that we suspected of having North Korean links, once they had been deregistered from various flags, they went to the North Korean flags, which confirmed the North Korean connection.”

와츠 전 위원은 “(2014년) 당시 북한은 해당 선박과 자신들은 아무런 관련이 없고 기간이 6개월인 임시 등록을 해줬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지금 이 선박은 북한 근해에 있다”며 “따라서 이는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마치 북한과의 연관성이 의심됐던 여러 선박이 다른 나라에서 등록이 취소된 후 북한으로 등록돼 그 연관성이 확인됐던 것과 같은 사례”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2016~2018년 편의치적 방식으로 제3국에 등록됐던 선박이 유엔 제재로 등록을 취소당하자, 이들 선박에 대거 북한 깃발을 달았었습니다. 대부분 제3국 깃발을 달고 있을 때까지만 해도 북한 소유 여부가 불분명했던 선박입니다.

와츠 전 위원은 ‘그렇다면 10년 전 북한이 거짓 해명을 한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라며 “그들은 진실을 왜곡하는 데 익숙하다”고 답했습니다.

희박하긴 하지만 모닝글로리호가 중동 지역에서 선적한 유류를 북한으로 운송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다만 와츠 전 위원은 “리비아에서부터 유류를 가져왔다면 이는 매우 놀랄 만한 일”이라며 “이는 매우 긴 여정일뿐 아니라 북중국해와 타이완 북쪽에는 선박간 환적 방식으로 유류를 운반하는 유조선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허용치를 넘어서는 유류 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점에서 물론 어떤 것도 꼭 불가능하다고만은 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와츠 전 위원] “I would be very surprised that it would take oil all the way from Libya because it is a very long trip and given that there are so many tankers in the North China Sea and north of Taiwan that carry oil for ship to ship transfers on the spot acquisition bases. Of course, nothing is impossible and we know that North Korea has made extensive efforts to acquire oil well above the cab… So I'd be very interested to follow the story and see where this leads, because it would indeed be unusual.”

이어 “이 사안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매우 흥미롭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이번 일이 정말 이례적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VOA는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에 모닝글로리호에 대한 ‘소유와 관리’ 여부를 문의한 상태로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