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현장 연결] 각국 대표, ‘북러 협력’ 비판...북한 인권 부대행사 개최

25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제79차 유엔총회에서 일반토의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 뉴욕에선 각국 정상의 유엔총회 연설인 일반토의가 진행 중입니다. 북한 인권을 비롯한 다양한 사안에 대한 여러 부대행사도 열리고 있는데요. 뉴욕 유엔본부에 나가 있는 함지하 기자 연결해 자세한 내용 들어보겠습니다.

진행자) 유엔총회 일반토의가 오늘로 이틀째를 맞았죠?

기자) 그렇습니다. 24일인 화요일, 유엔총회의 하이라이트로 불리는 일반토의가 개막했습니다. 제79차 유엔총회는 지난 10일 공식 개막했습니다. 이어 2주 뒤인 이날부턴 각국 정상 등이 연설을 하는 일반토의가 시작된 것인데요. 보통 전 세계에서 대통령과 총리, 장관 등이 한 자리에 모이는 시기인 만큼 유엔은 이번 주를 ‘고위급 주간’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일반토의 개막 첫날인 24일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모두 33개 나라 정상이 연설을 했고요. 오늘(25일)은 36개 나라 정상이 연설을 마쳤거나, 연설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날 오전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연단에 올라 자국을 침공한 러시아를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아무래도 올해 유엔총회에선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을 둘러싼 중동 분쟁이 주로 다뤄지고 있겠군요?

기자) 네, 말씀하신 것처럼 단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최근 격화되고 있는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간 분쟁이 최대 관심사입니다. 이에 따라 각국 정상의 연설에선 관련 내용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특히 관련국들의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또 유엔본부 주변 도로에서도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위 등이 펼쳐지면서 일대 경비는 더 강화됐습니다. 특히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뉴욕을 방문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관련 시위에 대비한 경찰력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 문제에 대한 각국의 관심은 어떻습니까?

기자) 이곳 뉴욕에선 북한 관련 사안도 심심찮게 접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 전쟁에 북한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상태이기 때문인데요. 북한은 현재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에 탄도미사일과 탄약, 군사장비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은 북한이 컨테이너 1만8천개 분량의 무기를 제공했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기도 했죠. 이에 따라 러시아 관련 사안이 언급될 때 북한 문제도 함께 거론되는 횟수가 늘고 있습니다. 특히 24일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우크라이나와 관련한 회의가 열렸는데요. 이 자리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긴 시간을 할애해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 강화에 국제사회가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지원이 무고한 우크라이나 시민에게 고통을 준다며,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그 밖에 조태열 한국 외교부장관을 비롯해 몰타와 일본 대표 등도 북러 간 무기 거래를 비난했습니다. 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오늘(25일) 연설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해 북한과 이란이라는 아주 특별한 친구를 찾았다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최근 들어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에 대한 우려가 더 높아지고 있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에 따라 24일 주요7개국(G7) 외교장관은 공동성명을 내고 북한과 러시아의 지속적인 군사 협력 강화를 비판했습니다. 특히 두 나라에 유엔 안보리 결의 준수를 촉구하는 한편, 핵과 탄도미사일 관련 기술이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이전될 가능성에는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최근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가 참여하는 4자 안보협의체, 쿼드(Quad) 정상들은 계속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한 목소리로 비판했는데요. 이처럼 북러 군사협력 문제는 점점 더 유엔 등 다자 방식의 회의에서 자주 거론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유엔총회에선 북한 인권과 관련한 부대 행사도 예고돼 있다고요?

기자) 네, 이곳 시각으로 오늘(25일) 오후엔 한국과 룩셈부르크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북한 인권 행사가 열립니다. 이 자리에는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과 줄리 터너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조태열 한국 외교부 장관 등 고위급 인사가 참석합니다. 유엔총회 기간에 북한 인권과 관련한 고위급 행사가 열리는 것은 2014년 이후 약 10년 만입니다. 북한 인권을 주제로 한 이 행사에는 존 케리 당시 미 국무장관이 참석했습니다. 당시 전문가들은 북한이 자국의 인권 실태에 대한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리수용 당시 북한 외무상을 뉴욕으로 파견했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유엔총회 기간 북한이 외무상을 파견한 것은 당시를 기준으로 약 15년 만이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79차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진행자) 그런데 조 바이든 대통령은 어제 연설에서 북한을 언급하지 않았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약 24분간 진행된 24일 일반토의 연설에서 러시아와 이란, 베네수엘라, 수단 등을 거론했지만 북한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유엔총회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처음입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21년 일반토의 연설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를 추구한다”는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이후 2022년과 지난해에도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 문제를 지적했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없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쿼드 회의에서 북한의 위협에 대해 논의하고, 지난해 미한일 3자 정상회담이 소집된 주요인에도 북한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며, 이 문제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관심이 떨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 문제를 지적하며 계속해서 북한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뉴욕으로 향하지 않았다는 것인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은 이번 유엔총회 기간, 윤석열 대통령 대신 조태열 외교부 장관을 뉴욕으로 파견했습니다. 한국이 대통령이 아닌 장관급 인사를 파견한 것은 2016년 71차 유엔총회 이후 8년 만입니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을 연설자로 내세웠었죠. 조태열 장관은 오는 27일 연설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기간 여러 나라 정상, 장관 등과 양자, 다자 회담을 하고, 또 여러 부대 행사에도 참석을 예고했습니다.

진행자) 한국과 쿠바가 수교 후 첫 외교장관 회담을 이번에 개최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는데요. 어떤 대화가 오갔나요?

기자) 네, 한국과 쿠바는 지난 2월에 외교관계를 수립했습니다. 북한과 가까운 쿠바가 한국과 수교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었는데요. 이번에 양국 외교 장관, 즉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브루노 로드리게스 파리야 쿠바 외교장관이 뉴욕에서 만났습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두 장관은 30~40분가량 회담을 진행하면서 상대국에 공관을 개설하는 문제와 인적 교류, 개발협력 등 폭넓은 의제를 논의했습니다.

진행자) 최선희 북한 외무상의 일반토의 연설 가능성도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결국 무산됐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북한은 유엔 사무국에 ‘대사급’ 인사의 연설을 예고했습니다. 최선희 외무상이 아닌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연단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앞서 일본 언론은 최선희 외무상이 연설에 나선다고 보도했는데요. 물론 유엔 회원국이 연설자를 교체할 수 있고, 또 그런 경우가 종종 있었던 만큼 변동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최 외무상이 뉴욕으로 향할 조짐은 아직까지 없는 상황입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뉴욕 유엔본부에 나가있는 함지하 기자로부터 제79차 유엔총회 관련 내용을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