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미국 핵추진 잠수함의 부산 입항을 비난하는 담화를 냈습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도 쿼드 정상회의 결과에 반발하는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담화들의 내용과 잇단 발표의 배경 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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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 내용부터 전해주시죠.
기자) 김여정 부부장은 24일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내고 미국 핵추진 잠수함 버몬트함의 부산 입항에 반발하며, 핵 능력을 “한계 없이 강화”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미국이 지역에서 각종 크고 작은 군사 블록들을 조작하면서 조선반도와 그 주변 지역에 핵전략 자산을 총투사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담화는 “국가수반의 직속 독립정보기관인 항공우주정찰소”가 “지난 23일 10시 3분 10초 한국 부산항의 상시 주목대상인 어느 한 부두에서 이상물체를 포착했다”고 공개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핵추진 잠수함 입항이 “결코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미국의 전략자산들은 조선반도 지역에서 자기의 안식처를 찾지 못할 것이고 우리는 한국의 모든 항과 군사기지들이 안전한 곳이 못 된다는 사실을 계속해 알리도록 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그는 "국가의 안전이 미국의 핵 위협 공갈에 상시적으로 노출돼 있기에 외부로부터 각이한 위협에 대응하고 견제하기 위한 우리의 핵전쟁 억제력은 한계 없이 강화되어야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는 미국을 겨냥한 메시지로 보이는데요. 최근 북한의 대미 메시지가 많아지는 추세인데 그 배경은 무엇일까요?
기자) 북한은 이달 들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시사하는 바퀴 12축짜리 이동식 발사대 사진과 농축우라늄 생산기지를 공개했고, 초대형 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다-4.5’ 와 개량형 전략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했습니다.
무엇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 정권수립일인 지난 9.9절 연설에서 핵무기 수의 기하급수적 증대를 강조한 데 이어 이번에 김 부부장이 핵 능력의 한계 없는 강화를 밝힌 것은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에 자신들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향후 미국 새 행정부와의 대결과 대화 모두를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입니다.
[녹취: 박형중 박사] “김여정 담화의 내용을 보면 우리가 미국 전략자산에 대응할 능력이 있다는 걸 과장해서 과시하고 있고 전체적으로 일종의 심리적 위협 에스컬레이션이라고 할까, 이런 큰 기획이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도 북한 나름대로 모종의 계획을 짜 넣지 않을까 생각이 들거든요.”
진행자) 북한이 이번 담화에서 항공우주정찰소라는 생소한 기관을 공개하고, 미 핵추진 잠수함 포착 시점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것도 특이한데요.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요?
기자)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항공우주정찰소는 북한이 작년에 쏘아 올린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의 감시와 정찰정보를 분석하는 기관으로 추정됩니다.
또 북한이 이번 담화에서 핵잠수함 포착 시간을 초 단위까지 명시한 것은 북한이 한국 내 항구 등 주요 지점들에서 일어나는 일거수일투족을 위성으로 감시하고 있다고 주장하려는 의도라는 관측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항공우주정찰소를 공개한 것은 자신들의 취약했던 정찰 능력 향상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해당 분야에 대한 최고지도자 차원의 관심과 집중적인 투자, 그리고 위성 추가 발사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입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략전술 무기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선 정찰위성이 뒷받침 안되면 안된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이건 어떤 식으로든 관철시킬 목표로 인식해야지 군사정찰위성을 더 이상 발사하지 않고 다른 수단으로 대체한다, 이건 지금 단계에선 생각하기 쉽지 않은 그런 문제라고 보거든요.”
진행자) 김 기자, 그런데 북한의 ‘만리경-1호’에 대해선 카메라 해상도 등에서 정찰위성으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평가도 있지 않았습니까? 이번 담화 내용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있는 걸까요?
기자) 한국 군 당국은 김 부부장의 담화가 상당히 과장된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 근거로 북한 매체들이 김 부부장의 담화를 보도하면서 위성 촬영 사진 같은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점을 꼽았습니다.
한국 군은 지난해 5월 북한이 발사에 실패했던 만리경-1호를 인양했는데, 위성엔 지상 관측을 위해 상용 디지털카메라를 탑재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군 당국은 당시 해상도 등을 고려해 “정찰위성으로서 군사적 효용이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지난 2월엔 신원식 당시 한국 국방부 장관이 만리경-1호가 “일 없이 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북한이 제시한 핵잠수함 포착 시간은 어떻게 나온 걸까요?
기자) 이에 대해선 몇가지 추정이 나오는데요.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만리경 1호 카메라 해상도가 군 정찰위성급인 서브미터급에 미치지 못해도 수면 위에 떠오른 잠수함을 포착할 정도는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의 감시와 분석에 러시아가 기술 지원을 했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장 박사는 러시아 지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군 위성사진 공유는 정찰 능력과 관련한 고급 정보 유출 위험이 있기 때문에 북러 간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정보 관련 보안협정 같은 게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정찰위성 사진을 공유한다는 건 사실 대단히 깊은, 신뢰할 수 있는 정보 협력의 단계 이런 걸 시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사실 굉장히 눈 여겨 봐야 하고 우려할 만한 사안이기도 하죠.”
이와 함께 이번 미 핵잠수함 포착 시점을 한국 언론 보도를 토대로 역산해 내놨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버몬트함 입항은 한국 내 언론 보도로 23일 오전 10시 45분쯤 처음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북한 외무성 대변인도 연이어 담화를 냈죠?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는 김여정 부부장 담화 보도 이튿날인 25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담화는 미국이 최근 개최한 쿼드(Quad)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한의 “자주권과 발전권을 침해”하고 “가장 적대적인 대결 기도를 노골화”했다고 비난했습니다.
특히 쿼드 정상들이 윌밍턴 선언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우려를 제기한 데 대해 “엄중한 정치적 도발”이라고 규탄했습니다.
담화는 또 “미국이 주권국가들의 합법적 권리 행사를 ‘위협’으로 묘사하면서 ‘항행의 자유’를 구실로 쿼드를 사실상의 국제적인 ‘해상경찰기구’로 만들어버렸다”며 “미국의 진영 대결정책은 세계의 평화와 안전 보장에 가장 심각한 위협을 조성하는 유해로운 근원”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 쿼드 4개국 정상은 앞서 지난 21일 정상회의 뒤 발표한 ‘윌밍턴 선언’에서 북한의 핵무기 추구와 잇단 탄도미사일 도발을 규탄하고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공약을 재확인했습니다.
또 인도태평양 지역 내 무력 또는 강압에 의한 현상변경을 반대하고 북한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국가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 사실상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했습니다.
진행자) 외무성 대변인 담화의 특징, 그리고 북한이 이렇게 이틀 연속 담화를 낸 배경은 뭘까요?
기자) 김 부부장의 담화와 마찬가지로 외무성 대변인 담화도 미국을 주로 겨냥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북한이 미 대선과 차기 행정부 출범 등을 염두에 두고 7차 핵실험 같은 대형 도발을 하기 위해 명분을 축적하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와 함께 진영 간 대립 구도를 원치 않는 중국을 향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엔 윌밍턴 선언이 중국을 겨냥하고 있는 데 대한 비난도 담겨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이 계속 원하는 진영주의, 지금 중국한테 ‘봐라 중국이 아무리 진영주의 반대하고 신냉전 반대한다고 해도 이렇게 쿼드 같은 것 만들어서 진영을 구축하는 건 미국인데 중국은 언제까지 이걸 반대한다는 얘기만 할 거냐, 그러니까 북중러 진영 꾸리자, 스크럼 짜자’ 그런 얘기를 계속하고 있다고 판단이 되고.”
장용석 박사는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미국 등 서방 진영의 압박에 지속적으로 반발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반서방 진영 내에서의 자신의 위상을 높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