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청진항에서 유엔 제재에 따라 금지된 석탄과 모래 수출 활동이 계속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지난 3개월 간 최소 30척 이상의 대형선박이 드나들었는데, 제재 위반 여부가 주목됩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23일 북한 청진의 동편 석탄 취급 항구를 촬영한 ‘플래닛 랩스(Planet Labs)’ 위성사진에 적재함을 열고 있는 대형 화물선이 보입니다.
약 100m 길이의 이 선박은 석탄 선적 시설이 있는 이 부두에 선체 옆면을 바짝 밀착하고 있는데, 적재함에는 석탄으로 추정되는 검은색 물체가 가득 실려 있습니다.
선박 바로 앞 부두에도 같은 색의 물체가 대거 쌓여 있는 모습이 확인됐는데, 위성사진만으로 정확한 상황을 파악할 수는 없지만 대형 선박에 싣기 위해 석탄을 쌓아놓은 모습으로 추정됩니다.
또 아래 쪽에는 부두에 접안 또는 이안하는 것으로 보이는 100m 길이의 대형 선박도 포착됐습니다.
이 같은 모습은 건너편 서쪽에 위치한 석탄 취급 항구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습니다.
화물선 입출항 전례 없이 활발
석탄 야적장인 김책제철연합기업소 부지에 석탄으로 추정되는 광물 더미가 약 200m 길이로 늘어서 있었는데, 이 곳과 맞닿은 부두에 각각 약 100m로 추정되는 화물선 3척이 정박해 있는 모습이 위성사진에 찍힌 것입니다.
이 화물선들은 모두 개방된 적재함에 검은색 석탄 추정 물체가 일부 담겨 있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이처럼 북한의 주요 석탄 항구 중 한 곳인 청진항에서는 최근 화물선의 입출항이 전례 없이 활발한 모습입니다.
VOA가 7월 1일부터 지난 23일까지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 자료를 살펴본 결과, 약 3개월 간 청진 석탄 항구 2곳에 최소 30척의 선박이 드나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동편 석탄 항구에서 최소 17척, 서편에서 13척이 포착됐는데, 2~3일에 한 척 꼴로 배들이 드나들며 무언가를 실어 나른 것입니다.
특히 여름 장마철로 인해 해당 기간 동안 구름이 끼고 비가 오는 날씨가 많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입출항 선박 수는 집계된 것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VOA는 앞서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올 상반기 동안 청진항에서 총 47척의 선박이 입출항했다고 보도했는데, 하반기에는 3개월 만에 이에 근접하는 선박 입출항 횟수를 기록해 주목됩니다.
금수품 모래 실어나르는 정황도 포착
이런 가운데 청진항 북쪽에 위치한 항구에서는 역시 대북제재 금수 품목인 모래를 실어나르는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지난 3월 촬영해 최근 공개된 구글어스의 고화질 위성사진에 따르면, 해당 항구에는 선적을 위한 거대한 모래 더미가 산처럼 쌓여 있고, 이를 싣기 위한 크레인과 화물용 상자들이 줄지어 나란히 놓여 있는 모습이 확인됩니다.
23일자 플래닛 랩스 위성사진에는 길이 약 130m의 대형 선박이 이곳 북쪽 항 부두에 접안한 모습이 확인됐는데, 모래를 선적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추정됩니다.
VOA가 올해 1월부터 9월 23일까지 이 곳을 드나든 선박 수를 집계해 본 결과 최소 22척인 것으로 나타나 북한이 청진항을 통해 모래 수출을 지속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북한은 1990년대부터 모래를 수출해 왔고, 1991년부터 2017년 사이 일본, 한국, 대만,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이 주기적으로 북한으로부터 모래를 수입했습니다.
유엔 안보리, 북한 광물 수출 전면 금지
특히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지난 2020년 공개한 전문가패널의 연례 보고서에도 북한이 최소 2천 200만 달러 상당의 모래를 중국 항구로 수출했다는 내용이 담겼었습니다.
유엔 안보리가 지난 2017년 채택한 결의 2371호를 통해 석탄과 모래 등 북한의 광물 수출을 전면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청진항 등 북한의 주요 석탄과 모래 취급 항구는 움직임이 뜸해지거나 멈춰지는 대신 이처럼 여전히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청진 항구에서 선박이 발견된 것만으로 북한이 제재를 위반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활동을 중단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과 민간 연구기관 등은 석탄 항구에서 포착된 선박이 이후 중국 근해 등으로 이동해 불법 선박 간 환적 방식으로 석탄을 하역하는 사례를 지적하는 등 석탄 항구에서의 움직임을 제재 위반으로 해석해 왔습니다.
특히 전문가패널은 지난해 연례보고서에서 북한 청진항에서 선적된 석탄이 중국 닝보-저우산 인근 해역에서 환적됐을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과거 북한은 주로 남포와 송림항 등 대동강과 맞닿은 서해 인근 항구에서 선적한 석탄을 중국 등으로 실어 날랐지만 최근에는 청진항 인근 등 동해 지역에서 생산된 석탄도 불법 거래의 대상이 됐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전문가패널에 따르면 지난 2022년 4월 북한 선적 ‘아시아 아너’호는 청진항에서 석탄을 선적한 뒤, 5월 한국과 일본 사이 대한해협을 지나갔습니다.
이후 선박은 중국 닝보-저우산 인근 해역에 머물다 북한으로 복귀하면서 빈 선박으로 돌아왔다고 전문가패널은 지적했습니다.
유엔 전문가패널은 사실상 북한 석탄의 최종 목적지를 중국으로 지목했지만 중국 정부는 북한 석탄 유입 의혹을 전면 부인해왔습니다.
중국 정부는 전문가패널이 관련 의혹을 제기할 때마다 북한 선박에서 금수품이 발견되지 않았다거나 자국 선박이 북한 선박과 환적 행위를 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등의 답변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VOA는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에 이번 사안과 관련한 논평을 요청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 등의 비협조적 태도로 이 같은 안보리 결의 위반 사례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특히 선박을 이용한 일부 나라의 제재 위반에 대한 안보리 차원의 대응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해군 대령 출신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한 닐 와츠 전 위원은 최근 VOA에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 나라가 안보리 특히 대북제재 1718 위원회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만큼 더 이상의 (선박) 제재는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와츠 전 위원] “So, that designation seems no longer possible, since the P5 can no longer agree at the Security Council, and specifically at the DPRK Committee, the 1718 Committee. So, when it comes to implementing the sanctions, it's left up to countries now and bloc such as the European Union...”
그러면서 “선박을 제재 목록에 포함시키는 것은 각국 그리고 유럽연합과 같은 국가 연합체에 달려 있다”며 미국 등 ‘같은 생각을 가진’ 나라의 독자 제재를 제재 위반을 막기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 제시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