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이라고 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의 발언은 국제 비확산 체제를 훼손할 수 있는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전문가들이 평가했습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 등 추가 조치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핵 보유국 인정이나 핵군축 협상은 절대 용인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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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27일 ‘북한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이라는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의 발언에 대해 “진의가 잘못 전달된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이노넨 특별연구원은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로시 총장의 발언은 북한이 핵을 갖고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이를 더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나서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하이노넨 특별연구원] “I don't think that he means that North Korea is a nuclear state in terms of the NPT. And I think the word in which he uses that it is a state with the nuclear weapons but the international community and particularly the UN Security Council and the participants of the 6 party talks have not agreed that it is a nuclear weapons state a similar way as is let's say China, US or Russia. So there is a difference. State with nuclear weapons is not exactly the same as nuclear weapons state. I think one should not think that way but he just used the opportunity and reiterated the necessity of to tackle this North Korean problem which is proceeding further.”
‘핵무기를 갖고 있는 국가’와 국제 공인을 받은 ‘핵 보유국’은 엄연히 다른 개념으로, 그로시 사무총장이 언급한 ‘사실상 핵보유국’ 발언은 “유엔 안보리나 6자회담 참가국들이 북한을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와 같은 공식 핵보유국으로 동의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도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는 이미 김정은이 핵물질의 기하급수적 증산을 지시하고,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했으며, 미사일과 핵무기를 과시하는 상황을 목도하고 있다”면서 ‘사실상의 핵보유국’ 발언은 그런 상황에 대한 인식을 말하고자 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I interpret his comments as factual comments that there needs to be a dialogue with North Korea and they need to come back to the table that you know, in fact, they do have nuclear weapons that's the reality of it and we need to have a discussion with them that the IAEA no longer has any, has any monitors in North Korea to monitor their nuclear weapons programs I think those are fair comments. I could also understand how people could interpret that to mean North Korea could use his comments to say, look, were accepted as a nuclear weapons state.”
북한이 실질적으로 핵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임을 언급하면서, 북한과 의미 있는 대화 재개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차원에서 한 발언이라는 설명입니다.
“북한 핵보유 ‘인식’과 ‘인정’은 다른 문제”
다만 그로시 총장 스스로 자신의 발언이 전혀 다른 취지로 받아들여 질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So when he says a de facto nuclear weapons state, yes I think everyone, almost everyone would agree North Korea has nuclear weapons as de facto. But it's one thing to say they have nuclear weapons but it's another thing to say they should be accepted as a nuclear weapons state and North Korea.”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북한이 사실상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그들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말하는 것과 핵무기 국가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핵 관련 국제기구의 수장으로서 한 이번 발언은 일반 전문가가 한 발언과는 무게가 완전히 다르다면서, 자신의 발언이 어떻게 해석될지도 고려했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그로시 사무총장은 26일 유엔총회가 열리고 있는 미국 뉴욕에서 ‘AP’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유엔 안보리 관련 제재와 국제법을 위반한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비판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을 사실상(de facto) 핵무기 보유국”이라고 지칭하면서, 이 현실을 인정한 가운데 북한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해 진의를 두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북한이 핵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점을 계속 강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동시에 대화가 중단된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선제적이어야 하며, 대화를 위한 문을 열어야만 한다”며, 북한과의 대화를 비롯한 여러 시도들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악용’ 우려…비확산 체제도 훼손”
전문가들은 그로시 사무총장의 발언이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추가 조치 필요성을 촉구하기 위한 선의에서 나온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국제 비확산 체제를 훼손하고 북한 등 잠재적 핵보유 희망국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핵 과학자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문제연구소(ISIS) 소장은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한 것은 현명하지 못한 처사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올브라이트 소장] “I think it was unwise to use the term a de facto nuclear weapon possessor state officially. I think it was, it really was a poor choice of words. I mean North Korea KCNA says we're a de facto nuclear weapons state. So I do think that he needs to address this and walk it back. I don't believe he believes that they should be treated as Pakistan, which is a de facto nuclear weapons state and de facto in the sense that they're not allowed to be that under the NPT definition. They're not going to be monitored you know, they'll be in a sense like Pakistan.”
그러면서 ‘사실상의 핵보유국’ 발언은 그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는 북한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우려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용인되면 파키스탄처럼 국제사회의 감시 체제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라면서, 이 같은 상황을 IAEA도 반기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국제 제재 체재 무력화도 우려”
올브라이트 소장은 또 이번 일을 계기로 북한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이라는 논쟁이 국제무대에서 불붙을 경우 ‘국제 제재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 했습니다.
[녹취: 올브라이트 소장] “One of another aspect is if you did that all sanctions would collapse. So the UN Security Council sanctions for sure would have to go away but also national sanctions would not have much basis just like the US doesn't sanction Pakistan anymore did after they tested in 98. So again, it's an acceptance that doesn't serve any real purpose from the point of view if you want a safer Korean peninsula.”
파키스탄이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 받음으로써 그랬던 것처럼 북한에 대한 유엔 안보리 제재나 미국의 독자제재 근거도 사라질 것이라며, “안전한 한반도를 고려한다면 실익이 없는 용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핵보유국 인정, 핵무장 도미노 촉발”
조셉 디트라니 전 차석대사도 자칫 이번 논란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대신 현실적으로 핵군축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으로 번질 것을 우려하면서, 그럴 경우 “끔찍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사] “The NPT is so important because accepting North Korea as a nuclear weapons state will encourage others to include South Korea, Japan and others to seek their own nuclear weapons. So in short, I really do believe it would be a terrible mistake to accept North Korea as a nuclear weapons state and to get into arms control negotiations.”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면, 한국이나 일본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의 ‘핵무장 도미노’로 번질 것이라는 겁니다.
올리 하이노넨 특별연구원도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이면 “핵무기 보유를 희망하고 있거나 이를 위해 노력하는 중동 국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하이노넨 특별연구원] “It will have an impact I'm sure too to the Middle East, particularly on those countries which are as aspirants and trying to build their nuclear weapons capabilities or at least hedge to have those. So that sense of very serious message sent to the other countries in the region that maybe they should under this security environment which is in the Middle East, maybe they should also become nuclear weapon states. So I don't think that it's appropriate for at this point of time to trigger for debate for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o accept North Korea as a nuclear weapons state. And I think at once would still keep the denuclearization in our agenda but come with a creative approach to that how to do the denuclearization with a long return.”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중동 지역의 국가들에게도 ‘북한처럼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심각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현 시점에서 국제사회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기 위한 논쟁을 촉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비핵화는 여전히 의제로 유지하되 방법론에 대한 좀 더 창의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핵 문제 해결 조치 필요엔 주목해야”
전문가들은 다만,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조치 필요성을 강조한 그로시 사무총장의 문제 의식이 ‘사실상의 핵 보유국’ 발언 논란에 가려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는데, 어느 후보도 북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 때문에 그로시 사무총장이 공개적으로 답답함을 토로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녹취: 올브라이트 소장] “There's a presidential election in the US and neither candidate has really talked much about North Korea. So I think it, I think he's in the mood to talk about these things is what I would say. And then what I would add to it though is that we have to re-establish some dialogue with North Korea and also in that, I mean we've always had, it's always been step by step action for action. So this idea that we don't have to get denuclearization tomorrow or next year to have us to have step by step taking place. But it's just you want to make sure that the steps are toward denuclearization and not toward Pakistan the status of Pakistan and so that's why you need the vision clear. So I think that's the main thing is, I think we need to start finding a way to talk to North Korea again without compromising this idea that the goal is denuclearization. And, and so I would hope whatever administration wins, we'll start that again.”
올브라이트 소장은 비핵화가 꼭 단기간에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단계적 조치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 같은 관점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 같은 단계적 접근법은 비핵화를 향한 것이어야 하며, 북한이 파키스탄과 같은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얻는 방향이 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그로시 사무총장의 발언처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가 전혀 없이 북한의 핵 역량만 계속 진전되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며,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대화 등 북한과의 관여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핵화라는 목표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북한과 다시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면서 차기 미국 대선에서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북한과의 관여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