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공개 12축 발사대, ICBM 역량 향상 과시용 … 중∙러 도움 가능성”

8일 국방공업기업소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동식발사대(TEL) 앞에서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북한이 최근 공개한 12축 신형 이동식 발사대(TEL)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역량 향상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진단했습니다. 북한이 TEL 기술 개발과 생산에 중국과 러시아의 도음을 받았을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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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공개 12축 발사대, ICBM 역량 향상 과시용 … 중∙러 도움 가능성”

로버트 피터스 헤리티지재단 핵억제 및 미사일 방어 연구원

로버트 피터스 헤리티지재단 핵 억제 및 미사일 방어 연구원은 9일 북한의 신형 이동식 발사대(TEL) 공개와 관련해 “잠재적으로 더 많은 탄두로 더 다양한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도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역량을 확장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터스 연구원] “It means that they can carry potentially multiple warheads on a longer range missile. So basically this is them scaling up their ICBM capability to hit a larger variety of targets, potentially with more warheads.”

피터스 연구원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신형 TEL은 장거리 미사일에 잠재적으로 여러 개의 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피터스 연구원은 “더 큰 미사일은 두 가지 이점이 있다”면서 “연료 용량이 커져 더 긴 사거리, 더 큰 추력을 얻을 수 있고, 더 무거운 탑재체를 운반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대외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방공업기업소를 현지 시찰했다면서 김 위원장이 TEL 바퀴에 손을 얹은 사진을 공개했는데, 이 TEL의 바퀴는 12축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북한이 12축 TEL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기존에 북한이 공개한 TEL 중 바퀴 축 수가 가장 많았던 건 ‘화성-17형’을 싣는 TEL로 11축 22륜이었고,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화성-18형’은 9축 18륜 TEL을 사용했습니다.

전문가들은 TEL의 바퀴 수가 느는 경우는 탑재체가 더 커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는 탑재 연료 증가로 사거리가 더 길어지고 탄두의 무게가 더 무거워져 파괴력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만약 이 TEL이 진짜라면 TEL에 탑재하게 될 미사일은 북한이 지금까지 보여준 어떤 미사일보다 사거리가 길고 여러 개의 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은 미국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미사일을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면서 “북한은 미국의 확장 억제력에 대한 한국의 신뢰를 약화시키려는 의도로 이를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If this TEL is real, the missile that it will support likely has longer range than anything that North Korea has shown before and probably got a capability to deliver multiple warheads. So that they seem to be trying to build a missile which will be a serious threat to the U.S. Now they're making a big deal about that because they want to undermine South Korean confidence in the US extended deterrence.”

미 본토 타격 역량을 과시함과 동시에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에 대한 한국인들의 우려를 자극해 미한동맹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라는 겁니다.

“모형으로 허풍 떠는 것일 수도”

베넷 선임연구원은 그러나 “북한 김정은은 더 많은 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더 크고 더 긴 사거리의 미사일을 만들어서 미국을 위협하겠다는 의도지만 증거가 없다”면서 “(새로 공개한) TEL이 진짜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Kim is facing a fair amount of internal instability. So he's trying to look like he's really powerful that he's now got this powerful new ICBM that's going to require an even bigger launcher than what he's shown before. We don't know that this launcher is real.It could be a mockup because you know, he hasn't shown that it didn't drive around, it, didn't have a missile on it. So we don't know if there's a missile for this launcher.”

내부적으로 상당한 불안정에 직면한 김 위원장이 자신이 훨씬 더 강력한 ICBM을 보유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더 큰 TEL을 공개하고 있지만 이것이 실제인지 모형인지는 알 수 없다는 겁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TEL이 실제로 운행하거나 미사일을 장착한 모습은 공개되지 않았다”면서 “이 TEL에 장착할 미사일이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독일 ST애널리틱스의 마커스 실러 대표

독일 미사일 전문가인 마커스 실러 ST애널리스틱 대표는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축의 수가 증가하는 것은 더 무거운 물체를 싣고 싶을 때만 의미가 있다”면서 “북한이 이전보다 더 무거운 로켓을 운반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허풍을 떨고 있을 수도 있다”면서 “북한이 더 무거운 로켓을 가지고 있지 않을 수도 있고, 다만 이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싶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실제로는 기존보다 더 무거운 로켓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도 미국과 한국 등에 자신들의 역량을 과시하면서 협상력을 키우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일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북한이 실제로 더 무거운 로켓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북한의 다른 모든 일들과 마찬가지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실러 대표] “An increase of axels only makes sense if you want to carry a higher weight. And for that reason, it seems that they want to carry a heavier rocket than they did before. So the question now is what that rocket is going to be and if that's really the case because sometimes it might be the case that North Korea is bluffing. So perhaps they don't have a heavier rocket perhaps they just want to push the discussion on this.”

"TEL 기술 개발과 생산에 중∙러 도움 얻었을 수도"

실러 대표는 “TEL은 로켓을 발사하는 데 필요한 모든 인프라를 갖춘 트럭”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이런 차량에 들어가는 대형 디젤 엔진과 변속기를 제작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고 이것을 숙달한 업체는 많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이것을 숙달했을 수도 있지만 수입하고 있을 수도 있다”면서 “러시아나 중국이 기술 개발을 도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TEL 생산 지원을 받고 있을 것”이라며 “두 나라로부터 그런 지원을 받았으므로 북한 자체 생산 역량도 갖췄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Likely the case is that they've gotten support both from China and from Russia now to build more substantial TELs. The Russians had some large TELs for some of their ballistic missiles. So I think it's entirely possible that he's gotten assistance from both countries. But now that he's got that assistance, you know, he's probably now got the internal production capability.”

다만 북한이 잠재적 생산 역량을 갖췄다 하더라도 신형 TEL 개발 능력이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문제 중 하나는 TEL과 미사일에는 많은 매우 정교한 전자부품과 기타 부품이 많이 들어가는데 북한은 그런 정교한 전자부품 생산 역량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가 설계뿐 아니라 부품과 원료까지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역량 향상에 대비해야"

피터스 연구원은 “북한의 TEL이 진짜가 아닐 수도있고, 북한이 서방에 자신들이 실제보다 더 많은 역량을 가졌다고 허풍을 떠는 것일 수도 있다”면서도 “지난 18개월간 북한이 미사일 프로그램을 현대화하는 속도를 고려하면 북한이 실제로 더 큰 규모의 ICBM을 실전 배치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데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터스 연구원] “It could be possible that it's not real it could be possible that they're trying to, you know, bluff and convince the West that they are more capable than they are.

With that said, given the pace at which North Korea has been modernizing its missile program over the last 18 months, I think we need to be prepared that, that they are really truly looking at fielding a larger scale ICBM.”

북한이 자신들의 역량을 과장하는 것일 수 있지만 계속 미사일 역량을 개발해 온 만큼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로버트 수퍼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

미 국방부 핵∙미사일 방어 담당 부차관보를 역임한 로버트 수퍼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 몇 년간 북한이 미국 전역에 도달할 수 있는 사거리를 가진 로켓을 시험하는 것을 지켜봐 왔다”면서 TEL의 바퀴 수가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북한이 우리가 미처 몰랐던 새로운 미사일 역량을 개발 중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수퍼 선임연구원은 대신 “우리가 주목해야 할 두 가지 큰 진전 상황은 미국까지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 사거리가 아니라 북한이 고체 연료를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이는 정상적인 (액체) 연료 주입 과정을 기다릴 필요 없이 더 빨리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또 다른 중요한 고려 사항은 북한은 이런 미사일에 들어갈 다탄두를 개발하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라며 “이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위협에 대응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수퍼 선임연구원은 다만 북한은 ICBM의 고각 발사만 실시했을 뿐 정상적인 발사 시험은 하지 않았으며, 대기권 재진입 등의 역량은 아직 입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수퍼 선임연구원] “But having said that, we take it seriously. We take the threat seriously, which is why the Bush administration built the 1st 30 ground based interceptors, the Obama administration added another 14 to bring it to 44 and the Trump administration and now the Biden administration will add another 20, bring the total of 64. So we take this threat seriously and it's our policy. It's our national policy to stay ahead of the North Korea threat.”

수퍼 선임연구원은 그러나 “우리는 이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서 “그래서 부시 행정부가 최초로 지상 기반 요격 미사일을 구축한 이래 바이든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64기의 요격 미사일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위협보다 앞서 나가는 것이 우리의 국가 정책”이라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