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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해군기지·군수공장 등 연쇄 시찰… 바퀴 12축 텔 첫 공개


8일 국방공업기업소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뒤로 이동식발사대(TEL)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8일 국방공업기업소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뒤로 이동식발사대(TEL)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과 재래식 전력을 아우르는 각종 군사시설을 한꺼번에 둘러보는 군사 행보에 나섰습니다. 교전 중인 적대국으로 규정한 한국은 물론 대선을 앞둔 미국을 겨냥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북한 김정은 해군기지·군수공장 등 연쇄 시찰… 바퀴 12축 텔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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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광폭의 군사 행보를 벌였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오진우포병종합군관학교와 해군기지 부지, 선박 건조시설, 제2경제위원회 산하 국방공업기업소를 각각 시찰했다고 8일 보도했습니다.

9일 ‘정권수립일’을 앞두고 각종 군사시설을 잇따라 방문한 사실을 공개한 겁니다.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찾은 해군기지나 국방공업기업소에 대해선 명칭과 위치, 방문 일자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해군기지 부지 시찰에서 “가까운 기간 내에 현존 함선 계류시설 능력으로는 수용할 수 없는 대형 수상과 수중 함선들을 보유하게 된다”며 “최신형 대형 함선들을 운용할 해군기지 건설은 초미의 과제”라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해군기지건설과 관련해 항만시설건설예정지구을 현지 지도했다고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해군기지건설과 관련해 항만시설건설예정지구을 현지 지도했다고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김 위원장은 국방공업기업소에선 새로 개발, 생산 중인 무장장비들을 점검하고 하반기 무장장비 생산 실태를 파악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월에도 국방공업기업소를 방문해 상반기 무기 생산 실태를 점검한 바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지난 6일 오진우포병군관학교를 둘러본 뒤 “포병으로 진격로를 열고 포병으로 적을 압승하며 전승의 축포도 쏘자는 것이 당의 포병 철학”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오진우포병학교는 과거 김일성 주석의 동생 이름을 딴 김철주포병종합군관학교에서 2013년 이후 명칭 변경이 확인된 군사학교로, 김 위원장의 방문이 공개된 건 집권 이후 처음입니다.

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진우명칭 포병종합군관학교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대형 지도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진우명칭 포병종합군관학교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대형 지도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진행자) 김 위원장의 이런 광폭의 군사시설 시찰에서 주목할만한 건 없었나요?

기자) 전문가들은 ‘노동신문’에 실린 국방공업기업소 현장 사진에 주목했습니다.

‘노동신문’ 3면엔 김 위원장이 국방공업기업소에서 이동식발사대(TEL) 바퀴에 손을 얹고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 실렸는데, 이 텔의 바퀴는 12축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북한 텔 중 12축짜리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 중임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8일 국방공업기업소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뒤로 이동식발사대(TEL)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8일 국방공업기업소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뒤로 이동식발사대(TEL)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기존 북한 텔 중 바퀴 축 수가 가장 많았던 건 11축의 ‘화성-17형’ ICBM을 싣는 텔이고 ‘화성-18형’의 경우 9축 바퀴 텔을 활용해 왔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텔의 바퀴 축 수가 늘어났다는 건 기존 화성-17, 18형 보다 더 큰 ICBM을 개발 중이라는 얘기라며, 북한이 이를 공개한 건 대선을 앞둔 미국에 대한 경고 메시지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바퀴 12축짜리는 당연히 대미용 ICBM이라고 볼 수 있거든요. 따라서 어쨌든 미국에 대한 공격 능력, 다시 말해서 북한이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능력을 지금도 지속적으로 비축하고 있다, 개발하고 있다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전문가들은 북한이 화성-17 또는 18형 보다 사거리와 위력을 높인 새로운 유형의 ICBM 또는 다탄두 ICBM을 개발 중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8일 국방공업기업소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동식발사대(TEL) 앞에서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8일 국방공업기업소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동식발사대(TEL) 앞에서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진행자) 김 기자, 북한 매체들이 공개하진 않았지만 김 위원장이 이번에 대규모 해군기지 건설을 다그친 현지가 어디인지 파악됐다고요?

기자) 미국의 북한 전문 사이트 ‘38노스’는 8일 상업위성 사진 분석을 토대로 김 위원장이 최근 시찰한 해군기지 부지가 “원산만에 위치한 답촌에 있는 오래된 해군 호버크래프트 즉 공기부양정 시설”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놨습니다. ‘

38노스’에 따르면 호버크래프트가 인근 다른 항구로 옮겨가면서 2015년부터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돼 2019년에 현재의 부두시설이 갖춰졌습니다.

‘38노스’는 수심이 얕은 북한 서해안과 달리 동해안에 들어서는 새 해군기지가 “심해에 접근하기에 좋은 위치에 있다”며 “양쪽으로 높은 산에 둘러싸여 있어 기지를 보호할 포와 미사일 기지를 배치하기에도 안성맞춤”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2015년 시작된 답촌항의 해군기지 공사가 중간에 몇 년간 중단되면서 느리게 진행됐지만 지금 있는 부두도 이미 대형 군함 여러 척을 수용할 수 있는 정도이며, 김 위원장의 방문을 계기로 건설 활동이 크게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북한의 경제력으로 이런 대규모 해군기지를 건설하고 이 기지를 이용할 대형 군함을 건조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선 어떤 분석들이 나오나요?

기자) 김 위원장이 대형 수상 수중 함선들을 곧 보유한다고 밝힌 점으로 미뤄 해군기지 건설 또한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북한이 중러 연합해상훈련에 함께 하려는 의지가 보이는 대목이라며, 러시아로부터 기지 건설과 선박 건조 기술 등을 지원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김정은이 대형 함선 이야기하는 건 중러가 지금 합동으로 해군 군사훈련을 하고 있는 그런 맥락에서 북한도 한 자리 차지하고 싶은 것이고, 특히 동해 부동항으로써 태평양 진출의 교두보를 러시아가 확충하는 맥락에서 북한의 해군기지를 활용할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주시될 수밖에 없는 건데 그런 맥락에서 북러 간 해군 차원에서의 군사적 협력 가능성에 대해 대단히 주목해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드네요.”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막대한 비용과 첨단기술을 필요로하는 해군 현대화에 나선 게 맞다면 핵에 의존해 재래식 무기 부담을 줄이겠다는, 핵-경제 병진노선의 논리에서 벗어나 사실상 군비경쟁에 돌입한 셈이라며 이는 북한에게 매우 불리한 선택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올해 보면 전쟁할 결심을 선포한 이후 대남 전쟁시나리오를 계속하면서 거기에 재래식 전쟁과 핵 전쟁을 배합하겠다는 명확한 방침 아래 재래 전력을 뭔가 시도해본다, 이건 전형적인 군비경쟁 패턴으로 들어가는 건데 이건 절대 북한이 승리할 수 없죠.”

진행자) 김 기자, 김 위원장의 이런 군사 행보 중에 북한은 한국을 겨냥해 연일 쓰레기 풍선을 보내지 않았습니까? 어떤 의도로 보이나요?

기자) 북한은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닷새 동안 모두 1천250여 개의 쓰레기 풍선을 한국 쪽으로 날려보냈고 이 가운데 430여 개가 한국 지역에 떨어졌습니다.

5일 한국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남북한 국경 위로 북한이 날려보낸 쓰레기 풍선이 떠다니고 있다.
5일 한국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남북한 국경 위로 북한이 날려보낸 쓰레기 풍선이 떠다니고 있다.

북한이 한국에 오물 또는 쓰레기 풍선을 날린 건 지난 5월 이후 17차례였는데 이번에 처음 닷새 연속 살포하면서 한국 내에선 북한의 ‘풍선 도발’이 일상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북한의 이번 도발이 단순히 한국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비례적 대응이라고 하기엔 과도하다며, 북한 주민들의 정보접근권 강화를 핵심으로 한 윤석열 정부의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한 반발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북한이 보기엔 대북 전단이나 확성기 방송이나 정보접근권을 높이겠다는 것이나 다 같은 맥락에 있는 것이거든요. 북한이 보기엔 다 소위 쓰레기 같은 내용을 보내는 거라고 보는 거거든요. 그래서 직접 말로 하는 방식이 아니라 쓰레기 풍선을 대규모로 보내는 것을 통해서 여기에 대한 반발 또는 경고 이런 성격을 갖고 대규모로 보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남북한 심리전이 격화하는 양상이라며, 북한은 쓰레기 풍선 이외에 무인기, GPS 교란 등 지금까지 실행해 왔고 일정하게 한국사회에 보내는 메시지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 다른 수단들을 함께 동원해 한국사회를 교란하고 윤석열 정부를 괴롭히는 복합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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